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은 경북 봉화에서 발원해 영주시와 예천군을 휘감아돌다 문경시에서 낙동강과 합류하는 강이다. 소백산에서 사시사철 내려오는 맑은 물이 봉화의 사질풍화토가 공급하는 모래와 더불어 흐르는 모래강이다. 화강암 지층이 발달한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모래강들이 발달했는데 내성천은 그 중에서도 백미다. 한국 모래강의 아름다움에 대해 일찍부터 연구해온 오경섭 교원대 명예교수(지형학)에 의하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해도 손색이 없는 강이다.
그런데 내성천이 시름시름 죽어가고 있다. 4대강사업으로 강을 가로질러 영주댐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영주댐은 낙동강에 맑은 물을 공급해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발상에서 건설된 우리나라 최초의 ‘수질개선용' 댐이다. 농업용수공급이나 홍수예방, 전력생산 등의 기타 기능을 다 합쳐도 전체 댐 효용의 10% 정도에 불과하고 90% 효용은 수질개선으로 얻게 되어 있는 댐이다. 그러나 영주댐은 수질개선은 커녕 녹조로 낙동강을 더럽히는 존재가 됐다. 또한 물과 모래의 이동을 막아 내성천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 내성천 제1의 명승지인 회룡포는 영주댐 건설 뒤 망가진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내성천 회룡포의 2011년 모습(위)와 2020년 모습(아래). 영주댐 건설 후 아름다운 옛모습을 잃었다. (사진:박용훈 생태 사진작가)
‘영주댐 정상가동하라’는 영주시와 주민
문재인 정부 들어 환경부는 애초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부작용이 심각한 영주댐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논의하기 위해 ‘영주댐 처리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체'(이하 영주댐협의체)를 구성했다. 또 환경부는 2019년 9월 일단 영주댐 물을 방류해서 자연상태의 하천으로 되돌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막상 10월 15일 영주댐 방류를 시작하려 하자 영주시와 일부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댐 바로 밑에 텐트를 치고 방류를 막고 있고 영주시도 이를 지원하고 있다. 영주시와 주민들은 댐 방류 결정이 사실상 영주댐 철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면서 댐을 정상가동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영주시가 방류를 반대하는 이유는 댐과 연계한 관광, 스포츠 사업이 댐 물을 방류할 경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장욱현 영주시장은 그동안 관광,스포츠사업에 약 1700억의 예산이 투입되거나 계획되어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 액수 안에는 국비와 도비, 수자원공사의 지원이 들어가 있고 아직 계획단계인 것도 있어 시가 이미 지출한 규모가 얼마인지는 불분명하다.
1년 전에 보도된 영주댐 방류계획도 모른 영주시, 예산낭비 논란
그런데 영주시는 그동안 환경부의 댐 방류계획도 모른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장욱현 영주시장은 ‘환경부의 방류계획을 몰랐느냐’는 뉴스타파의 질문에 “몰랐다. 지역민과 협의 없이 방류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미 2019년 9월 방류계획을 보도자료로 밝힌 바 있고 영주댐협의체에 지역주민들도 참여해왔다. 국정감사에서도 영주댐에 대한 존폐 문제가 강하게 거론돼서 영주시의 시의원이 질의를 통해 사업의 속도를 조절해달라는 요구를 한 바도 있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들어 영주댐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도 아랑곳없이 영주시는 댐이 존속할 것이라는 자신들의 희망을 전제로 투자를 계속한 것이다. 이서윤 영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 쪽만 바라보고 관광사업을 위해 토지를 매입하는 등 달려온 부분들은 예산낭비다.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고 지적했다.
