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윤석열 정권의 검찰 수사팀이 남욱 변호사를 조사하면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입수했다. 2022년 11월 15일 조사에서 남욱은 " 2011년에 대검 중수부장이었던 김홍일과, 최재경을 비롯한 검사들에게 김만배가 청탁을 했다고 들었고, 중수부 조사를 마친 조우형을 자신이 직접 만났다"고 진술했다.
남욱은 2021년 조사 때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2022년에도 조우형에 대한 '수사 무마'가 있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정리하면 남욱은 김만배가 '윗선' 로비를 펼쳤다고 들었다는 진술 만큼은 그대로 유지했다.
현재 언론에는 조우형 사건과 관련해 남욱이 2021년 진술 모두를 뒤집었다는 식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남욱의 2021년과 2022년 검찰 조서를 비교하면, 남욱이 2022년 조사에서 말하지 않은 건 '주임검사와 커피' 얘기 뿐이다.
남욱의 반복된 진술 "김만배가 대검 중수부장들에게 로비했다 들어"
이날 남욱은 "2011년에 피의자는 김만배에게 어떤 도움을 받았나요"라는 검사 질문에 "김만배가 조우형의 변호사로 박영수 고검장을 추천하고, 김홍일 고검장 및 최재경 검사장, 친한 검사들에게도 일이 잘 해결되도록 부탁을 하겠다고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남욱은 "저와 김만배는 조우형이 검찰청에서 수사를 받는 동안 기다렸다가, 조사가 마치면 조우형을 데리고 가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조우형이 수사에 협조한다는 조건으로 조우형 본인은 특별히 처벌받지 않고 사건이 잘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김만배는 조우형으로부터 1,500만 원인가, 3,000만 원인가를 받았다고 합니다"라고 덧붙인다.
남욱 피의자신문조서(2022.11.15)
남욱은 1년 전에도 비슷한 취지로 검사에게 진술한 바 있다. 아래는 2021년 11월 19일 남욱의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이다.
남욱 피의자신문조서(2021.11.19)
빠진 진술은 '주임검사와 커피'뿐, '김만배 윗선 청탁' 진술은 함구하는 검찰
2021년 11월 19일 조사에서 남욱은 "조우형이 두번째 조사를 받고 나와서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줬다고 했었고, 그 사람이 윤석열 중수2과장이라는 것은 김만배로부터 들은 것 같습니다"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후 남욱은 조우형과 대질하면서 자신이 착각했다는 식으로 이 부분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둘이 실제로 대질 신문을 벌였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만약 '윤석열 커피' 얘기와 관련해서 번복을 했다고 하더라도, 1년 후 남욱은 다시 검사에게 '김만배의 윗선 청탁' 진술을 반복해서 꺼냈다. 이 같은 반복된 남욱의 진술에 대해서 검찰은 입을 다물고 있다.
남욱 피의자신문조서(2021.11.19)
김만배의 인맥 과시? 남욱 "실제로 이뤄진 일, 대단해 보였다"
남욱과 정영학은 검찰 조사에서 '김만배의 법조 인맥'이 단순한 허언이 아니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김만배가 단지 말로만 했다면, 자신들이 갖고 있던 대장동 사업 지분을 김만배에게 뺏길 이유가 없었단 것이다.
뉴스타파가 지난 1월 공개한 1,325쪽 정영학 녹취록에도 김만배를 통한 수사 무마 상황이 세 번 이상 등장한다. 2011년 대검 중수부 조우형 사건 외에도 결과적으로 김만배가 고위직 전관을 통해 무마하거나 축소한 수사들이 더 있단 얘기다.
남욱은 '김만배의 윗선 청탁'이 과시나 과장이 아니냐는 검사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만배가 청탁을 받고 불기소했는지까지는 몰라도, 김만배가 검찰 윗분들에게 얘기를 하기는 했다고 봅니다. 이런 건 나중에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인데, 김만배가 아무 부탁도 안 했으면서 그렇게 과시를 했겠어요? 사업이 걸려있는데?...실제로 김만배가 사건이 처분되기 전에 '무혐의 처분될 거야'라고 말해준 적도 있습니다. 그러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김만배가 대단해보이죠".
남욱 피의자신문조서(2022.11.15)
2021년 12월에 남욱과 조우형이 대질 신문? 대장동 수사기록에는 빠져 있다
검찰은 남욱과 조우형이 대질 신문을 통해 '주임검사와 커피' 등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실제로 대질 신문을 벌였는지도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검찰의 대장동 수사 증거 기록에는 당시 대질 신문 때 검사가 작성한 조서가 빠져 있다.
대질 신문을 정식으로 한 것인지, 면담 형식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조서를 작성했지만 사건 본류라고는 판단하지 않아서 법원에 제출할 때 검찰이 임의로 뺀 것인지. 정확한 답은 검찰만이 알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건, 두 사람이 대질 신문을 벌인 후에도 남욱은 2011년 대검 중수부가 조우형을 조사할 때, 김만배가 법조 로비를 펼쳤던 정황을 반복해서 검사에게 진술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