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공사에 '방위비분담금' 1800만 달러 지출 확인

2022년 10월 19일 17시 30분

사진 : 경북 성주군 소성리 사드 기지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전력 시설 보완 공사에 한미 방위비분담금이 1800만 달러(한화 약 270억 원) 가량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 사드 체계에 부지와 기반 시설 정도를 제공하는 것이라 사드 도입에 큰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던 당초 우리 국방부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사실이다. 사드 기지 기반 공사에 수백억 원대의 방위비분담금 지출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사비 출처는 방위비 분담금 가운데 '미집행현금'이다. 미집행현금은 과거 한국이 미국 측에 낸 방위비분담금 중 미국 측이 집행하지 않고 쌓아둔 돈이다. 현재는 사실상 미국의 재량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방부는 "미집행현금을 해당 협정 기간 내 사업으로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전 협정 기간에 우리가 낸 분담금을 쌓아뒀다가 새 협정기간에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사드 기지는 지난 2016년 배치가 결정됐으나 현재까지 임시 배치 상태이고, 윤석열 정부 들어 환경영향평가 등 정식 배치를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사드 기지 '상업전력설치' 명목으로 약 270억 사용

사진 : 성주 사드 기지(캠프캐롤 FOS) 2021년도 방위비 분담금 사용 내역. 설계 비용과 공사 비용을 더해 총 18,974,306달러가 쓰였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실과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지난해 사드 기지에 '상업 전력 시설' 공사 명목으로 방위비분담금 중 군사건설 설계·감리비에서 21,476달러를, 방위비분담금 미집행현금에서 18,952,830달러를 사용했다. 합하면 18,974,306달러, 우리 돈으로 약 270억(10월 19일 환율 기준)이다. 문서에 적힌 '캠프 캐롤 FOS(Forward Operating Site)'는 성주 사드 기지를 말한다.
우리 정부의 사드 비용 관련 기본 입장은 '부지와 기반 시설은 한국 부담, 전개비와 운영비는 미국 부담'이다. 사드 배치가 결정되던 2016년, 당시 국방부는 이 같은 기본 원칙에 근거해 사드가 한국에 배치된다고 하더라도 한국측 예산은 크게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16년 7월 11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당시 한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질의에 "(사드 체계는) 미국의 예산으로 도입하는 것이지, 우리의 예산은 우리가 제공하는 시설이나 부지 정도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앞으로 사드 체계의 성능 개량이 필요하면 그에 따른 예산 지출이 있지 않겠냐고 질의하자 "그런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미군이 책임지고 할 문제지, 우리한테 비용을 전가할 문제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당시 정진석 의원은 한 전 장관의 말에 호응하듯 "새로운 부지를 확보하지 않고 기존의 미군기지 내에 이 사드 배치가 이루어진다면 특별히 더 들어갈 추가비용도 없는 것이네요?"라고 재확인하기도 했다.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미군이 나중에라도 더 추가 비용을 요구하지 않겠냐고 물었는데, 한 전 장관은 "방위비 분담에 관해서는 크게 걱정하실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김종대 의원과의 질의 과정에서는 한 전 장관은"방위비분담금에서 이 문제를, 사드를 위해서 무슨 비용이 들어간다든지 하는 것은 전혀 저희들이 생각하거나 검토해 본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약 5년이 지나는 동안 사드 기지에 우리 예산이 정확히 얼마가 들어갔는지 제대로 공개되거나 알려진 바가 없다. 지난 2018년에 사드 기지에 방위비분담금이 5900만 원 가량 사용된 사실이 2020년 언론 보도(JTBC)를 통해 알려졌을 뿐이다. 2021년 회계연도 미 국방부 예산 자료에는 성주 사드 기지에 4900만 달러의 건설 비용이 편성돼 있어, 시민단체에서는 방위비분담금에서 사드 공사비가 더 지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했었다. 
방위비분담금 중 미집행현금 270억을 사드 기지 공사에 투입한 명목은 '상업 전력 설치'다. 사실 사드 부지는 이미 한국전력의 기본적인 전력 시설이 갖춰져 있다. 2016년 성주를 사드 기지 배치 장소로 결정할 당시에는 바로 이 점이 장점이자 명분으로 꼽히기도 했다. 2016년 9월, 연합뉴스는 성주골프장이 사드 부지로 결정된 것에 대해 "진입로와 전기 수도 등 기반 시설과 주민 안전성 등에서 높은 평가 점수를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국방부는 뉴스타파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현재 사드 기지가 비상 발전기를 가동해 전기가 공급되고 있다"며 "전력 사용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전력 공급 시설을 보강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기반 전기 시설이 있는데 왜 비상발전기가 돌아가는지, 왜 200억 이상의 전기 시설 보완 공사가 필요한지를 묻자 "해당 기지는 외부에서 공급되는 전력(한전 상용 전력)을 내부에서 배전하는 전기 배전 시스템·배전 선로 등이 부족하다"며 "기지의 안정적 전기 공급을 위해 전기 배전 시스템, 배전 선로 등을 추가 설치하는 공사"라고 설명했다.

