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다큐] 윤석열의 내란-계엄을 막은 사람들
2024년 12월 22일 19시 50분
낙원이라도 건설할 듯 한 달콤한 약속이었습니다. 낙동강, 영산강, 한강, 금강에는 신천지가 들어설 것 같았습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3년간 22조원이라는 거액이 들어갔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이라는 말이 허투루가 아니었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남한강의 이포보입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개방행사에 참석한 4대강 사업의 상징과도 같은 곳입니다.
이포보가 자랑하는 건축물은 바로 수중광장입니다. 어린이들이 뛰어놀 정도로 잘 정비된 주변 공간이자 물놀이 공간이라고 소개합니다. 과연 실제 모습은 어떨까요. 인적을 찾을 수 없는 수중광장. 경고문이 붙어 있습니다. 관할 여주군은 공식적으로 물놀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빨려 들어갈 정도로 물살이 세서 사용을 할 수 없는 공간. 물놀이를 할 수 있다는 4대강 추진본부의 약속은 지켜질 수 없었습니다.
[여주군 한강살리기 사업지원단 직원] “아, 수영 낚시 금지구역이요?” (예.) “(간판) 쳐놨죠. 보가 있는 구간이 위험해 가지고. 근데 그건 위험.. 그쪽은, 보 구간은 위험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쪽은 유속도 세거든요. 사람이 빨려들어 갈 수가 있잖아요.”
[이포보 수중광장 주변 상인] (올해, 올 여름에 수중광장 몇 번 개장했나?) “한 번 했어요. 한 번.” (한 번이요?) "예. 한 번 열었어요.“ (한 번 열었어요?) “예. 개장이요.” (안 열었어요, 정말?) “수질 상태도 고려해 본다고... 그것도 그렇고 또 이제 이 물이 이제 서울 사람들이 먹는 물이니까 환경적 문제로 그렇게 해가지고 (수중광장을) 잘 안 열어요.”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수자원공사를 찾았습니다.
[수자원공사 이포보 관계자] (수중광장, 어떻게 올해 이용은 했나요?) “예. 올해 한 번 이용했습니다. 여주군에서 행사 할 때 했는데.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저희도 계속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나요, 수중광장 같은 경우?) “...(한숨) 아니 사전에” (국가의 세금이 들어가는 큰 사업이잖아요? 그래서 그 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여졌는지는 중요한 문제잖아요.) “뭐 저보다 내용을 더 많이 아시는 것 같고, 다 내용을 알고 오신 것 같은데 저희가 임의로 다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보 주변에는 벌써부터 상류에서 내려온 퇴적물들이 쌓였습니다. 4대강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우려되어 온 상황입니다. 심지어 보를 지탱하던 하상 보호공까지 떠밀려 왔습니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이었던 낙동강 구간은 거대한 강수욕장을 자랑합니다. 해운대를 연상하게 하는 조감도에는 물놀이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으로 활기가 가득합니다.
실제 모습입니다. 완공을 2주 앞두고 있는 모습입니다. 쓰레기와 잡초가 즐비합니다. 강수욕장의 나무들은 대부분 살아있지 않았습니다. 4대강 사업구간에는 수십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지만 절반 이상이 집단 고사했습니다.
[정수근 대구 환경운동연합] “이게 강변에서는 사실 안 어울리는 나무들인데, 사실 가로수로 많이 쓰지. 강변에서는 주로 버드나무들이 대부분 이뤘고 원래 버드나무 군란이 이런데 있었던 거죠. 그런 (버드) 나무들은 다 베어내고, 공원 조성한다고 (메타세과이어를) 심어뒀는데 참 강변하고는 안 어울리는 나무들을 심어놨어요.”
나무들을 살리기 위해선 또 다른 예산도 필요해 보입니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공원을 만들어 놨는데 강변에다가 뭐... 배나무, 복숭아나무, 소나무 이런 것들을 심어놨는데 비 한 번 오니까 다 죽어버리더라고요. 물에 잠겨가지고. 그리고 뭐 (나무가) 죽기만 하겠어요? 흙탕물 들어가죠, 또 무너져 내리죠. 이건 유지관리가 엄청 돈이 많이 드는 겁니다.”
