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특활비’ 어디에 썼나…명절 앞두고 무더기 지급

2023년 07월 13일 20시 00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임 중이던 2017~2019년 각각 두 번의 설·추석 명절을 며칠 앞두고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를 한꺼번에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설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집행된 서울중앙지검(중앙지검)의 특활비는 2억 5천만 원에 이른다.
반면 윤 대통령의 후임이었던 배성범 전 중앙지검장의 경우 2019년 9월 추석을 앞둔 시점에 위와 같은 형태의 특활비 집행 내역이 따로 발견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지검장 시절, 기밀 수사에 써야 할 특활비를 ‘명절 상여금’처럼 유용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윤석열 대통령(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2017년 9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총 4차례 설·추석 명절을 앞두고 집행한 특수활동비는 2억 5천만 원에 이른다.

서울중앙지검, 명절 앞두고 특활비 2억 5천만 원 지급

뉴스타파는 지난 6월 23일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행정소송’으로 확보한 중앙지검의 2017년 6월~2019년 9월 치 특활비 집행내역(1,865쪽)을 전수 분석 중이다. 누가, 어떤 명목으로 받았는지 정보를 검찰이 모두 가려놓은 상황인만큼 특활비가 지급된 날짜와 당시 이루어지던 수사와의 상관관계를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이같은 시기별 패턴 분석 결과 가운데 오늘은 명절 '떡값'으로 의심되는 특활비 집행을 다룬다. 
윤석열 지검장의 재임 시기 서울중앙지검은 설 연휴를 앞둔 월요일마다 현금 수천만 원을 썼다. 날짜로는 2018년 2월 12일(월)과 2019년 1월 28일(월), 각각 설 연휴 사흘과 닷새 전이다. 연휴를 코 앞에 두고 지급된 특활비는 2018년의 경우 7,100만 원이었고 2019년은 7,800만 원이다.
2018~2019년을 통틀어 하루에 이보다 더 많은 특활비를 지급한 날은 없다. 그해 가장 많은 특활비를 설 연휴 직전에 쓴 것이다.
2018년 서울중앙지검 특활비 지출내역. 설 연휴를 앞둔 2월 12일 그해에 가장 많은 특활비가 지출됐다.
2019년 설 연휴를 닷새 앞둔 1월 28일 특활비 7800만 원이 지급됐다. 2019년 중 이날보다 특활비가 더 많이 지출된 날은 없다. 
2018년 설 연휴를 사흘 앞둔 2월 12일 특활비가 지출된 것이 확인된다. 
매년 추석을 앞두고도 중앙지검의 특활비는 같은 방식으로 배분됐다. 2017년 추석 연휴는 9월 30일, 2018년 추석 연휴는 9월 22일부터 시작됐다. 각각 닷새와 이틀 전인 2017년 9월 25일(월)과 2018년 9월 20일(목)에 4,600만 원과 6,000만 원의 특활비가 집행됐다. 그해 집행액 기준으로 두번째로 많은 지출이었다. 
추석 연휴를 닷새 앞둔 2017년 9월 25일과 그 다음날인 26일의 특활비 지급 내역. 25일의 경우, 특활비 4600만 원이 15명에게 지급됐다. 
2018년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9월 20일, 모두 36명에게 특활비 6000만 원이 지급됐다.

최대 48명에게 차등지급 

이렇게 두 번의 설날과 두 번의 추석을 앞두고 4차례 집행된 서울중앙지검의 특활비 총액은 2억 5500만 원이다. 
금액뿐 아니라 특활비를 지급받는 사람의 수도 많았다. 2018년을 기준으로 1일 평균 특활비 지급 인원은 5~6명 정도였다. 그런데 설 직전인 2월 12일, 48명이 받았고, 추석 직전인 9월 20일에도 36명이 한꺼번에 받아갔다.
설 연휴 사흘 전인 2018년 2월 12일의 집행 세부 내역을 보면, △5명이 500만 원 △8명이 200만 원 △25명이 100만 원 △10명이 50만 원 등 모두 48명에게 특활비가 차등 지급됐다.
추석 연휴 이틀 전인 9월 20일에도 총 6,000만 원이 지급됐는데, △2명이 500만 원 △7명이 300만 원 △2명이 200만 원 △25명이 100만 원 등 모두 36명이 나눠가졌다. 2018년 한해 동안 이보다 많은 인원이 특활비를 받은 날은 없었다.
2019년에도 설 연휴를 닷새 앞둔 1월 28일, 18명이 서울중앙지검의 특활비 7,800만 원을 나눠받았다. △1명이 100만 원 △3명이 200만 원 △10명이 300만 원 △1명이 600만 원 △2명이 1,000만 원 △1명이 1,500만 원 순으로 차등 지급됐다.
2019년 1월 28일의 특활비 지급 내역, 총 7800만 원을 18명이 나눠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명절을 앞두고도 많은 인원이 특활비를 받아갔다. 추석 연휴 닷새 전인 9월 25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특활비 배분이 이뤄졌는데,  9월 25일에는 △3명이 500만 원 △7명이 300만 원 △5명이 200만 원 등 모두 15명이 4,600만 원을 받았고,  9월 26일에도 7명이 각 20만 원씩의 특활비를 받았다. 즉, 9월 25일과 26일 양일간 모두 22명이 4,740만 원의 특활비를 차등 지급받은 것이다.
이렇게 명절에 몰아서 특활비를 지급하다보니 평소보다 집행 액수도 크게 높아졌다. 예를 들어 중앙지검은 2017년 6월 한 달간 1,100만 원 △7월 3,940만 원 △8월 4,945만 원을 썼다. 한달 치가 추석 연휴 직전인 9월 25일 단 하루 동안 쓴 4,600만 원보다 적거나 조금 많은 액수다.
2017년 서울중앙지검의 특활비 지출내역, 추석을 앞두고 하루(9.25)동안 쓴 특활비가 이전 석달(6월~8월) 전체의 특활비 지출보다 많거나 조금 적었다. 

