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리보장원 부실 질타한 국회, '적극 행정이다' 황당 답변한 원장

2024년 10월 21일 20시 00분

21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 아동권리보장원(이하 보장원)에 대한 집중 질의가 이어졌다. 앞서 뉴스타파는 보장원에서 지난 10년간 진행했던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의 부실 의혹을  연속 보도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뉴스타파가 보도한 △백지 스캔, △ 기록물 DB 구축 가이드라인 미준수, △허위 검수 및 감리 지적사항 미수정 의혹 등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보장원 소속 본부장이 직원을 회유하여 문제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도 추가 공개됐다. 국감에 출석한 정익중 원장은 보장원의 대응을 '적극 행정'으로 자평하는 등 답변 태도로 의원들의 빈축을 샀다. 

"보장원 설립 이래 가장 큰 총체적 부실"

야당 의원들은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의 총체적 부실을 지적했다.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은 전국 아동복지 시설에 흩어져 있는 입양 기록을 보장원이 통합 관리하겠다는 목적으로 지난 2013년 시작된 사업이다.
하지만 사업 초기 법적 근거가 미비해서 기록 원본은 거의 보장원이 확보하지 못했고, 대신 원본을 스캔해 데이터를 구축하는 식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스캔본의 진본성을 확보할 ‘면 표시’ 등의 장치 없고, 아무 내용이 없는 백지가 다량 포함되는 등의 문제가 발견되면서 사업 전반의 신뢰도 문제가 불거졌다.
입양기록 전산화 사업 개요. 개별 시설마다 흩어져있는 입양 기록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시작됐다. 
김남희 민주당 의원은 용역·감리업체에 대한 보장원의 관리 부실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산출물인 외장하드 등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전산화 기록들을 ACMS(입양정보 통합 관리 시스템)에 제대로 업로드를 했는지, △10년간 문제가 있었는데 왜 계속 같은 업체와 계약을 한 건지 등을 정익중 원장에게 물었다.
정 원장은 “재임 전에 벌어진 일을 제가 발견해서 지금 충실하게 해결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정 원장은 지난해 아동권리보장원장으로 취임했다. 
김윤 민주당 의원은 보장원이 상급 기관인 보건복지부에 언제 보고했는지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보장원 규정에 의하면 내부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지체 없이 보건복지부 장관에 보고하도록 되어있다”라며 구체적인 보고 시점을 물었다. 정 원장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복지부에 보고하라고 얘기했던 것 같다”라고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이개호 민주당 의원은 ‘백지 스캔’ 문제를 언급하며 정 원장에게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냐”라고 물었고, 정 원장은 “저희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안타까운 정도가 아니라 충격적인 것”이라며 “지도 감독 기관인 보건복지부는 뭘 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스캔본에 면 표시도 없는데 보장원은 검수에 이상이 없다는 서명을 하고 예산을 다 집행했다”라며 “누군가 책임을 져야 되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도 “보장원 설립 이래 가장 큰 총체적 부실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원장님도 다 안다", "일 키워서 좋을 게 없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보장원 이모 경영전략본부장이 기록물 관리 전문 요원 A 씨와 나눈 대화 음성 녹취가 공개됐다. 이 본부장은 복지부에서 아동권리보장원에 파견한 공무원이고, A 씨는 지난 6월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 관련 여러 문제점을 정익중 원장의 지시로 조사하고 보고한 인물이다. A 씨는 당시 보장원 내부 감사팀장이 본 사업에 관여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내부 감사'대신 '외부 감사'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원장에게 피력한 바 있다.
녹취가 공개된 대화는 A 씨가 정 원장에게 보고를 한 다음날 이뤄진 것이다. A 씨와 이 씨는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 감사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공개된 녹취에 따르면 A 씨는 "감사팀이 다 한 패다"라고 말했고, 이 씨는 "원장님도 다 알고 있다. 어쨌든 캐치(파악) 한 내용을 더 크게 하면 본인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다. 하더라도 (내부) 감사팀에서 한 걸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녹취를 공개한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복지부에서 (직원을) 협박하라고 공무원을 파견하냐", "이 일 내부적으로 덮으려 한 거냐"라고 질의했다. 이에 정 원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A 씨와 이 대화를 주고받은 이 씨는 "내부 고발이나 공익 제보가 심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잘 알아서 그렇게 말을 한 것"이라며 "(보장원 업무가) 앞길이 9만 리인데 과거 사안을 문제 제기하니 이런 부분이 조직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복지부에 "감사 들어간 지 한 달이 넘었다. 잘못을 못 잡아내면 복지부가 직무 유기다. 철저히 조사하고 예산 전액 환수, (아동권리보장원에 대한) 고발 조치도 하라"라고 요구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보장원이 이 사업에 관여했던 당사자에게 사내 조사를 맡긴 사실을 보도했다. 보장원은 보건복지부의 현장 검사 이후에야 뒤늦게 그를 감사 업무에서 배제했다. 
이에 대해 김윤 민주당 의원은 보장원의 '셀프 감사'라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자신이 내부 감사를 지시할 시점에는 해당 감사팀장이 이 사업에 관여됐는지 몰랐다며 “(해당 감사팀장은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을)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고 얘기했다”라고 주장했다.  

정익중 원장 태도 지적… “자랑하러 오신 건지”

21일 국회 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는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
국감에 나온 정익중 원장은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대응을 두고 “재임 전에 벌어진 일을 제가 발견해서 지금 충실하게 해결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극 행정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이 같은 정 원장의 답변 태도를 두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서미화 민주당 의원은 “(정 원장이) 피감 기관이라는 걸 인식을 못 하시는 것 같다”라며 “뭘 자랑하러 오신 건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 “국감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하고 책임 있게 답변하시도록 위원장님께서 강력하게 주의를 주시라”라고 발언했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 역시 정 원장의 발언을 두고 “재임 전에 발생한 일이라며 선을 긋고, (대책을) 충실하게 하고 있는지 아닌지 본인이 판단해서 말해도 되냐”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정 원장이 ‘감사팀장이 이 사업에 관여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에 대한 답변을 머뭇거리자 “이 질의만 오전 내내 했는데 기초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국감장에) 들어오시면 어떡하냐”, “이게 충실하게 해결하는 과정에 있는 거냐. 국감장에 오는 태도와 준비, 성의가 이런 식인데”라고  정 원장을 질책했다.
제작진
촬영오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