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채널 설립의 근거가 된 미디어법에 반대하며 지난 2009년 언론사 총파업 투쟁을 이끌었던 최상재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에게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20일 지난 2009년 한나라당 미디어법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에 진입하고, 3차례의 미디어법 반대 언론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상재 전 위원장 등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파업의 정당성에 대한 피고인들의 주장은 부당한 파면 철회를 요구하는 근로조건 개선과 관련된 것으로 이번 사건과 쟁점을 달리한다며 원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서울고등법원이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3년 간 끌어오다 결국 원심 그대로 확정한 것이다. 서울고법 제21형사부는 최 전 위원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이근행 전 MBC 노조위원장에 벌금 1000만원, 박성제 전 MBC 노조위원장에 벌금 400만 원, 정영하 전 MBC 노조 사무국장과 최성혁 전 MBC본부 교섭쟁의 국장에게는 벌금 250만 원,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에 200만 원, 황성철 전 MBC 노조 수석 부위원장에 300만 원을 각각 선고한 바 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한 공익 목적의 파업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반복적으로 파업을 주도해 언론사가 입은 피해가 적지 않고 절차적인 면에서 실정법을 위반한 정도가 중하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2008년 12월과 2009년 2월과 7월, 3차례에 걸쳐 미디어법 통과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진행한 최상재 전 위원장 등은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점거한 상태에서 단독으로 미디어법을 강행 처리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국회에 진입했고, 업무방해와 집시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2009년 미디어법 강행으로 현재 종편 탄생…최상재 전 위원장 “우리 싸움은 정당했다"
2009년 7월 22일 여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된 미디어법 3개안(방송법, 신문법, IPTV법)은 신문사와 대기업이 지상파방송의 10%,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채널의 30%까지 지분을 소유할 수 있게 한 법안으로,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4 개의 종합편성채널이 생긴 근거가 됐다.
최 전 위원장은 실형이 확정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재판부가 언론 악법의 부당함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항소심 판결 이후 3년이나 묵힌 끝에 한 점 고침없이 판결을 내렸다는 점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법 통과로 종편 탄생 이후 우리 언론 상황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질적 하락과 시장 과부하에 봉착하게 됐다”며 “이 같은 현상을 놓고 볼 때 우리들의 싸움은 정당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법원 선고를 지켜본 채수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절차와 방법을 문제 삼았을 뿐 파업의 정당성은 법원으로부터 확인 받았다”며 “앞으로도 당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같은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각 언론사가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을 두고 해당자들에 대해 인사 조치를 할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며 “노조 차원에서 이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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