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경 녹음파일로 정리한 '명태균 의혹'의 모든 것

2024년 10월 24일 17시 47분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 씨의 청탁을 받아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 선거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 두 달째다.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부터 대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 국가산업단지 선정 등 국가 사업 정보의 사전 입수 의혹까지 명 씨를 둘러싼 의혹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 명 씨와 10년 가까이 일한 강혜경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강 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자신이 갖고 있는 전화 녹음파일 10여 개를 제출했다. 
뉴스타파는 지금까지 공개된 ‘강혜경 녹음파일’을 바탕으로 이른바 ‘명태균 의혹’을 정리했다.

의혹① 윤석열 대통령, 대선 기간 중 ‘명태균 여론조사’ 보고받았나?

강 씨가 국회에 제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대선에서 명태균 씨의 역할은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도 등을 파악하는 ‘여론조사’였다.
●명태균 / (여론조사) 돌리고 있어요?
○강혜경 / 아니요. 지금 이제 데이터 정리 다 했습니다.
●명태균 / 그래요. 돌려갖고. 쭉 돌려보지 뭐.
○강혜경 / 알겠습니다.
●명태균 / 한 4~5천 개 돌려볼까?
○강혜경 / 4~5천 개요?
●명태균 / 여보세요?
○강혜경 / 네.
●명태균 / 한 4~5천 개 돌려봐요.
○강혜경 / 알겠습니다.

명태균-강혜경 전화 통화(2021.10.21.) 
강혜경 씨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명 씨는, 당시 윤석열 후보의 당내 경선 때는 물론 대선 본선 때까지, 또 외부에 공표하는 공식 여론조사와 비공표 조사까지 합해 80여 건의 여론조사를 기획·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태균 / 오늘부터 (여론조사) 돌려야죠.
○강혜경 / 네.
●명태균 / 연령별 가중치 나중에 줘서.
○강혜경 / 네.
●명태균 / 어디 공표할 건 아니잖아요. 그냥 조사만 하는 거는 관계없잖아요.
○강혜경 / 네. 
●명태균 / 그럼 지금부터 매일 (대통령) 선거일까지 돌린다.

명태균-강혜경 전화 통화(대선 9일 전, 2022.2.28.)
특히 대선 9일 전인 2022년 2월 28일부터 대선 6일 전인 3월 2일 사이에 이뤄진 명 씨와 강 씨의 통화 내용을 보면, 명 씨가 여론조사 결과를 매일 윤석열 후보 측에 보고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명태균 / 맨날 윤석열이한테 보고해줘야 돼.

 명태균-강혜경 전화 통화(대선 9일 전, 2022.2.28.)
명태균 / 그거(여론조사 결과) 빨리 달라고 그래요. 윤석열이가 좀 달라고 그러니까.

 명태균-강혜경 전화 통화(대선 7일 전, 2022.3.2.)
명태균 / 오늘 다 (여론조사 결과) 뽑아줘야 돼요. 윤석열 총장이 저 문자가 왔네.

명태균-강혜경 전화 통화(대선 6일 전, 2022.3.3.)
강 씨와의 전화 통화에서 명 씨가 직접 한 얘기들로 볼 때, 적어도 윤석열 후보 또는 후보 측이 명 씨가 만든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아직까지는 명 씨의 말 외에, 윤석열 후보 또는 후보 측이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직접 보고받았다고 확정할 물증은 나오지 않았다.

의혹② 윤석열 대통령, 대선 여론조사 ‘공짜’로 받았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강혜경 씨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명태균 씨가 기획해 진행한 여론조사는 80여 건으로, 총 3억 7천 52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강혜경 /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릴게요. 대통령 선거할 때 우리가 자체 조사를 엄청 많이 했었어요. 공표 조사하고 자체 조사하고 거의 매일 하루에 막바지에는 하루에 두 번씩도 돌리고 했었거든요.

