전두환 막내, 미국 호화 와이너리 관련 법인 8개 중 5개서 대표

손자 폭로로 전두환 비자금 이슈 재점화…삼남 전재만 미국 와이너리 의혹

해마다 5월이면 광주항쟁과 학살, 그리고 전두환이란 이름이 떠오른다. 이어 전두환은 이 땅에 과연 정의라는 게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을 낳는다. 전두환은 세상을 떴지만 미납 추징금은 900억 원 넘게 남아있다.
2023년 3월 13일,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 씨가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 시티에서 영상을 올리며 일종의 폭로를 시작했다. 영상 속에서 대통령이었던 할아버지를 ‘학살자’라고 칭한 그는 전두환 일가가 지금껏 비자금으로 호화생활을 하고 여러 사업체를 운영해 왔다고 고백했다. 전두환 일가가 주변 인물들을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세탁해 왔다는 것이다. 세대를 건너서야 나온 첫 내부고발이었다. 
전우원 씨의 발언 중에는 전두환 해외 은닉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시선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작은 아버지인 전재만 씨가 미국에서 운영하는 와이너리에서 “검은돈의 냄새”가 난다는 부분이었다. 전재만 씨는 전두환 씨의 삼남이자 막내아들이다. 미국에서 생활해 온 전재만은 한국에서 거주 중인 형제들에 비해 존재가 덜 부각되어 왔지만, 오랫동안 전두환 비자금의 은닉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전우원 씨가 언급한 미국의 호화 와이너리 투자금이 종종 의혹의 핵심으로 거론됐다.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즉 와인양조장 ‘다나 에스테이트’(Dana Estates)다. 해당  와이너리의 소유주인 이희상 전 동아원그룹 회장은 전재만의 장인이다. 막대한 투자금에 전두환 비자금이 흘러 들어갔고, 사실상 전재만이 이 와이너리의 공동 소유주 아니냐는 것이다. 
이희상 회장과 전재만 씨는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훑어보아도, 이 와이너리와 관련된 한국 법인에서는 전재만 씨의 존재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취재 결과, 미국에 설립된 이 와이너리 관련 법인은 모두 8곳이며 이 가운데 5곳의 대표(CEO)가 전재만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3곳 중 1곳은 전재만 씨 1인 회사, 다른 1곳에서도 전재만이 최고 재무 책임자(CFO)와 이사(Director)를 맡고 있고, 나머지 1곳은 전재만 씨의 부인이 대표다. 지난 2016년 이래로 전재만은 미국에서 ‘다나 에스테이트’ 주소로 유한책임회사를 잇달아 설립하고 있는데, 이는 경영난 때문에 사조그룹에 넘어간 이 와이너리를 되찾기 위해 장인인 이희상 씨가 한국에 회사를 세우던 시기와 겹친다.
전재만과 그의 장인 이희상 [사진 출처 = Napa Valley Vintners]

잇따른 공동 소유주 의혹에 이희상 회장, “사위에게 경영 맡겼을 뿐” 

전재만은 큰 형 전재국, 둘째 형 전재용과 마찬가지로 경영인이다. 세계적 와인 생산지로 잘 알려진 미국 나파밸리에서 와인 생산과 판매업을 하고 있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나파밸리 최초의 한국인 소유 와이너리다. 자산총계 1,200억 원대 와이너리로, 로터스 빈야드 등 60여 에이커의 포도밭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른바 컬트 와인 생산에 집중한다. 고급 와인을 한정 생산해 회원제로만 판매한다고 한다. 장인인 이희상 회장과 함께 운영한다지만, 미국에 내내 머무르며 사업 전반을 돌보는 건 전재만 씨 쪽이다. 
현지에서는 대외적으로 소유주(Proprietor)라는 직함을 두 사람이 모두 써왔고, 이희상 씨와 전재만 씨, 두 공동 소유주가 2005년 당시 와이너리를 함께 시작했다고 소개한 와인 전문 매체도 있다. 이런 정황들은 전재만 씨가 단순한 전문경영인이 넘어서 와이너리의 공동 소유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와이너리가 설립될 당시 전재만 씨는 미국 대학의 석사 과정 유학생에 불과했기에 공동 소유주 의혹은 곧 전두환 비자금 투입과 연결된다. 
이에 이희상 회장은 지난 2022년 언론 인터뷰 등에서, 사위인 전재만 씨에게 2007년부터 미국 나파밸리에 있는 와이너리의 경영을 임시로 맡겼다가 대표직을 내내 이어가게 하고 있지만 “와이너리에서 사위의 지분은 0%”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문제는 와이너리가 전재만의 조카 전우원의 말대로 진입에만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한 사업 분야라는 점이다. 투자금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 ‘다나 에스테이트’ [출처: 다나 에스테이트 페이스북]