영주시는 또한 방류를 하면 내년 봄에 쓸 농업용수가 없어서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경오 한경대 토목안전공학과 교수는 ‘농업용수 때문에 댐이 있어야 한다면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논에다 물을 대기 위해서는 다 댐이 필요하다 라는 논리가 된다. 댐 없이도 그냥 하천에 물만 흘러가면 거기다 양수시설만 하게 되면 농업용수 양수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상화 영주댐협의체 공동대표는 “영주시가 방류를 하면 농업용수에 문제가 생긴다는 정보를 사전에 협의체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영주시는 이처럼 문재인정부 들어 영주댐 문제가 근본적으로 검토되는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채 각종 사업을 밀어붙이다 막상 댐 방류가 되는 상황을 맞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주시의 반발에는 경상북도(도지사 이철우)까지 가세해 자칫 정치적인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내성천 대신 영주댐을 선택한 영주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나
영주시는 영주댐 건설과정에서 230만톤의 모래를 채취해 17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영주댐 건설 당시 1년 동안의 모래 유입량을 15만 톤으로 계산한 것을 감안하면 약 20년 동안 상류에서 내려올 모래를 한꺼번에 판 것이다. 김양호 수자원공사 영주댐사업부장은 ‘댐 상류에서 모래가 많이 내려오지 않고 있다. 골재채취로 모래가 없어진 공간을 메우면서 내려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시 영주시의 골재채취는 내성천에 결정적인 내상을 입혔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번 논란의 와중에서 영주시는 영주댐이 내성천의 수질이나 생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댐을 유지해야 한다는 태도만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댐에 물을 가득 채워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영주시의 전략이 과연 코로나 19 이후의 새로운 시대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내성천은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장거리 구간을 모래를 걸으며, 물을 밟으며 갈 수 있는 곳이다. 코로나 19시대 이후 자연을 사색하고 힐링하는 관광 트렌드에 맞는 매우 큰 관광적 가치가 있는 곳이다. 다른 데 없는 것을 관광자원화해야 하는데 어디서나 다 하는 댐관광 때문에 내성천의 생태를 희생시키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2011년 내성천을 걷는 사람들. 영주댐이 생기기 전 내성천은 약 80킬로미터를 모래를 밟으며 걸을 수 있는 강이었다.(사진:박용훈 생태 사진작가)
녹조독성 전문가 ‘영주댐은 낙동강의 녹조 공급처가 될 것이다.’
영주댐의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녹조를 제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10월 15일 영주댐 방류반대집회에서 “물에 녹조가 생기고 해로우면 우리한테 해롭지, 서울에 있는 사람에게 해롭지 않습니다. 우리가 관리할 겁니다.”라고 역설했다. 강성국 영주댐 수호추진위원장은 “수자원공사는 녹조를 제거하는 약품을 갖고 있다. 인체에 해롭지도 않다” 말했다.
그러나 환경독성 전문가로 한국의 녹조에 대한 연구를 해온 박호동 일본 신슈대 교수는 ‘영주댐을 그대로 두면 낙동강에 녹조를 공급하는 공급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녹조를 제거하는 약품에 대해서도 그는 ‘녹조 제거제는 저수지처럼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효과를 볼 수도 있으나 영주댐같이 깊은 곳은 효과가 적다. 또 제거제를 농도가 높게 투여해야 하는데 부작용이 상당하다'고 했다. 박호동교수는 ‘오랫동안 연구해온 일본의 한 호수 녹조를 정화하는데 40년이 걸렸고 비용도 2천억엔(한화 2조원 가량)이 들었다'고 했다.
2021년까지 영주댐 존폐 결정할 예정
영주댐 방류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영주댐 존폐를 두고 벌어질 갈등의 전초전이다. 그것은 세계적인 모래강 내성천을 다시 살릴 것인가, 녹조제조공장 영주댐을 끌어안고 살 것인가의 문제다. 만약 후자를 선택한다면 내성천의 죽음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물론 천문학적인 비용을 끝도 없이 지출해야 할 것이다. 내성천의 죽음은 낙동강에 모래를 공급할 공급원의 상실을 초래할 것이다. 낙동강의 보를 해체하고 생태를 복원하려 한다면 더욱 내성천의 복원이 필수적이다.
영주댐의 존폐는 영주댐협의체에서 2021년 초까지 댐 처리 대안들을 마련해 올리면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국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