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알고도 덮었나?...HDC신라면세점 밀수 은폐 의혹

2019년 10월 08일 16시 51분

관세청이 HDC신라면세점 전 대표의 시계 밀수 사건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가운데, ‘호텔신라 측이 이미 2년 전 밀수 사실을 확인하고도 은폐했다’는 관계자 진술을 뉴스타파가 추가로 확보했다.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최근 뉴스타파와 만난 자리에서 “2년 전 비리 직원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의 시계 밀수 지시가 확인됐다. 하지만 호텔신라는 이 대표를 해임한 뒤 사건을 덮었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6월,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중국인 브로커를 동원해 최고급 명품시계를 밀수, 국내로 반입했다는 의혹을 연속보도한 바 있다.(신라면세점 녹취파일1 “피아제 시계는 빼자, 안 그러면 큰일 나”)

관세청,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 ‘밀수 혐의’로 검찰 송치

▲ 시계밀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은 지난달 25일 이길한 전 대표를 비롯해 HDC신라면세점 전현직 직원 7명을 관세법 위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길한 전 대표는 지난 2016년 4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서울 용산구 HDC신라면세점과 서울 중구 신라면세점에서 중국인 브로커들을 동원해 시가 수천만 원 상당의 명품시계를 구매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황모 씨 등 HDC신라면세점 직원들을 홍콩으로 보내 중국인 브로커가 사들인 명품시계를 국내로 반입했다. 

관세청은 석달간의 수사를 거쳐 지난 9월 이길한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인천지방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그런데 뉴스타파는 HDC신라면세점 전 대표의 밀수사건을 추가 취재하던 중 수상한 대목을 확인했다. 호텔신라 측이 이 전 대표의 시계 밀수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 단서는 HDC신라면세점 공시자료에서 나왔다. 이 전 대표가 대표이사 임기를 2년도 못 채우고 중도해임된 사실이 공시자료로 확인된 것이다. 

취재진은 이 전 대표의 해임과정을 확인하던 중,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진술을 들을 수 있었다.  

회사에 투서가 들어와서, 한 직원에 대한 조사를 벌이다가 이 직원에게 이길한 대표가 시계 밀수를 지시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이 사실을 호텔신라측에서 알고 이 대표를 바로 대표이사에서 잘라버렸습니다. 그게 지난 2017년 4월쯤이에요.

HDC신라면세점 관계자

서울 용산역사 내에 위치한 HDC신라면세점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면세점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범 현대가인 HDC와 손잡고 만든 회사다. 합작 비율은 50대 50. 지난 2015년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따낸 HDC신라면세점은 개장 이후 급성장했다. 2018년 매출액은 6516억여 원에 달했다. 

HDC신라면세점은 현재 HDC와 호텔신라가 각각 대표이사를 선임, 공동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길한 전 대표는 호텔신라 면세점 부분의 임원 출신으로 지난 2015년 12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2년 전 면세점 측이 이길한 대표 해임 시키고 덮었다”...은폐 의혹 

면세점은 관세청의 특허 심사를 바탕으로 허가되는 특혜성 사업이다. 따라서 면세점 대표의 밀수 사실은 향후 특허 갱신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관세법(279조)은 ‘면세점 대표가 관세법으로 벌칙을 받을 경우에는 면세점 법인에게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이 면세점 특허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은 물론, 면세점 법인이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이 전 대표의 밀수사건을 은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면세점 대표가 밀수 의혹으로 수사를 받게 된 것은 지난 1979년 우리나라에 면세점이 들어선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면세점 대표의 밀수사실이 확정되면, 면세점 특허 갱신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지난 3월 관세청이 공시한 ‘보세판매장 특허갱신 평가기준’에 따르면, 평가항목 중 ‘임직원의 부정 비리 여부’가 전체 평가의 10%(1000점 중 100점)을 차지한다. 또 관세법 양벌규정에는 면세점 대표자가 관세법에 따라 벌칙을 받게 되면 면세점 법인에게도 벌금형을 부과하게 돼 있다.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1장에서 규정한 벌칙(제277조의 과태료는 제외한다)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科)한다.

관세법 제279조 양벌규정

만약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의 밀수 혐의가 수사와 재판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면, 해당 면세점은 최악의 경우 특허권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내년에 특허 갱신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2년 전 밀수 사실 알았나?’ 의혹에 호텔신라 측은 ‘무응답’

취재진은 “호텔신라가 이미 2년 전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의 시계밀수 사실을 알고도 덮었다”는 관계자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2017년 당시 이 전 대표와 함께 HDC신라면세점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양 모 씨를 찾아가 물었다. 하지만 양 씨는 의혹을 부인했다. 호텔신라측은 같은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길한 전 대표 밀수 사건 수사는 인천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양건수)가 맡아 진행한다. 이번 밀수 사건이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의 개인 비리인지, 아니면 조직적인 문제인지, 만약 제기된 의혹대로 은폐시도가 있었다면 어느 선까지 연루됐는지 등 남은 의혹은 향후 검찰 수사로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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