빚 없이 현금만으로 매입한 와이너리  

다나 에스테이트에는 막대한 현금이 투입됐다. 와인 전문지 <와인스앤바인스>는 지난 2009년, 이희상 회장의 투자를 은행 융자 없이 전액 현금으로만 와이너리를 매입한 이례적인 케이스로 소개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와이너리 투자자 대부분은 50~65%에 해당하는 자금을 빌려서 사업을 추진한다. 현금 매입은 자금력이 풍부할 경우에만 가능한,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이다. 
이 매체와 인터뷰한 당시 와이너리 부사장 피트 페리에 따르면, “소유주인 한국인 사업가 이희상 씨는 이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을 어렵지 않게 생각했고, 이를(부채) 회계장부에서 완전히 제외했다." 당시 이희상 회장의 행보는 ‘큰손’이라고 부를 만하다. ‘회장님’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포도밭, 오래된 목장 가옥과 헛간, 19세기 와이너리의 무너져가는 폐허를 매입”했고 아낌없이 돈을 쏟아부었다. 

2011년 당시 미국 언론사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와이너리에 대한 기사 ‘초호화 부동산: 나파 밸리, 코리안 스타일’에서 다나 에스테이트 건축물을 이렇게 평했다. “현지 건축가들은 전체 프로젝트 비용이 평방 피트당 600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나파의 평균 고급 주택 건축 비용의 약 두 배에 해당한다. 이 프로젝트를 맡은 건축가인 백켄 씨는 대부분의 고객 설계와 달리 이희상 회장을 위해 설계를 할 때는 절대 비용 때문에 타협하는 일이 없었다고 했다. ‘저는 100% 자유로웠어요. 제가 하고 싶은 걸 설명하면 뭐든 할 수 있었어요.’라고 백켄 씨는 말했다.” 나파 카운티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당시 이 건축 공사에만 최소 1천 4백만 달러 이상이 투입됐다.
다나 에스테이트 내부 [사진 출처: 다나 에스테이트 페이스북]
다나 에스테이트 내부 [사진 출처: 다나 에스테이트 페이스북]
이 돈은 어디서 나온 걸까? 이희상 회장은 와이너리에 쏠리는 전두환 비자금 의혹이 억울하다며 “비자금이 들어갔다는 얘기가 가장 마음이 힘들고 답답하다"고 말해왔다. 이 투자금이 모두 자신이 운영하던 기업에서 나왔다는 주장이다. 2004년 와이너리 투자를 위해 ‘고도’(KODO Inc.)라는 법인을 미국에 설립하고, 2005년부터 2008년에 걸쳐 해외 투자를 명목으로 동아제분에서 720여억 원을 반출해 포도밭을 사들이고, 건축 공사를 마쳤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이 이사회 의결을 거친 정당한 투자라고 했다. 다만, 2007년까지 동아제분은 비상장 기업이었기에 공개 의무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장 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08년 사업보고서에서도 이 해외 법인에 대한 내용이나 미국 투자와 관련된 이사회를 찾아볼 수 없다. 반면, 다른 해외 투자인 캄보디아 투자의 경우 이사회 의결 기록이 남아있다.

