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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난불평등...고용보험 사각지대 7%만 긴급지원

2020년 05월 29일 10시 59분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사각지대 많아 재설계 필요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막으려고 89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고용보험 제도 밖에 놓인 특수고용직 같은 불안정노동자를 위해 한국엔 없는 실업부조 성격의 ‘긴급고용안정지원금’도 도입했다. 하지만 당장 해고에 내몰린 여성과 장애인,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대통령 주재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영세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등 93만 명에게 월 50만 원씩 3개월까지 1.5조원의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보편적 ‘실업부조’ 성격을 띤 획기적 조치다. 그동안 청년구직활동지원금처럼 특정 계층에게만 허용해온 고용보험 미가입자 지원을 보편적으로 도입한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하지만 지원 대상이 고용보험 밖에 있는 취업자 1350여 만 명 가운데 93만 명에 불과해 전체의 7%에 그친다. 지원 조건도 까다로워 중위소득 150% 이하이거나 연소득 7000만 원 이하, 연매출 2억 원 이하여야 한다. 여기에 소득이나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장애인 노동자 작업장 폐쇄… 휴직수당도 못받아

경북 경산시의 한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월 50만 원을 받고 자동차 부품 등을 조립했던 이 모 씨(32)는 지난 3월 초 대구 경북지역에서 신천지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작업장이 폐쇄돼 두 달 반 동안 일을 못했다. 이 씨는 “최저임금도 안 되는 50만 원을 받고 빠듯하게 살았는데 갑자기 폐쇄돼 막막했다”고 했다. 이 작업장 옆 다른 공장은 폐쇄되지 않았다.

보호작업장은 직업재활시설이라 임금이 따로 없고, 운영비에서 10~50만 원을 책정해 주는 형식이라 대부분 정부가 정한 월급 70%의 휴직수당도 못 받는다. 이 씨도 휴직수당을 못 받고 두 달 반을 버티다가 폐쇄가 풀려 지난 13일부터 다시 출근했다.

‘직장갑질119’ 단체카톡방에는 코로나로 인한 고용 위기가 저소득층에 집중되는 사례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2월 코로나 대응 TF를 구성하고 갑질 사례를 모아 3월부터 여러 차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12일 ‘코로나 방역, 일자리 방역’을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 나온 정홍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코로나 펜데믹의 피해는 비정규직에 집중되는데 정부의 사회안전망은 정규직 재직자 중심으로 설계돼 고용보험 가입자만 수혜를 입고 있다”며 “특수고용직과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많이 활용하는 대기업에 일자리 유지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는 2709만 명이다. 이 가운데 임금노동자는 2027만 명, 자영업자로 불리는 비임금 노동자는 682만 명이다. 임금노동자 중에서도 진성 임금노동자는 4대보험을 직장가입자로 가입했거나 기본급과 각종 수당으로 구성된 월급을 받는 1849만 명이다. 이들 진성 임금노동자 중에서도 고용보험엔 1350만 명 가량만 가입돼 있다. 당연히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진성 임금노동자 중에서도 500만 명은 제도 밖에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정흥준, 장희은)이 2018년 말 발표한 ‘특수고용 종사자의 규모 추정을 위한 기초연구’에 따르면 임금노동자(2027만 명) 가운데 진성 임금노동자(1849만 명)를 빼면 178만 명이 남는다. 이 중 단순 일용직 등 103만 명을 뺀 74만 5천여 명이 특수고용직(A)이다.

임금노동자 반대편에 놓인 비임금 노동자(자영업자)는 682만 명에 달한다. 비임금 노동자 가운데 종업원을 두거나 가족과 함께 운영하는 진성 자영업자는 279만 7천여 명 정도다. 이들은 중소상공인으로 흔히 동네에서 ‘가게 사장님’으로 불린다. 나머지 402만 2천여 명은 종업원 없는 1인 자영업자다. 이들 중엔 특수고용직 등 순수한 자영업자로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진성 1인 자영업자는 ⓐ자기 점포(작업장)를 갖고 여러 곳에서 일감을 받고 ⓑ자신이 보수와 서비스를 최종 결정하고 ⓒ업무지시나 출퇴근 제약이 없다. ⓐ ⓑ ⓒ 모두를 갖춘 진성 1인 자영업자는 248.7만 명이다. 반면 ⓐ ⓑ ⓒ에서 자유롭지 못한채 특정 사용자에게 종속된 91만 명은 특수고용직(B)이다. 특정 사용자에게 종속돼 있진 않지만 진성 1인 자영업자라기엔 약간의 종속성을 지닌 새로운 유형의 직업군이 55만 명이 있다. 이들은 번역가나 요즘 새롭게 등장하는 플랫폼 노동자다.