사람들이 수영할 강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낙동강 25공구 공사 관계자] (물은 수영할 만한 물이에요?) “지난번의 녹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안 오고 있습니다. 녹조가 많이 발생하고 하다 보니까 그 가장자리에 녹조 생기지, 뭐 생기지 하다 보니까 실제로는 인수인계하고,1~2년 안에는 지자체에서도 추가로 시설하고 뭐 해야 사람들이 드나들지.” (여기 녹조가 좀 발생했어요?) “낙동강 전체에 (녹조가)... 왜 뉴스로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더 잘 아시죠 뭐.” 강수욕장, 상태공원, 습지공원 등의 형태로 지금 4대강에는 여의도 전체 면적의 40배에 이르는 하천부지가 공원입니다. 이용할 사람이 없고 관리할 주체도 없어서 황폐화 되고 있습니다.
[정수근 대구 환경운동연합] “공원인지 잡초공원인지 모를 정도로 잡초가 무성히 자라 있습니다. 그래서 공원으로서의 기능은 사실상 못하고 있고. 그냥 방치해 두는 셈이죠. 가보면. 지자체가 원래 관리하게 되어 있는데 개망초(잡초) 공원이 됐어요.”
강모래로 골재를 만들어 큰 수익을 올렸던 시설들이 그대로 공원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4대강 전체 공원은 234개에 이릅니다. 조성하는 비용으로 2조 원이 들었습니다. 100억짜리 공공 도서관을 200여 개나 만들 수 있는 예산으로 아무도 오지 않는 공원을 조성한 것입니다.
금강 사업구간에도 폐골재 선박들은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선주들과의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20척 이상이 방치되어 있습니다.
정부는 전국에 4대강 공원 관리비로 약 400억 정도를 책정했습니다. 공원 하나 당 1억이 조금 넘는 예산입니다. 안전상의 문제도 크게 대두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고 관리하지 않는 공원에서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를 일입니다.
이름은 생태공원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생태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생태계의 파괴가 진행되었습니다.
[오충현 동국대 교수 / 생태학] “하루에 그 공간을 지나다니는 분들이 불과 백 명 미만인 경우도 흔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공간을 만약에 서울과 같은 고수부지처럼 공원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서 관리를 한다, 그러면 그것은 어마어마한 비용을 투입해서 관리를 해야 하는 거고. 실제로 그렇게 투입을 해서 관리를 한다 그래도 효용도 별로 없는 거거든요. 이용하는 시민이 별로 없기 때문에요.”
이런 공간은 생태학적으로 큰 재앙을 가져올 여지가 있습니다.
[정수근 대구 환경운동연합] “습지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더욱이 저기 보이는 나무들이 옛날 모습들이고 이런 숲이 빼곡히 둘러싸여 있었는데, 나무를 다 베어내고 완전히 개활지를 만들어 버렸죠.” (왜 개활지를 만들었나요?) “여기는 이제 이른바 생태공원을 만든다고 이렇게 해서 뭘 또 심는대요.”
생태 습지 위에 억지로 인공적인 작업을 하다 보니 습지들은 지금 사막화 되고 있습니다. 관리는커녕 생태적인 복원마저 요원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공원들을 수백 개나 조성한 것일까.
[홍성태 상지대 교수] “그런 공사 (생태공원 조성)를 하는 목적은 두 가지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우선 첫 번째로는 그 자체로 그런 (생태공원) 사업을 통해서 공사비를, 사업비를 늘릴 수가 있죠. 그리고 그런 공사들은 지역 업체에서 하기 때문에 지역 업자들에게 공사비를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용도가 되고. 선전용, 어떤 면에서는 그럴 듯한 외양으로 국민들을 속이기 위한 그런 수단, 그런 목적으로 4대강 생태공원이니, 자전거 도로니 하는 것들을 어마어마하게 일시에 건설하게 됐던 것이죠.”
과연 4대강 추진본부에서는 이런 현상들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을까.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 (보도 자료에 400억 원대가 나오는데요. 생태공원 관리비용이 400억 원으로 가능할까요?) “나중에 우리 시간을 가지고 자세하게 질문하고 충분하게 답변을 하도록 합시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관리하는 게 5천억이 넘는다고 계산해 놨습니다. 시설만 관리하는 유지비가.” (국가에서 400억 얘기하던데...?) “400억이 아니라 몇 천억 되어 있을 거예요. 우리가 단가를 가지고 계산한 자료가 있으니까.”
[홍현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일단 건설해 놨어요. 건설해 놔서 유지 관리한다는 얘기는 유지관리 비용에 비해서 유지관리이 편익이 커야 유지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유지관리 비용보다 편익이 클 가능성이 전혀 없잖아요. 그러니까 버려야 해요. 지금 상황에서는 그냥 버려야 합니다,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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