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뉴스타파 동계 연수A팀(김혜승, 신혜연, 정광윤, 조현찬)의 실습 결과물입니다.
교수와 학생이라는 단어를 포털에서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연관검색어 중 ‘갑을’, ‘의사소통’이 눈에 띈다. 교수-학생 관계를 말해주는 단어들이다. 갑을 관계에 놓인 교수와 학생 사이에선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렵기 마련이다. 양 측의 관계는 자주 억압적인 형태로까지 변질된다. 억눌리는 쪽은 대개 학생이다. 현재 삼육보건전문대에서 교수와 학생이 한 자격증을 두고 처해있는 상황도 그런 케이스다.
교수가 ‘권’하는 자격증
지난 5년 간 (2011년부터 2015년), 삼육보건전문대 의료정보과(이하 의정과) 학생 366명이 ‘의료정보관리사’라는 자격증 시험에 응시했다. 같은 기간 의정과 재학생 수는 436명, 응시율이 약 84%다. 취재진과 만난 의정과 졸업생 A씨는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라는 얘기를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의정과 박주희 교수 등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의료정보관리사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계속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다만 “취업경쟁력 강화와 학습의욕 고취, 성취감 등을 감안해 학과 차원에서 권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정보관리사, 무슨 자격증이기에
해당 자격증은 의료 지식과 IT 기술을 검증하는 민간자격증이다. 주로 병원 전산팀이나 개발업체 등에 취업을 하게 되는 의정과 학생들이 이 자격증 시험에 응시한다. 자격증을 발급하는 곳은 한국의료정보교육협회(이하 협회)이다. 협회 구성원은 의료정보 분야와 관련된 전국의 전문대 교수들이다. 삼육보건전문대 의정과 교수 3명(박주희, 김경목, 이준혁)이 협회 임원에 포함돼 있다. 협회장 박주희 교수는 의료정보관리사 자격증 시험이 “의료정보과를 들어오면 당연히 공부를 해야 하는 교과목으로 구성돼 있다”며 “의학용어 등을 공부한 학생이 일반 전산학과 학생들과 달리 병원에 대해서 알고 있기 때문에 의료정보관리학과가 더 주목 받는다”고 말했다.
“왜 따야하는지 아는 학생도 없어요”
하지만 취재진이 접촉한 의정과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이 자격증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의정과 재학생 B씨는 “(학생들이 주로 취업하는 개발 분야) 업체 관계자들은 이 자격증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고 말했다. 의정과 홈페이지 취업 게시판에 있는 업체들 중 네 곳에 문의해본 결과 의료정보관리사 자격증을 아는 곳은 없었다. 의료업계 측에서도 이 자격증이 큰 의미는 없다는 반응으로 보였다. 삼육보건전문대와 재단이 같은 삼육병원조차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자격증이) 없는 것보다는 낫겠죠”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의정과 졸업생 A씨는 “공인 자격증도 아니라 자격증에 이점이 없다”며, “이걸 왜 따야하는지 아는 학생도 없다”고 말했다.
계속 인상되는 응시료와 교재비
2004년 자격증 시험이 처음 실시 될 때 3만원이었던 응시료는 2011년 5만원으로 인상됐다. 박주희 협회장은 협회가 적자로 운영됐기 때문에 응시료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적자로 운영된 해의 회계자료를 요청했지만 협회 측은 거절했다. 지난 12년 동안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의료정보관리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3천여 명이다. 협회에서 거둬들인 의료정보관리사 시험 응시료 수입액은 2억 5천 만 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협회의 응시료 수입은 2천 7백여만 원이었고, 시험관리비용은 천 3백만 원이었다. 천 4백만 원이 남은 셈이다. 협회 관계자들은 남은 응시료를 교수들의 세미나, 학술지 발간, 자격증 발급비, 직원 인건비 등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구체적인 회계자료를 요청하자, 협회 측은 취재 의도가 명확하지 않은 사안이라며 거절했다.
교재 가격도 2004년 2만원에서 2~4년마다 인상돼 현재 4만 6천원이다. 의정과 재학생 C씨는 “(자격증 시험) 응시료에 책값을 합하면 거의 10만 원”이라며, “학생에게 부담스러운 돈”이라고 말했다.
권유인가, 강요인가
삼육보건전문대 의정과 재학생이나 졸업생들 가운데 일부는 교수들이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것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말하는 ‘권유’가 학생들에게는 ‘강요’로 받아들여졌다는 말이다. 의정과 졸업생 A씨는 “계속 응시를 안 하는 친구들을 (교수가) 학과사무실로 불렀다”며, “애들이 너무 스트레스 받고 짜증나니까 결국은 다 응시한다”고 말했다.
자격증 시험을 치지 않으면 학점과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의정과 재학생 B씨는 “학점 불이익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교수 눈 밖에 나면 추천서를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주희 의정과 교수는 “교수가 아무리 권유해도 결국 자격증 취득은 학생들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비용 부담되는지 설문 조사하겠다”
박주희 교수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소통을 통해 풀어야 할 건 풀겠다”며 “비용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되냐 안 되냐는 우리가 설문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 “학생들의 설문결과에 따라 일부 금액을 학교 측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보겠다”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제안의 진정성을 믿기 힘들다는 반응도 있다. 전에도 교수와 학생들이 자격증과 관련해 논의한 자리가 수차례 있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졸업생 A씨는 말했다. A씨는 “항상 끝맺음이 교수들이 하라는 대로 하라는 식이었다”며 “당장 그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서 그렇게 말했을 뿐 그렇게 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취재 시작되자 학교 측, 제보자·취재원 색출 소동
자격증과 관련된 학생들의 불만에 대해서 박주희 교수는 “주로 졸업도 못하고 자격증 시험에서도 떨어진 불성실한 학생들에게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등록금과 별도로 자격증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공짜로 하면 게을러진다”며 “자기 돈 좀 내야 시간 내서 공부하고 결석도 덜 한다. 정책적 통계로도 확인된 바가 있다”고 주장했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만난 의정과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학교 측에서 제보자를 색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학과 관계자가 졸업생들에게 전화를 돌려 ‘학교 측이 고소를 당하게 됐다며 주동자를 색출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