특고A(74.5만 명), 특고B(91만 명), 새로운 유형C(55만 명)을 합친 220만 5천 명이 넓은 의미의 특수고용 노동자다. 이밖에도 임금노동자 쪽에 103만 명, 비임금 노동자 쪽에 7만 명 등 모두 110만 명에 이르는 임시 일용직 등의 취약한 노동자가 별도로 존재한다. 그 수를 합치면 모두 1350만 명에 달해 전체 취업자 2709만 명의 절반이다. 정부가 이번 코로나19 고용안정 특별대책 통해 ‘긴급고용안정 지원금’ 대상자로 분류한 사람은 이 1350만 명의 취업자 가운데 극히 일부인 93만 명이다.

결국 고용보험 사각지대 노동자의 절대다수는 정부의 지원대상에서 빠졌다. 문제는 이들이 코로나19로부터 집중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고용안정 특별대책으로 10조 원을 책정했지만 ‘긴급 고용안정 지원금’을 뺀 나머지 사업은 대부분 기존에 해오던 고용안정 사업을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 고용안정 특별대책 가운데 재직자 고용유지와 실업자 지원 사업은 고용보험기금을 재원으로 대부분 고용노동부가 기존에 해오던 일자리 사업 확대라 코로나19 때문에 갑자기 어려워진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불안정 노동자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공 및 청년 일자리 창출 역시 20여 년 동안 정부가 계속해온 사업으로 환경보호, 행정지원, 산림재해예방 같은 공공근로 수준의 한시 일자리가 많다.

연차 · 무급휴직 강요하다 막히면 비정규직부터 해고

‘코로나 갑질’은 코로나19 초기인 지난 1~2월엔 호텔 등 관광업종을 중심으로 연차사용 강요 등의 형태로 시작됐다. 사용자가 강요해 올해 연차를 다 소진한 뒤에는 내년 연차까지 끌어서 미리 쓰도록 하기도 했다. 연차 사용은 노동자의 재량이기에 사용자가 강요하는 건 불법이다. 다만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하면 예외적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몇몇 사업장은 근로자대표가 누구인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무급휴직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청소와 수하물 처리를 독점하는 협력업체 ㈜KO아시아나에어포트 노동자 8명은 회사의 무급휴직 강요를 거부하다가 지난 11일 해고 당했다. 정부가 항공 기업에 4조 원 가량을 투입했지만 8명의 하청 노동자 해고는 막지 못했다.

KO아시아나에어포트는 금호문화재단이 소유해 아시아나항공 전현직 임원이 경영진에 포진한 아시아나항공 직계 하청사다. 이 회사는 정부에 고용유지지원금도 신청하지 않았다. 무급휴직을 강요하면서 동의하지 않는 직원을 해고했다.

운항을 전면 중단한 이스타항공도 인턴 등 계약직 186명이 먼저 일자리를 잃었고, 국내 여객 조업을 담당했던 100% 자회사 이스타포트는 계약 해지로 수백 명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다. 이처럼 간접고용된 협력업체와 계약직 등 비정규직이 먼저 해고 되지만 이들 대부분은 고용보험 밖에 있어 정부 지원대상에서 빠진다.

항공업종에서 해고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도 법적으론 협력사 정규직이라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가능하지만 노동력 변동이 잦아 고용유지기간과 종료 이후 1개월 이상 고용유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사실상 제도 밖에 있다.

항공산업과 휴원 중인 어린이집 등에선 매출 감소를 이유로 권고사직을 강요하기도 했다. 일부 어린이집에선 원장이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아서 일부만 노동자에게 주거나 페이백 받는 경우도 있었다. 공익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고용유지 지원금을 사용자에게 주는 고용정책이 근본적으로 문제”라며 “노동자도 신청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했다.

유급병가도 없는데 ‘아프면 쉬라’는 권고는 공염불

방역당국은 일관되게 아프면 2~3일 쉬라고 하지만 한국은 OECD 대부분의 나라에 있는 유급병가가 제도화 돼 있지 않다. 한국에서 유급병가 제도는 고용조건이 가장 좋은 공기업 일부에만 노사 합의로 도입돼 있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는 지난 12일 직장갑질119 토론회에서 “OECD 대부분의 나라가 짧게는 5일, 많게는 50일까지 유급병가 제도를 갖고 있다”며 “5일짜리 단기 유급병가도 없는 OECD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룩셈부르크와 노르웨이는 50일, 핀란드 48일, 오스트리아 45일, 독일은 44일까지 장기간 유급병가를 쓸 수 있다.

▲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가 지난 12일 직장갑질119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이정호

이상윤 대표는 “고용 불안정 노동자에게 최소한 5일짜리 단기 유급병가라도 정부가 지원해줘야 방역당국이 말하는 쉬라는 말이 실현가능하다”고 했다.

378만 명 달하는 ‘5인 미만 사업장’도 지원해야

5인 미만 사업장도 고용유지 지원금 신청은 가능하지만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휴업 조항에 적용되지 않는데다 고용유지지원금 제도 설계가 사업주에게 주는 방식이라 노동자는 실제 혜택을 받기 어렵다.

2019년 8월 현재 정부 통계로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378만 3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2.2%에 달한다. 여기에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용자가 5명 이상을 상시고용하면서도 법인을 둘로 쪼개거나 고용원을 축소 신고한 곳을 말한다.