김영선 전 의원-강혜경 전화 통화(2023.5.23.)
▲ 대선이 끝난 직후 강혜경 씨가 작성한 ‘윤석열 여론조사’ 비용 내역서
그런데 윤석열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대통령 선거 비용 자료에는 명 씨의 여론조사 비용과 관련한 회계자료가 전혀 없다. 
그렇다면 이 비용은 대체 누가 부담한 것일까. 때문에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측이 명 씨로부터, 공짜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은 것 아니냐는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이 나온다.
강혜경 씨가 국회에 제출한 녹음파일에도, 명 씨가 윤석열 후보 측에 여론조사를 공짜로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대화가 여럿 있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 깨놓고 얘기해서 명태균이가 바람 잡아갖고 윤석열 대통령을 돕느라고 벌어들이는 돈의 대부분을 거기다 썼잖아.

 김영선 전 의원-강혜경 전화 통화(2023.5.2.)
강혜경 / 자체 조사 비용 플러스 공표 여론조사 플러스. 이게 대선 여론조사 포함. (명태균이) 돈을 못 받아오시니까 다른 데서 돈 들어온 거를 끌어넣기 바빴어요. 서울(시장 여론조사)도 공짜로 해줘, 경기도(지사 여론조사)도 공짜로 해줘, 대선도 공짜로 돼.

김영선 전 의원-강혜경 전화 통화(2023.5.23.) 
대선이 끝나고 1년이 지난 시점. 강혜경 씨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통화에서는 명태균 씨가 여론조사 대금을 받아오겠다며 창원에서 서울로 올라갔는데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대화까지 등장한다.
강혜경 / 김건희 여사한테 (명태균) 본부장님이 돈을 받아오겠다고 저한테 청구서를 만들어라 하는 거예요. 조사했던 비용하고 네 인건비하고 등등 들어갔던 거 청구서를 만들어라 하셔 가지고 만들어서 드렸었어요. 돈 받아올게, 꼭 받아올게 하고 서울 가셨거든요. 그 뒤로 말씀이 없으셨어요. 소장님하고 나하고는 돈 언제 받아오지? 일단 기다려보자. 받아온다 했으니. 다만 얼마라도 받아오겠지. 이러고 이제 기다리고 있었는데…

김영선 전 의원-강혜경 전화 통화(2023.5.23.)

의혹③ 명태균, 윤석열 대선 후보 여론조사 조작했나?

명태균 씨가 윤석열 후보와 관련한 대선 여론조사를 포함해 각종 선거 여론조사를 벌이면서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결과를 조작했을 의혹도 제기된다. 
강혜경 씨가 공개한 녹음파일에는 명 씨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여론조사에 손을 댄 정황이 여럿 나오기 때문이다. 
명태균 / OOO이가 (지지도가) 좀 나와야 되는데. 안 그래도 저기 OOO이도 밑에 애들 다 밥줄인데 눈치 긁고 있을 건데 (여론조사 결과를) 줄 때는 나름대로 5% 나와야 뭘 할 거 아니라. 그거 슬 한번 쫌 (여론조사기관에) 귀띔해줘.

명태균-강혜경 전화 통화(대선 넉달 전, 2021.12.13.)
휴대전화와 집전화의 비율을 조정해 보수 성향의 응답을 더 끌어내는 수법 등을 동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명태균 / 7대 3, 7대 3 계속.
○강혜경 / 알겠습니다.
●명태균 / 유선(전화) 30%. 유선하면 보수가 낫지?
○강혜경 / 네.
●명태균 / 해갖고 계속 때려야 되는데.

명태균-강혜경 전화 통화(2022.4.3.)
●명태균 / 이번에 거(여론조사) 이길까?
○강혜경 / 예, 이깁니다.
●명태균 / 유선전화를 좀 많이 넣어야 되는 거 아닌가? 유선을 섞어야 되겠어. 7대 3.
○강혜경 / 알겠습니다. 네.
●명태균 / 보고 8대 2, 아니면 7대 3, 섞고 (지지도를) 벌려갖고 홍보용으로 때려야 되겠어요.

