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근로감독관의 ‘잘못된 만남’
2015년 07월 23일 21시 05분
경기도 화성의 한 버스회사에서 6년 간 기사로 일했던 김정우(가명) 씨. 지난 6월 김 씨는 회사를 그만두면서 체불 임금과 퇴직금을 받기 위해 노동부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노동부의 조사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조사를 맡은 근로감독관은 체불된 임금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합의만 종용할 뿐 해결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다.
김 씨가 합의를 거절하자 근로감독관은 회사가 스스로 미지급했다고 밝힌 임금과 퇴직금 내역만을 정리해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그 과정에서 근로감독관은 김 씨의 의사도 묻지 않았다. 왜 이렇게 결정해 검찰로 사건을 넘겼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태도도 무성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사안이 중하지 않다’며 별다른 조사도 하지 않고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찰의 결정이 나오자 회사는 자체적으로 계산한 임금만을 김 씨에게 지급한 뒤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 결국 예상보다 적은 금액을 받고 사건이 종결됐지만, 김 씨에게 체불임금이 어떻게 계산돼 지급됐는지를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확인 결과, 김 씨를 비롯한 이 회사 직원들이 받은 급여명세서는 근로계약서와 항목이 다르게 적혀있어 정확히 어떤 임금을 덜 받았는지 노동자들은 잘 알 수가 없도록 되어 있었다. 근로계약서와는 다르게 기본급과 고정수당을 회사가 임의로 깎거나 주지 않은 정황이 어렵지 않게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이 사건을 담당한 근로감독관에게 연락해 “왜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았는지” 등을 물었다. 그런데 근로감독관은 “(체불임금에 대해 고소를 하려면) 고소인이 명확하고 일목요연하게 체불임금이 얼마라고 제시를 해줘야 하는데 김 씨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했다”며 오히려 김 씨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40여 명의 다른 직원들 역시 비슷하게 미지급 된 임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에 대한 조사도 없었다.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에는 신고인 외 다수 근로자도 동일내용의 법 위반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신고내용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도 조사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조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 씨는 회사에 통근버스 운영을 위탁한 현대자동차에 조사와 시정을 요청해 봤지만 현대차는 협력업체 내부의 일이라며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 12월, ‘직장갑질 119’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77.5%에 달하는 노동자가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나 갑질을 당했을 때 노동부에 신고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중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있다'고 한 응답자가 18.9%였고 ‘오히려 불안감을 주거나 불이익을 당했다'고 답한 사람도 20%에 달했다. 노동부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또 고용노동부 신고가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제보자의 신원이 드러나기 때문(63.8%, 복수응답), ‘고용노동부가 회사 편이기 때문(59.0%), ‘신고자를 귀찮아 하기 때문(32.1%)’ 등의 답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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