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앞에 서니 비로소, 할머니의 ‘이상하게 그냥 눈물이 난다’는 그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바로 제 눈 앞에 한복 교복을 입고 서 있던 학생들이 바로 눈물의 이유였던 것입니다. 열여섯 살의 어린 나이, 자신처럼 한복을 입은 채, 일본말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차별을 받으며, 힘겹게 살아가야만 하는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김복동 할머니는 또다른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 것은 아니었을까. 열여섯의 나이로 전쟁터로 끌려가야만 했던 김복동 할머니에게, 자신의 앞에 나타난 자신의 어린 시절과 닮은 학생들의 모습은, 무엇을 걸어서라도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나는 비록 지켜지지 못했지만, 너희는 반드시 지켜주겠다. 다시는 나처럼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하겠다’는 할머니의 다짐이 학생들의 모습에서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