'미집행현금'에서 지출…국방부는 미군 지출 후 내용만 보고받아

사드 기지 공사에 투입된 한미 방위비분담금 '미집행현금'의 역사는 2008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 한미간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는 주한미군의 군사건설에 필요한 돈을 한국이 미국에 현금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상당액이 집행되지 않고 쌓여갔다. 이렇게 축적된 '미집행현금'이 2008년 기준으로 1조 1,193억 원에 달했다. 당시 이 미집행현금이 문제가 되자 한국은 방위비분담금의 군사건설비 지원을 현금에서 현물로 바꿨다. 한미 양국은 2009년부터 적용된 제8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에서 군사건설비를 '현물'로 지원하도록 했고, 2011년부터는 전체의 88%를 현물로, 나머지 12%는 현금으로 지원하되 현금은 설계 및 감리 비용으로만 쓸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합의와는 별개로, 이미 쌓여 있는 미집행현금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한국 정부는 이 현금을 돌려받는 대신, 주한미군이 이 미집행현금을 가급적 조기에 소진하도록 요청했다. 다만 미집행현금의 사용을 당해연도 혹은 해당 방위비 분담금 협정 기간 동안의 사업으로 제한한다는 합의는 하지 않았다. 과거 협정에 기반해 쌓인 미집행현금을 신규 협정 기간의 사업에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국방부는 미국측의 방위비분담금 미집행현금 지출과 관련해 "한국은 미집행현금 집행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미측으로부터 현황보고서를 제공받아, 미측이 주한미군 군사건설 용도로 집행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측이 제공하는 내역이 미집행현금의 집행 '예정' 내역인지, 혹은 집행 후 결과 내역인지를 묻자 "집행 후 결과 내역"이라고 답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방위비분담금은 우리 혈세로 지원되는 돈"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의 돈으로 (사드 기지의) 시설을 확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2016년 당시 정부가 가졌던 입장을 우리 정부 스스로 포기했거나 아니면 미국의 요구에 따라 우회적으로 미집행현금을 쓰도록 협의한 것 아닌가 하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집행된 270억 원도 마찬가지지만, 미집행현금을 언제든지 미국에 필요에 의해서 마음대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걸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2021년도 기준으로 남아있는 방위비분담금 미집행현금은 197,184,662달러(한화 약 2800억 원)다. 
주한미군측은 사드 기지 미집행현금 사용 등에 대한 뉴스타파의 질의에 "작전 보안상의 이유로 자세한 공사 내역은 공개할 수 없다"며 "주한미군과 국방부는 한미간 합의된 절차에 따라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방부는 "한국이 부지·기반 시설을 제공하고 미측이 사드 체계의 전개·운용 비용을 부담한다는 원칙은 변함 없이 준수되고 있고 국방부는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지 않는다"면서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주한미군 주둔경비 일부를 분담하는 양국간 조약이므로, 미측은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에 근거해 방위비분담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
촬영김기철 오준식
편집김은 박서영
디자인이도현
CG정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