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됐습니다. 관저와 경호처 뒤에 숨어 적법절차로 발부된 체포영장을 거부하던 윤 대통령의 저항은 12·3 내란 발생 43일 만에, 체포영장 발부 15일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그 과정에는 많은 수싸움이 있었습니다. 지난 3일 1차 체포 시도가 대통령 경호처의 저지에 막혀 실패로 돌아갔고, 공수처와 경찰로 이뤄진 공조수사본부는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절치부심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수사를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관저 앞에 몰려가 정당한 영장 집행 절차를 막아섰습니다. 정부기관 공권력 간의 충돌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서 경호처의 강경 대응을 부추기고, 책임은 오히려 밖으로 돌리는 아슬아슬한 대응도 있었습니다. 

경찰은 4000명 넘는 경력을 동원하고, 경호처 지휘관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요새'가 된 대통령 관저에 균열을 만들었습니다. 공수처는 두 번째 체포영장 집행 시점을 고심한 끝에 결행에 나섰습니다. 

첫 번째 체포 시도와 달리 경호처 직원들은 수사관들의 진입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습니다. 경호처 직원들은 휴가를 내거나 대기동에 머무르는 등 강경파 지휘관들의 체포 저지 명령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도 없었습니다. 결국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결과가 만들어졌습니다. 

불법을 저지른 대통령을 체포하는 것은 일각의 주장처럼 헌정을 위태롭게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헌정을 회복하기 위한 첫 단계입니다.  그간 밤낮 윤 대통령의 체포를 기다려온 국민들도 이제 한시름을 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한파를 마다하지 않고 거리에 나간 시민들의 승리라고 말할만합니다. 

하지만 아직 12·3 내란의 진상 규명으로 가는 길은 아직 첩첩산중입니다. 내란 수괴 대통령과 이에 동조한 세력들의 죄를 낱낱이 밝히고 엄정한 책임을 묻는 일은 이제 시작됐을 뿐입니다. 

공수처는 체포영장을 통해 최장 48시간 동안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상황에서 조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준비한 질문지만 200여 쪽 분량이라고 합니다. 주어진 조사 기한이 끝나기 전에 공수처는 구속영장을 발부받아야 합니다. 법원의 허가가 나면 공수처는 다시 최장 20일의 구속 수사 기간을 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2월 초 수사 결과와 기소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윤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윤 대통령의 '친정'인 검찰에 맡겨야 합니다. 검찰은 내란 가담자의 또 다른 혐의인 외환죄 수사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12·3 내란의 진상이 낱낱이 드러내 위해서는 특검과 같은 방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윤 대통령 측의 수사 불응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은 형사소송과 탄핵심판의 매 절차마다 딴지를 거는 지연 전술을 쓰고 있습니다. 내란죄에 대한 입장을 소명하거나 사실 관계에 대한 반박에 나서기보다는 절차나 법리를 위주로 다투는 겁니다. 당초 대국민담화를 통해 법적 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 했던 모습과는 정반대입니다.

야당 정치인의 표현을 빌리면, 이런 '법꾸라지'같은 행태는 결국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수사 불응을 파면의 사유 가운데 하나로 봤습니다. 대통령으로서 헌법 수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