 명태균-강혜경 전화 통화(2022.4.2.)
이처럼 명 씨가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화 녹음파일 중에는 지난 대선 기간 중, 당시 홍준표 후보와 경쟁하던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을 지시한 정황도 있다. 
●명태균 / 윤석열이를 좀 올려갔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
○강혜경 / 알겠습니다.
●명태균 / 그 젊은 아들 있다 아닙니까? 무응답한.
○강혜경 / 네.
●명태균 /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 홍(준표)보다 (윤석열 후보가)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

명태균-강혜경 전화 통화(2021.9.29)
지난 21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강혜경 씨는 명태균 씨가 지난 대선, 윤석열 후보를 위해 최소 2~3건의 여론조사를 조작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 윤석열 관련해서도 (조작된 여론조사가) 있습니까?
○강혜경 / 지금 제가 알기로 최소한 2~3건 정도.
●박은정 / 윤석열 대통령 관련해서 경선입니까? 아니면 본선?
○강혜경 / 전체적으로.
●박은정 / 전체적으로 한 2건 더 여론 조작이 있다는 말씀이시죠? 강혜경 / 네.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2024.10.21.)

의혹④ 윤석열 대통령 당선과 명태균, 그리고 ‘김건희’

게다가 대선 이후, 명 씨는 김건희 여사의 초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참석했는데, 윤 대통령의 부친인 고 윤기중 교수 등과 함께 VIP 자리에 앉았다.
▲명태균 씨는 김건희 여사의 초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는데, 윤 대통령의 부친인 고 윤기중 교수 등과 함께 VIP 자리에 앉았다. (출처: 뉴스토마토)

의혹⑤ 명태균, ‘김건희의 힘’ 통해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나?

윤석열 후보의 당선 이후 명태균 씨는 대통령 취임식 VIP 초청 말고도, 국민의힘 국회의원 공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공천권을 챙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강혜경 / 내(명태균)가 대선 여론조사하고 해가지고 만드는 그 공로로 해서 (김영선) 의원님이 공천을 받아왔다 이렇게 얘기를 해버리는 거예요.

김영선 전 의원-강혜경 전화통화(2023.5.23.)
▲대선 기간 중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 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출처: 명태균 씨 SNS)
이 같은 영향력의 중심에는 명 씨를 ‘선생님’이라고 칭하던 김건희 여사가 자리잡고 있다.  
대선 이후, 명 씨는 자신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을 경남 창원 지역의 국회의원 등으로 만드는 일에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게 김영선 전 의원이다. 
명태균 / 김영선이 경기한다 사람들이 막. 김영선이가 제일 지금 믿고 할 사람, 그 사람들이 다 반대하네. 김영선이 돼버리면 나라가 망하는 줄 안다. 뭐 도대체 어찌 하고 다니길래… 하여튼 뭐 어쩌겠노. 뭐 어떻게든 미워도 어쩌겠노. 하여튼 만들어 봐야지.

명태균-강혜경 전화 통화(2022.4.22.)
그리고 창원 지역에서 정치 기반이 취약했던 김영선 전 의원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국민의힘 창원 의창, 재보궐 선거의 공천자 발표일은 2022년 5월 10일. 바로 전 날, 명태균 씨와 김영선 후보 측이 나눈 전화 통화 내용이다.
●명태균 / 아침에 다 보류시켰다.
○김영선 의원 측 관계자 / 그러니까 고생했네.
●명태균 / 고생한 정도가 아니에요. 윤한홍이가 대통령 이름 팔아가 권성동이가 그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 압박을 넣어서. 내가 가만히 있을 놈이라? 강 국장님 바꿔줘.
○강혜경 / 여보세요.
●명태균 / 끝났어. XXX들 대통령 뜻이라고 해갖고. 내가 대통령 전화한 거 아나? 내가 가만히 있을 놈이 아니잖아. 사모(김건희 여사)하고 전화해서, 대통령 전화해서. 대통령이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러대. 그래서 윤상현 끝났어.
○강혜경 / 고생하셨습니다.
●명태균 / 그러니까 빨리 그 간판하고. 소문 내면 안 돼요. 나중에 후보들 난리 날 겁니다. 김OO이 입 조심하라 하고. 우리끼리만 그거 하고. 내일 아침에 발표할 거예요.

