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12·3 내란과 관련된 기록물의 폐기를 금지하고, 대통령비서실 등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국가기록원은 12·3 내란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해당 기록물의 폐기를 금지하고,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국방부 등 20개 기관에 이를 통보했다. 그러나 내란 이후 지난 40여 일 사이 여러 건의 기록물 폐기와 은폐 시도 등이 확인되면서, 국가기록원의 조치가 너무 늦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2월 10일 공수처의 긴급 요청에 따른 후속 조치로, 폐기 금지 대상 기록물은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생산된 공공기록물이다. 폐기 금지 기간은 5년이며, 이 기간 해당 기록물은 기록물평가심의회에서 폐기 등 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같은 내용은 1월 15일 자 관보에 고시됐다.
▲ 국가기록원고시 제2025-2호 (2025. 01. 15.)
국가기록원은 그동안 내란 관련 기록물의 폐기 의혹이 잇따랐지만, ‘보존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기록물은 폐기 금지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실질적 대응을 미뤘다. 국가기록원은 지난해 12월 12일부터 20일까지, 18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란 관련 기록물 관리 실태를 점검했으나, ‘특이사항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사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문건 폐기 지시, 국방부와 경찰청의 주요 기록물 파쇄 등 내란 기록물 폐기와 은폐 시도가 잇따라 드러났다.
국가기록원의 이번 결정은 학계와 시민단체 등의 지속적인 압박 끝에 이뤄졌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지난달 긴급 기자회견과 청원을 통해 기록물 폐기 금지 조치를 촉구했다. 조민지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이제라도 주요 기관에 대한 폐기금지 조치가 이루어진 것은 다행이지만, 그동안 사라진 중요 기록물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공공기록물법에 따른 철저한 관리 실태 점검과 시정 조치가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이번 내란과 관련된 생산 및 수신 문서 현황과 해당 문서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행정안전부와 국방부 등은 대부분 ‘부존재’ 답변을 했으며, 일부 기관들은 ‘복무 기강 철저’, ‘출입문 보안 강화 및 출입자 통제’ 등을 공개하겠다고 답변했다. 모두 내란의 진상 규명과는 거리가 먼 기록물이다.
▲ 충청북도 정보공개청구 결정 통지 내용 (2025. 01. 07.)
조영삼 전 서울기록원장(뉴스타파 전문위원)은 이번 폐기 금지 결정에 대해 "폐기 금지가 시행된 것은 다행이지만 적절한 시점인지 생각해볼 문제"라며, "시행이 늦어지면서 효과가 반감되거나 없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내란과 관련된 대통령실의 기록 생산 현황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며 "대통령기록은 대통령이 궐위될 경우 재분류 및 이동이 금지되어야 하지만, 지금은 해당 조치가 적용되지 않아 기록 폐기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