다나 에스테이트 관련 미국 법인…8개 사 중 5개 사 대표는 전재만 

전두환의 비자금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온 투자금의 모호한 정체와 달리, 이 미국 와이너리 사업체에서 전재만 씨의 존재는 두드러진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 등록된 법인 보고서와 정관 서류 등을 살펴보면, 다나 에스테이트 와이너리 주소(1500 WHITEHALL LANE, SAINT HELENA, CA 94574)로 세워져 현재까지 운영 중인 회사는 모두 8개다. 
먼저 ‘고도’(KODO Inc.), ‘다나 에스테이트’(Dana Estates Inc.), ‘다람살라’(Dharamsala LLC)가 와이너리 준공 전에 생긴 주요 회사들이다. 와이너리 사업체인 고도가 나파 밸리의 포도밭과 와이너리를 보유하고 있는 지배 기업이고, 계열사이자 페이퍼 컴퍼니인 다람살라는 고도와 함께 와이너리 등 부동산을 공동 소유한 부동산 관리업체다. 또다른 계열사인 다나 에스테이트는 이 두 회사에서 와이너리를 임대해 와인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회사다. 사조동아원의 제 46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고도는 다나 에스테이트 지분의 100%, 다람살라의 지분 50%를 가지고 있다.  
전재만 관련 와이너리 사업체인 ‘고도’ 법인보고서. 전재만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돼 있다. 전재만은 4명의 이사진에도 아내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최고경영진과 이사진의 주소는 모두 와인 사업체인 다나 에스테이트 주소로 기재돼 있다.
와인 사업체 다나 에스테이트 법인보고서에 전재만이 대표(CEO)로 등재돼 있다.
와인 사업체 다나 에스테이트의 부동산 및 포도밭을 ‘고도’와 공동 소유하고 관리하는 업체인 다람살라의 법인보고서. 대표(CEO) 및 매니저로 전재만이 올라와 있다.
다음은 유한책임회사인 ‘로터스원 USA’(Lotusone USA LLC)와 ‘로터스원 USA ll’(Lotusone USA ll LLC), 다나 와이너리의 또다른 브랜드인 ‘바소 셀라’(Vaso Cellars LLC), ‘네오고도’(NEOKODO LLC), 와인 스토어라고 나오는 ‘에이투이’(A2E Inc.)가 있다. 다나 에스테이트, 다람살라, 로터스원 USA와 로터스원 USA ll, 바소 셀라 총 5 개사에서 CEO, 회사 대표는 모두 전재만 씨다. 1인 회사인 네오고도에도 유일한 매니저 (Manager)로 등록되어 있다. 
와이너리 사업 법인인 고도에서는 현재 대표직을 맡고 있지 않지만, 최고 재무 책임자이자 회사 경영진인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에이투이에서는 전재만 씨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대표가 전재만 씨와 경제 공동체인 부인 이윤혜 씨다. 초창기부터 와이너리를 이끌어온 전재만 씨가 한국 서류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2009년 9월 동아제분 미국 사무소 부장이자 상무로 취임했다는 보고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실제 역할은 훨씬 다양하고 그 권한 역시 더 커 보인다.
로터스원 USA 의 법인보고서. 대표(CEO) 및 매니저로 전재만이 올라와 있다.
로터스원 USA ll 의 법인보고서. 대표(CEO) 및 매니저로 전재만이 올라와 있다.
와인 브랜드 바소 셀라의 법인보고서. 대표(CEO) 및 매니저로 전재만이 올라와 있다.
1인 회사인 네오고도의 법인보고서. 매니저로 전재만이 올라와 있다.
전재만은 지난 2016년 11월부터 2022년 11월에 이르기까지 로터스원 USA와 로터스원 USA ll, 바소 셀라와 네오고도 등 4 개의 유한책임회사를 잇달아 세웠다. 이 시기는 동아원그룹 워크아웃으로 고도가 사조그룹에 넘어간 뒤, 이희상 회장이 와이너리를 되찾겠다며 회사를 세우기 시작한 시기와 정확히 겹친다. 
전재만 씨의 로터스원 USA가 설립된 지 일주일 뒤 세워진 로터스원 코리아가 바로 그 회사다. 이희상 회장 일가가 최대 주주이며 장남 이건훈 씨가 임원으로 있다. 전재만 씨의 부인 이윤혜 씨도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이희상 씨의 또다른 사위가 회장인 효성그룹 계열사 두 곳도 주주로 이름이 올라있다. 와이너리가 사조그룹에 넘어간 뒤 전재만 씨는 한국 서류에서 임원으로 언급된 바 없고, 기업 인수를 위해 세운 한국 법인에서도 주주 명단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미국 법인들에서 대표로 활동하며 문제 없이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 2016년 이희상 회장의 동아원그룹 워크아웃 당시 사조그룹이 동아원을 인수하며, 와이너리 운영법인인 고도의 지분 100%가 사조동아원 등 사조그룹 계열사로 넘어갔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로터스원 코리아는 현재 사조동아원에서 고도의 지분을 50.98% 되찾아 확보한 상태다. 경영권이 다시 이희상 회장 일가에게 돌아간 셈이다. 고도의 인수자였던 사조동아원이 2022년 말까지 고도의 주식을 더 매각하며 사조동아원의 지분율은 5%까지로 줄어들어있다. 
고도는 주주와 지분율 등의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해 이희상 회장이 와이너리 지분을 자신이 40%, 한국과 미국 투자자들이 각각 30%씩 소유하고 있으며 전재만 대표 지분은 없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이 미국 투자자는 누굴까? 
사조동아원이 공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고도의 주식을 매각한 2차 계약 상대방에는 로터스원코리아만이 아니라 로터스원 USA도 포함돼있다. 앞에서 밝혔다시피, 이 회사는 전재만 씨가 세운 유한책임회사다. 지난 2017년 1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전재만은 로터스원 USA의 자금 조달을 위해 유상증권 850만 달러를 발행했다. 신고된 투자자는 4명으로, 신원은 공개돼 있지 않다. 따라서 이 투자자 가운데 전재만 씨가 포함돼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전재만은 와이너리 지분 등과 관련한 기자의 질의에 “자신은 다나의 고용인으로서 일하고 있으며 다나의 지분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라며 “이런 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회장님과 회사에 큰 누를 끼치는 일이라서 더 이상 관련된 말씀을 드리기가 힘들 것 같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전재만, 지역 사회 명사..와이너리 소유 고급주택을 주소지로 