노동시민단체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정진우 집행위원장은 “근로기준법과 4대 보험 밖에 놓인 노동자가 훨씬 더 많은 피해를 입는데 정부 대책은 이들을 외면하거나 이들 중 극히 일부에게만 시혜적으로 돈을 푸는 수준이라 이번 기회에 고용안정망 전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노동자인데 ‘자영업자’로 둔갑시킨 사용자 처벌해야

2018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는 675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 2709만 명의 25%에 달한다.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나라는 그리스(33.4%), 터키(32%), 멕시코(31.6%)에 불과하다. OECD 평균은 15.8%이고, 미국(6.3%)과 노르웨이(6.5%), 덴마크(8%), 룩셈부르크(8.4%) 등 선진국일수록 자영업자 비율은 낮다.

한국에 자영업자가 많은 이유는 진성 임금노동자를 자영업자로 둔갑시켜 각종 비용을 줄이려는 사용자들의 편법이 한몫하는데도 당국은 이를 제대로 파악하거나 적극 행정을 펴지 않고 있다.

표) OECD 주요 국가 자영업자 비율 (2018년)


‘직장갑질119’는 지난 17일 발표한 ‘유령근로자 위장 프리랜서 판치는 일터’라는 보도자료에서 업무 내용상 ‘특수고용직’이 아닌 명백한 임금노동자인데도 사용자들이 4대 보험과 연장수당, 퇴직금 등을 안 주려고 이들을 사업소득자(자영업자)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로 들어온 제보 중엔 일반 사무직이나 유치원 강사 등도 사업소득자로 둔갑한 경우가 있었다. 이들은 해고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사무직으로 2018년부터 일했던 A씨는 “회사에 4대 보험 가입을 요청했는데 회사는 계속 알아봐주겠다고만 하고 퇴사할 때까지 안 해줬다. 퇴사 후 근로복지공단에 문의해 4대 보험 소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공단은 저의 업무 성격이나 근로계약서를 봐도 근로자라며 회사에 소급가입을 요청하라고 했다. 회사에 연락했지만 퇴직금과 연차수당을 한 달이 넘도록 입금하지 않아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신청했다. 저는 사업소득자가 아니었는데 회사가 억지로 사업소득자로 등록해놓고 양해나 사과 한 마디 없이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공익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는 계약 형식이 아니라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노무를 제공하였는지 실질 여부로 판단해야 하는데 우리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성 입증 책임을 노동자에게 지운다”며 “법을 개정해 근로자성 입증 책임을 사업주에게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등 미국 주요 주는 AB5법(Assembly Bill 5)을 제정해 근로자가 아니라는 걸 사용자가 입증하도록 법제화해 플랫폼 노동자 등을 보호하고 있다.

여성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만 절반 출근시켜

전국여성노조 인천지부 박명순 인하대 분회장은 지난 18일 4회 임금차별 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한 회사가 5개월 동안 청소노동자들 근로시간을 반씩 나눠 청소하라고 했고 그만큼 노동강도는 높아졌는데 임금은 줄었다. 심지어 정규직과 남성 비정규직은 모두 정상출근했기에 비정규직 여성 청소노동자에게만 코로나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재난 앞에 여성 노동자가 가장 먼저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제 사례다.

▲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4회 임금차별 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고용위기가 여성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전국여성노조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도 이런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4월 취업자는 2656만 명으로 지난해 4월 2703만 명보다 47만 명이 줄었다. 이 가운데 남성은 18만 명 줄어드는데 그쳤지만, 여성은 29만 명이나 줄었다. 코로나 고용충격이 여성에게 더 가혹했다는 뜻이다.

일감 줄어든 요양보호사, 부분실업 인정 안 돼

방문요양보호사로 일하는 B씨(62)는 하루 2~3집을 방문해 돌봄 노동을 해왔는데 지난 3월부터 코로라19 감염을 우려한 이용자들이 보호사가 집으로 오는 것을 꺼려 일감이 절반 가량 줄었다. 평소 B씨는 월 140만 원 정도를 받았는데 지금은 80만 원을 채우기도 어렵다. 우리나라는 ‘부분실업’을 인정하지 않아 B씨는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는 전국에 162만 명 이상이고, 이 가운데 장기요양기관에 등록해 일하는 요양보호사만 해도 37만 명이 넘는다.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는 “취업 중인 요양보호사 대부분이 소득 30% 이상 줄었는데도 정부 대책이 돌봄 노동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설계돼 지원 받을 길이 없다”고 했다.

한국고용노동연구원 이병희 연구위원은 지난달 24일 참여연대가 주최한 ‘코로라19 대응, 진단과 평가’ 좌담회에 나와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이들부터 당장 고통 받는데 지원은 정규직 중심으로 이뤄지고 이주노동자와 난민, 무국적자는 아예 언급조차 없다”고 했다.

제작진
취재이정호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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