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 선거 캠프를 운용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캠프 관계자들의 증언을 연속 보도했다. 서울 강남 화랑 건물의 3층에 위치했던 비밀 사무실이 법적으로 '불법 캠프'가 되려면, 이곳에서 선거 운동이라고 볼 만한 행위가 이뤄졌어야 한다. 뉴스타파는 윤석열 후보가 '비밀 사무실'에서 대선 후보자 TV토론을 준비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캠프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
갑작스런 건물 재건축... 더불어민주당 "범죄 현장 증거 인멸"
정치권에서는 뉴스타파가 최초 보도한 강남 화랑 '비밀 사무실'과 관련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은 지난 18일, 문제의 화랑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서영교 의원(진상조사단장)은 “일주일 전에는 (간판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떼어냈다면 그건 증거인멸의 장소이고, 눈 가리고 아웅인데 그렇게라도 가리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 범죄 현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은 불법 선거사무소로 지목된 서울 강남 화랑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타파가 강남 화랑을 처음 찾아간 시점은 지난달 28일이다. 당시 화랑은 문이 닫힌 상태였고, 화랑 직원들은 이사를 하는 중이었다. 한 화랑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건물) 재건축 때문에 이사를 간다. 오늘 철거 업자와 미팅이 있다”고 답했다.
건축가 장운규 씨가 2005년에 건축한 화랑 건물은 이듬해 한국건축문화대상과 한국건축가협회대상, 서울특별시 건축상을 받았고 2007년에는 국제건축상 에이아르상까지 받으면서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이런 건물이 갑자기 철거되면서 범죄 현장을 없애기 위한 증거 인멸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비밀 사무실서 준비한 대선 TV토론...준비 자료엔 '끊임없이 트라우마 자극하라'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용한 씨는 화랑 건물 3층과 4층을 가리키며 “제가 (캠프에서) 많이 들었던 것은 당시 TV 토론팀이나 TV 토론팀의 준비 과정, 연습 그리고 중요한 분들을 만날 때 이곳에서 많이 만난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많은 사람들로부터 들은 바가 있다”며 앞서 뉴스타파에 증언했던 내용을 재차 확인했다.
뉴스타파는 윤석열 캠프가 만든 TV 토론 자료 20여 건을 입수했다. 이 자료들을 기반으로 윤석열 후보가 토론을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입수 자료 중에 작성자가 무려 7차례나 수정을 거듭하며 공을 들인 29장 분량의 문건이 눈에 띄었다.
문건의 제목은 ‘TV-토론 대장동게이트 등 질문 아이템 및 포인트’.
문건 첫 장에 적힌 ‘질문의 목표’는 ▲가짜 유능(=부패에 유능) ▲부패 or 무능 프레임 ▲거짓말 ▲폭력성으로 세분화됐다. ‘폭력성’ 부분에는 ‘본인 인성 : 잔인하고 무서움. 수단·방법 안 가림’이라는 내용이 적혔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악마화'가 주된 질문 목표라는 것이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윤석열 캠프에서 만들어진 TV 토론 준비 자료. 제목은 <TV-토론 대장동게이트 등 질문 아이템 및 포인트> 이재명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성 질문 사항들이 담겨 있다. 분량은 총 29장이다.
두 번째 장은 ‘질문 아이템 및 포인트’로 9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 중 하나가 '트라우마 자극'인데 '이재명 후보가 ‘허위사실공표죄로 대법원까지 갔었음', ‘허위사실공표죄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질문 내용과 방식을 취한다’는 원칙이 확인된다. 그러나 2020년 10월, 이재명 후보는 '허위사실공표'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받았다. 그럼에도 문건은 ‘끊임 없이 허위사실공표 트라우마 자극’을 주문하며 빨강색 글자로 강조 처리했다.
<TV-토론 대장동게이트 등 질문 아이템 및 포인트> 2쪽에는 질문 아이템 및 포인트로 '끊임 없이 허위사실공표 트라우마 자극'이라는 내용이 빨간색 글자로 강조돼있다.
이밖에도 토론을 '검사 대 피의자 이미지'로 몰고 간다는 내용도 있었다. 높은 수위의 네거티브성 질문이 담긴 이 문건은 캠프 내에서도 극소수에게만 공유됐다. 외부로 유출될 경우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 2~3월에 다섯 차례 실시된 TV 토론에서 윤석열 후보는 대장동 사건 관련 질문들을 공격적으로 던졌다.
시민단체, 검찰에 '비밀 사무실' 고발...관건은 '선거 운동' 여부
강남 화랑 '비밀 사무실'에서 후보와 참모진들이 모여 TV 토론을 준비했다면 이는 불법 '선거 운동'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사무소에서 선거 운동을 한 혐의로 당선이 무효가 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대통령 임기 중에는 공소시효가 멈춘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공직선거법 위반의 공소시효는 6개월인데, 취임식 직후부터 시효가 멈춘 상황이므로 아직 4개월 정도 남았다.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에 재판에 넘겨질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판사가 벌금 100만 원 이상을 선고한다면 '대통령 당선 무효'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게 된다. 이에 더해 국민의힘은 국가가 보전해준 대선 선거 비용 397억 원을 반납해야 한다.
시민단체 민생경제연구소 등은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그리고 불상의 윤석열 캠프 관계자들을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지난 18일 오후, 시민단체 민생경제연구소 등은 불법 선거사무소가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불상의 캠프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