전재만 씨 부부는 와이너리가 있는 나파 밸리의 세인트 헬레나 지역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의 개인정보 디렉터리 사이트에 따르면, 전재만 씨의 부인 이윤혜 씨가 아버지에게 넘겨받은 샌프란시스코의 고급 콘도에 부부가 함께 거주한 적이 있다는 기록이 있지만 이 콘도는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재만의 주소지로는 우편함 주소만이 남아있다. 반면, 부인 이윤혜 씨의 현재 주소는 와이너리와 같은 주소로 등록되어 있다. 미국 부동산 사이트 추정 70억 원 상당의 고급 주택이다. 
또 전재만 씨가 법인 등록 시 즐겨 쓴 주소를 조회해 보면 미국 부동산 사이트 추정 137억 상당의 고급 주택이 나온다. 이 주소들의 부동산 정보를 조회해보면, 소유주는 고도와 다람살라 법인 명의로 돼있지만, 전 씨의 실거주지로 쓰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지역 사회 안에서 전재만의 행보는 어떨까? 지역 유지이자 명사라고 할 법하다. 지난해 말에만 해도 800만 달러를 모금한 한 비영리단체의 연례 기금모금 행사에서 나파밸리 와이너리 43곳을 대표해 의장으로 활동했다. 이 행사는 해마다 나파의 유명 와이너리들이 갈라 시음회를 열고 만찬용 와인을 기부하는 행사다. 
전재만은 한 지역 언론에 의장이 된 소감을 밝히며 ‘대의, 단결, 희망, 관대함' 등의 가치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전재만은 2010년경부터 지역의 종합병원인 세인트 헬레나 병원의 이사로 활동하고, 부인과 함께 2014년부터 특정액 이상을 기부해야 들어갈 수 있는 자선단체 리더십 서클에 연달아 이름을 올리는 등 활발히 활동해 왔다. 이는 아버지 전두환이 2천억 대의 추징금을 내지 않아 검찰 수사가 이어지던 시기와도 겹친다.  

전두환 사돈의 의아한 미납 추징금 자진납부..비자금 관리인?