명태균-김영선 후보 캠프 전화 통화(2022.5.9)
명태균 씨가 다름아닌 김건희 여사를 움직여 공천 결과를 뒤집었다는 믿기 힘든 주장. 그런데 명 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힘을 써 김영선 의원을 공천받게 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은 한두 개가 아니다.
●명태균 / 김영선이한테 너무 열이 받거든. 10년 된 국회의원. 누가 국회의원을 만드니? 공천을 받고? 내가 알아서 들어간 돈이 얼마인 줄 알아?
○강혜경 / (김영선) 의원님 방금 만나 뵙고 왔는데 저하고 본부장님 때문에 너무 힘드시다고 하시네요. 그래서.
●명태균 / 그러면 힘들면 예전대로 돌아가면 돼요. 김영선이는 간단해. 내가 그(김영선) 사무실 나오면 여사(김건희)가 알아서… 그러면 알아서 안 줘.

명태균-강혜경 전화 통화(2023.6.1.) 
명태균 / 당신(김영선) 국회의원 누가 주나? 어? 명태균이 때문에 김건희 여사가 선생님(명태균) 그거 하라고 줬는데.

명태균-강혜경 전화 통화(2023.12.3.)
명태균 / 김영선이한테 전화해서 내일까지 이OO이 사표 쓰고 정리하고. 이OO이 사무실 나오면 나는 대통령 여사한테 전화할 거다. 그대로 전해주라, 김영선이한테. 내일 딱 하루 시간 주는데 없으면 나는 그냥 (김건희 여사에게) 전화해서 김영선이 공천 안 줘도 되니까 걱정하지 마시라고 할게.

명태균-강혜경 전화 통화(2024.1.23.)
심지어 ‘공천 개입 의혹’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김영선 전 의원도 강혜경 씨와의 통화에서 명태균 씨 덕에 자신이 공천을 받았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말한다.
김영선 / 명(태균) 본부장이 해서, 명 본부장이 내가 도움을 받은 그런 영향을 받은 거는 맞지만 그거는 내가 그냥 도움받은 걸로 감사해야 되지. 

김영선 전 의원-강혜경 전화 통화(2023.5.2.)
김영선 / 내 입장에서는 나는 내가 뭐 알고 한 건 아닌데 어쨌든 명태균이의 덕을 봤잖아. 덕을 다 봐갖고 국회의원이 됐기 때문에 내가 사실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어떻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건 감당하려고 그러는 거야.

김영선 전 의원-강혜경 전화 통화(2023.5.23.)
강혜경 씨가 지금까지 공개한 10여 개의 녹음 파일을 통해 드러난 의혹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① 명태균 씨는 대선 기간 여론조사 기획과 진행을 담당했고, 윤석열 후보 또는 후보 측에 직접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된 윤석열 후보의 선거 자금 자료에는 여론조사 비용에 대한 회계자료가 없어, 대선 기간 동안 윤 후보 명 씨로부터 공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았을 가능성, 즉,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다.
② 명 씨가 기획해 진행한 여론조사 가운데 일부는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여론조사 방식을 조작한 정황이 나온다. 
③ 이 같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윤석열 후보 당선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명태균 씨는 자신의 ‘공로’를 바탕으로 대선 이후 국회의원 공천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특히, 명 씨가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김건희 여사의 힘을 통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여러 개의 녹음파일에서 일관되게 나온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명 씨는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하거나 입을 다물고 있다.
제작진
영상취재김기철
편집윤석민
CG정동우
다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취재 임선응, 조원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