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57년 죽마고우'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교수가 불법 선거사무소로 지목된 이른바 '강남 사무실'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열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윤석열 후보가 대선 기간에 화랑(강남 사무실) 주소를 문자메시지로 직접 보낸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이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 선거사무소를 운영한 사실을 보도했다.
선관위에 신고된 국민의힘 선거사무소 리스트와 정치자금 회계보고서에는 '강남 사무실'에 대한 내역이 없었다. '강남 사무실'을 제공한 건물주 남매는 대선 직후 대통령실이 임명하는 자리를 꿰찼다. 미신고 사무소는 '공직선거법', 공짜 사무실 제공은 '정치자금법', 그 대가로 특혜 채용을 해줬다면 '특가법상 뇌물'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뉴스타파 보도 후,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사무실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지 못했다. '잘 모른다'거나 '나는 가지 않았다'는 식의 입장만 내놨다. 대통령실은 여지껏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의 친구이자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철우 교수가 '강남 사무실'의 존재를 다시금 확인해준 것이다.
뉴스타파 보도 화면.
대통령의 절친 이철우 교수 “○○화랑서 회의했다는 얘기는 수차례 들었다”
대선 당시 이철우 교수는 윤석열 캠프의 정책특별위원회 중 하나였던 미래비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 교수는 가까운 석학들과 윤석열 후보의 미팅을 주선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이 교수는 '강남 사무실'에서 캠프 회의가 열렸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강남 사무실을 가봤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화랑이 압구정동 아닌가. 가로수길?"이라면서 화랑의 대략적 위치를 특정했다. 이어 "내가 화랑에 직접 간 적은 없지만 그런 거는 알고 있었어. 그 정도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화랑과 관련된 언론 보도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만들어진 기억이 아니라는 뜻이다.
"화랑에서 무엇을 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윤석열) 후보자가 (화랑에서) 회의를 했겠지만 하여간 거기서 모여서 회의를 했다. 그런 얘기들이 좀 있었는데. 그게 어느 한두 사람이 아니고, 여러 번 있었던 거 같아서 나는 신경을 안 썼다"고 설명했다. 누가 자신에게 화랑 얘기를 했는진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얘기를 한두 사람이 한 게 아니었다"고 답했다.
'강남 사무실'의 존재는 물론 '후보자가 수차례 회의를 한 공간'이라고 알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 교수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거기서 무슨 일이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면서 "처음에 정치를 시작하는 사람은 그런 게(사무실) 없으니까 누가 편의를 제공해줬나 그렇게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공식 캠프가 시작되기 전부터 '강남 사무실'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불법 사무실 논란이 있다고 설명하자 "우리 집에서도 사람들을 만난 적 있으니 그렇게 지인들이 만나는 장소를 제공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걸 문제 삼는 게 좀 이상하다"면서도 "그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기보다는 거기에 출입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견해를 밝혔다.
뉴스타파 보도 화면. 이준석 의원은 자신이 보관 중인 윤석열 후보의 문자메시지 속 주소를 취재진에게 보냈다. 확인 결과 뉴스타파가 보도한 '강남 사무실' 주소와 동일했다.
이준석 의원 "대선 기간에 윤석열 후보가 보낸 문자메시지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대선 기간에 윤석열 후보가 강남 어디로 오라면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온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윤석열 후보에게 받았다는 문자 속 주소는 뉴스타파가 보도한 '강남 사무실' 주소와 정확히 일치했다. 지금도 그 문자를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윤 후보가 그 시각에 '강남 사무실'에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 의원은 그러나 '강남 사무실'에 가지는 못했다고 한다. "권영세 총괄 선대본부장이 곧바로 전화를 걸어와 오지 말라고 한 것으로 기억한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권영세 등 캠프 인사들은 "화랑에서 공식 회의를 연 적도, 자신들이 가본 적도 없다"고 언론에 밝힌 사실이 있다. 취재진이 "권영세 의원이 전화한 게 정확하느냐"고 되묻자, "평소에 없던 드문 상황이라 정확하다. 그때 통화한 녹음파일이 남아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대선 기간 선관위에 신고되지 않은 '강남 사무실'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여러 증언과 물증이 뉴스타파 취재를 통해 계속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강남 사무실이 만들어 진 경위와, 임차료 미지급, 건물주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