2013년 9월 10일 전두환 장남 전재국이 서울중앙지검에 나와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고 일가가 함께 전두환 추징금을 완납하겠다고 약속했다. 뉴스타파가 그 해 6월 전재국의 조세도피처 유령회사 설립과 해외비밀계좌 개설 사실을 폭로하고 3개월만이었다. 전두환 일가의 이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전두환 씨의 해외 은닉 비자금 의혹은, 1995년 12.12 및 5.18 특별수사본부에서 전두환과 노태우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도 당시 수사의 한계로 짚었던 부분이다. 2013년 검찰 수사가 한 차례 더 이어지고 한국 검찰이 미 법무부에 공조 수사를 요청하며 와이너리 쪽으로 수사망이 좁혀들자, 어쩐 일인지 이희상 회장은 사돈의 미납 추징금 중 274억을 본인이 자진 납부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2014년 완납했다. 
미 법무부는 이 금액과 비슷한 2,750만 달러를 미국 현지에서 추징하는 것을 도왔다며 이렇게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한미 공동 수사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의 측근이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 유죄 판결에 대한 일부 합의금으로 약 2750만 달러를 한국 정부에 추가로 납부했습니다.” 
그러나 미 법무부와 한국 검찰, 이희상 회장 모두 이 납부금이 무엇인지, 왜 이희상 회장이 내야 했는지를 공식 확인해 준 적은 없다. 이희상 회장의 추징금 대납 뒤인 다음 해, 동아원그룹은 워크아웃을 했다. 
전재만 씨와 이희상 회장은 많은 재산을 주고받아 왔다. 전재만에게 큰 재산이 생길 때마다 공식 출처는 장인이었다. 그래서 이희상 회장은 전두환 비자금 관리인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 왔다. 전재만과 관련해 처음 불거진 비자금 의혹 역시 장인의 결혼선물에서부터다. 
1995년, 24살 젊은 나이에 큰 사위가 된 전 대통령의 아들에게 이희상 회장은 160억 원어치의 무기명 채권을 건넸다. 결혼선물이라는 명목이었다. 그러나 당시 전두환 비자금 수사에서 검찰은 이 채권 중 114억 원이 전두환의 비자금이라고 판단했다. 이희상 회장은  이를 부인했다. 채권은 죽은 아버지에게 증여받은 것이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증여세만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희상 회장은 1년 만에 자기 말을 뒤집는다. 1998년 국세청을 상대로 증여세 취소소송을 벌이며 “검찰의 추궁을 모면하려고 엉겁결에 문제의 채권을 사업가인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뒤집힌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채권의 정체가 다시 모호해졌다.
전재만이 소유했던 지하 4층 지상 8층 규모인 100억대 한남동 건물(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28-2번지) 역시 문제였다. 그는 아버지 전두환이 내란 사건 확정판결을 받은 지 1 년 뒤 이 건물을 팔았다가 장인이 최대주주로 있던 대산물산 관련자를 통해 4년만에 되샀다. 검찰이 이 건물이 전두환 비자금이 아닌지 문제 삼자, 전재만은 장인 이희상 회장에게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전재만은 결혼 전이자 건물이 올려지기도 전인 23살 당시부터 이미 건축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결국 이 건물은 2013년 꾸려진 검찰의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에 압수돼 공매 절차를 밟았다. 이희상 회장이 증여해 줬다는 재산과 관련해 늘, 전두환이 우회적으로 아들 전재만에게 증여한 비자금 아니냐는 의혹이 일어왔고, 적어도 일부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환영만찬(2022년 5월 21일) [출처: 대통령실]
전두환은 2003년 당시 추징금과 관련된 재판에서, 측근과 자녀들의 도움으로 겨우 생활할 정도라 추징금을 낼 돈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손자 전우원 씨의 기억은 전혀 달랐다. 연희동 자택 안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는 이순자 씨의 영상은, 광주와 관련된 재판에 불성실하게 임하면서도 골프 라운딩은 빼먹지 않다가 동영상에 찍혔던 전두환을 떠올리게 한다. 
전두환 손자의 행보를 두고 다양한 시각이 오갔지만, 적어도 전두환 사망 뒤에 대중의 기억 속에서마저 희미해져 있던 922억 원의 미납 추징금, 그리고 오래된 해외 은닉 비자금 의혹을 다시금 우리 앞에 가져다 놓았다. 미납 추징금은 전두환 일가가 국민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다. 전두환의 가족과 측근을 전두환 사후에도 소환하는 이유다. 
전재만의 미국 호화 와이너리 다나 에스테이트와 관련해 가장 최근 한국 정부가 한 일은, 한미 정상회담 후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에서 전재만의 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을 만찬주로 쓴 일이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