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검찰,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2심 재판에서 위조 의혹 중국 공문서를 증거로 제출

2013년 12월 06일 17시 07분

검찰,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2심 재판에서
위조 의혹 중국 공문서를 증거로 제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2심에서 검찰이 새롭게 증거로 제출한 피고 유모 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에 대해 위조 의혹이 제기돼 큰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 중앙지검은 지난 11월 초 피고 유모 씨가 2006년 북한을 2번 드나든 것으로 기록된 중국 출입경기록을 항소심 재판부(서울 고등법원 형사7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이 기록을 ‘검찰이 중국 공안당국에 발급을 요청해 중국 화룡시공안국을 통해 발급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발행한 공식 기록이라는 것이다.

검찰 “중국 화룡시공안국에서 피고 유씨가 2006년 2차례 밀입북한 기록 발급받아”

이 기록에 의하면(자료1 검찰제출 출입경기록 참조) 유모 씨는 2006년 5월 23일 중국에서 북한으로 나갔다가(출경) 5월 27일 중국으로 다시 들어온(입경) 것으로 돼 있다. 이 입북 사실은 피고 유 씨도 인정한 것이다. 당시 유 씨의 어머니가 갑자기 사망해 장례식 참석 차 북한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검찰은 2010년 이미 이 건에 대해 수사했고 유 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검찰이 제출한 기록을 보면 그 뒤에도 유씨가 한 번 더 북한에 드나든 것으로 기재돼 있다. 5월 27일 북한에서 중국으로 들어온 (입경)뒤 1시간도 채 안돼 다시 북한으로 나간(출경) 것으로 돼 있고, 10여일 뒤인 6월 10일 중국으로 들어온(입경) 것으로 되어 있다. 검찰과 국정원은 이 때 북한 보위부가 유 씨를 체포해 조사하면서 그를 공작원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변조선족자치주 공안국, “검찰 제출 기록은 위조된 것” 확인

<뉴스타파>는 검찰이 제출한 기록이 실제로 중국 공안당국이 발행한 정식 출입경 기록인지를 현지에서 직접 확인했다. 그 결과 북-중 출입경기록을 관리하고 발행할 권한을 가진 연변조선족자치주 공안국 출입경기록국 담당자로부터 검찰제출기록이 ‘위조된 기록’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변 자치주 공안국이 발행한 정식 출입경기록(자료2)을 보면 2006년 5월 23일 북한으로 나갔다가(출경) 5월 27일 중국에 다시 들어온(입경) 것까지는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기록과 같다. 그러나 검찰 기록에 5월 27일 다시 북한으로 나갔다(출경)고 돼 있는 부분이 연변 자치주 공안국 기록에는 북한에서 중국으로 들어온(입경) 것으로 기재돼 있다. 또 6월 10일에도 북한에서 중국으로 들어온 (입경) 것으로 돼 있다. 출-입-출-입이 되어야 정상일 텐데 출-입-입-입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북한에 간 기록은 없고 중국에 입국한 기록만 세 번 연속 찍혀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시스템 오작동으로 인한 출입경기록 오류

이에 대해 중국 삼합국경 검문소 측은 5월 27일 북에서 중국으로 들어온 뒤의 2차례의 중국 입경 기록은 컴퓨터 시스템 고장에 의한 오류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삼합국경 검문소 측은 이 건과 관련해 공식 확인 문서(자료3 중국 삼합국경 검문소 상황설명자료, 자료4 설명 자료 번역본)를 발행했다. 검문소측은 자료에서 “2006년 5월 23일 14: 54: 05 출국, 2006년 5월 27일 10: 24: 55 입국 등 2회 기록은 정확한 기록이다. 2006년 5월 27일 11: 16: 36 및 2006년 06월 10일 15: 17: 22 2회 기록은 확실히 매사(MEI SHA) 시스템 업그레이드 중 시스템 고장으로 인한 오류기록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2006년 5월 당시 유 씨의 어머니 장례에 참석했다가 5월 27일 유 씨와 함께 중국으로 들어온 친척 2명의 출입경 기록에도 유 씨의 기록과 똑같이 출-입-입-입으로 기재돼 있어 시스템 고장으로 인한 오류라는 삼합국경 검문소의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출입경기록에는 5월 27일 ‘중국 입경’이 ‘중국 출경’으로, 즉 북한에 다시 간 것으로 기재돼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공안국의 출입경기록 담당자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검찰이 제출한 기록은 공식 기록에서 5월 27일 북한에서 중국으로 들어온(입경) 것으로 돼 있는 부분을 북한으로 나간(출경) 것으로 바꾼 위조문서라고 확인했다.

검찰이 기록을 발급받았다는 화룡시 공안국 “발급한 바 없고, 권한도 없다”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공안국이 공식 발급한 유 씨의 출입경기록과 공안국 출입경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결국 검찰이 제출한 기록은 시스템 고장으로 출-입-입-입으로 기재돼 있는 것을 출-입-출-입으로 위조한 문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2심에서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기 위해 유 씨가 북한에 한 번 더 들어갔다 온 것처럼 누군가가 조작한 문서를 검찰이 법원에 증거물로 제출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검찰이 제출한 유 씨의 출입경기록 발행처는 화룡시 공안국으로 돼 있다. 뉴스타파가 화룡시 공안국에 확인한 결과 ‘자신들은 이 기록을 발행한 바 없으며, 출입경기록을 발행할 권한은 연변주 공안국에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발행할 수도 없다’고 답변했다. 또 검찰은 이 기록을 화룡시 공증처에서 공증받았다고 주장하지만 뉴스타파가 공증처에 확인한 결과 검찰 기록에 찍혀 있는 공증 양식은 정식 공증 양식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유 씨를 처음 수사할 때부터 중국의 출입경기록을 비공식 입수해 수사 자료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 씨에 따르면 수사 초기에 국정원 수사관이 출-입-입-입으로 되어 있는 자신의 출입경기록을 제시하며 북한에 두 차례 들어간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때 국정원은 유 씨가 한 차례는 북한을 국경 검문소를 통해 정식으로 드나든 뒤 2번째 들어갈 때는 두만강을 건너 몰래 들어간 것으로 추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2심 재판에서는 아예 출-입-출-입으로 돼 있는 출입경기록을 제출한 것이다.

기록 위조 의혹, 증거물 제출 과정 철저히 규명돼야

유 씨의 변호인들은 검찰 제출 기록이 위조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위조 의혹 기록이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법원에 제출된 과정도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형사재판의 증거로 위조된 타국의 공문서를 제출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단순히 국내의 사법 절차 문제일 뿐 아니라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검찰과 국정원, 1심 때도 가짜 증거 제출했다가 무죄 판결

국정원과 검찰은 1심 재판에서도 유 씨가 중국에서 찍은 사진을 북한에서 찍은 것이라며 밀입북 증거로 제출한 바 있다.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이었기 때문에 위치 정보만 확인하면 중국에서 찍은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사진들을 국정원과 검찰은 북한에서 찍은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 때문에 1심 재판부는 유 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첨부

자료1(검찰 제출 출입경기록)
자료2(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 공안국 출입경기록)
자료3(삼합 국경 검문소 설명자료)
자료4(설명자료에 대한 번역본)

2013년 12월 6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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