‘윤석열 명절 상여금’ 의혹… 후임 지검장 시기는 명절 집행 없어 

정리하면, 2017년 추석부터 2019년 설 명절까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명절 때마다 한꺼번에 15~48명의 사람에게 4,600만~7,800만 원의 특활비를 나눠줬다. 반면 윤 대통령의 후임 검사장인 배성범 전 중앙지검장 때는 2019년 9월 추석을 앞둔 시점에 이런 방식의 특활비 집행이 발견되지 않았다.
지급 시기와 방식, 규모를 종합적으로 살폈을 때 이런 특활비 집행 행태는 ‘윤석열의 명절 상여금’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 임은정 대구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지난 7일 MBC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특활비가 나눠 먹기 맞거든요. 저도 특활비 내려오는 거 받았으니까. (중략) 예컨대 특활비가 이영렬, 안태근의 돈봉투 사건도 있었지만… 검찰에서는 법은 내가 법인 분들이 많아서 개념이 없으세요. 내 마음이에요. 특활비가 쌈짓돈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걸로 쓰이니까 돈벼락을 맞는 검사들이 좀 있죠.

임은정 대구지방검찰청 부장검사 /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인터뷰(7.7)
뉴스타파는 지난 11일 대검찰청과 중앙지검에 설·추석 명절을 앞두고 나눠준 수천 만 원의 특활비가 정말 기밀 수사에 사용된 게 맞는지, 매년 명절을 앞두고 수십 명에게 특활비를 나눠준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당시 윤석열 지검장이 특활비를 나눠준 검사들이 있는지 확인을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13월의 돈잔치’ 

검찰이 침묵하고 있는 또 다른 특활비 오남용 의혹은 이른바 ‘13월의 특활비’다. 연말에 별다른 이유도 없이 국고 계좌에 남아있던 특활비 4억 1천만 원을 일선 검찰청에 나눠주는 방식으로 세금을 소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2년 5개월간 검찰이 쓴 특수활동비는 약 292억 원이다. 이 가운데 매달 고정 지출되는 정기지급분은 약 80억 원이다. 매달 초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전국 64개 또는 65개 검찰청에 일정한 비율로 배정된다. 이렇게 매달 배분된 돈이 2017년 3억 9천 9백만 원, 2018년 2억 7천 9백만 원, 2019년 1억 9천만 원 가량이다.
그런데 2017년 12월만은 한 달에 두 번 특활비가 지급됐다. 월 초에 지급된 정기지급분과는 별도로 성탄절 다음 날인 12월 26일에 특활비가 한 번 더 내려간 것이다. 대검찰청 계좌에서 4억 1천만 원이 인출돼 전국 63개 검찰청에 일정 비율로 차등 지급됐다.
앞서 설명한 대로 대검찰청은 2017년 12월 1일, 전국 64개 검찰청에 '특활비 정기지급분'인 3억 9천 9백만 원을 이미 내려보냈기 때문에, 이 4억 1천만 원은 별개의 돈이다. 전국 일선 검찰청마다 동시에 긴급한 '기밀 수사' 상황이 생긴 게 아니라면, 연말 마지막주에 특활비를 전국 고등·지방검찰청에 나누어준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대검찰청의 특활비 증빙 서류인 국고금입금의뢰서. 2017년 12월에만 전국 63개 검찰청에 특활비가 2번 집행된 것으로 확인된다. 

‘13월의 돈잔치’ 자금 출처는 ‘총장 몫 특활비’

더구나 12월 26일 지급된 특활비의 출처는 평소 대검이 일선 검찰청에 내려보냈던 장기지급분이 아니었다. 이른바 ‘총장 몫 특활비’에서 인출된 현금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 검찰총장은 문무일이다.
2017년 12월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전국 고등·지방검찰청에 특활비 4억 1천만 원을 나눠주지 않았다면, 이 돈은 전액 국고로 환수될 예정이었다.
‘총장 몫 특활비’에서 나온 문제의 4억 1천만 원은 며칠 뒤면 국고로 환수될 예정이었다. 집행하지 않았다면 전액 ‘불용처리’돼 국고 계좌에 남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쓰지 않아 국고 계좌에 남아 있는 불용 예산은 이듬해 대부분 환수 처리된다. 결국 검찰이 연말 국고 환수를 앞두고 남은 특활비를 나눠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정기 배분되는 금액은 이미 12월 초에 이미 한 번 다 배분이 됐어요. 이거는 쉽게 말해서 연말에 돈 남으면 보도블럭 깔듯이 연말에 돈이 남았다는 이유로 일선 검찰청에 한 번 더 특수활동비를 보낸 걸로 볼 수밖에 없고. 12월 26일 갑자기 무슨 사건 수사에 필요해서 돈이 배분됐을 리가 만무하죠. 이거는 그야말로 연말에 돈이 남았다는 이유로 흥청망청 쓴 걸로 보여지고요.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뉴스타파 전문위원
대검찰청은 "(전국 고등·지방검찰청에 배분되는) 특활비 정기지급은 예산집행 지침에 맞게 배분되는 것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12월 26일 지급된 4억 원의 ‘13월의 특활비’에 대해선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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