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동인 282억 수익 숨긴 대장동 자금책, 검찰은 또 봐줬다

2022년 11월 14일 15시 53분

뉴스타파는 대장동 수사 기록과 정영학 녹취록을 바탕으로 대장동 특혜 개발 사건의 실체를 검증 보도하고 있다. 
이 중 정영학 녹취록은 약 1,000쪽 분량이다. 2013년~2015년 그리고 2019년~2021년 사이에 녹음됐다. 대장동 업자들이 진행했던 대장동 개발의 과정과 유착, 그리고 이익 배분 논의 등이 담겨 있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대장동 핵심 4인방(김만배, 유동규, 남욱, 정영학) 외 인물의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이 사람은 천화동인 6호의 차명 소유자로 282억 원을 배당받은 정황이 포착됐지만, 검찰은 피의자로 입건하지 않았다. 
▲ 정영학 녹취록(2020년 6월 17일 녹음), 김만배-정영학 대화 중 등장한 조우형

대장동 사건의 숨겨진 핵심 인물 ‘조우형’ 

그간 언론에 알려진 조우형은 ‘대장동 자금책’이다.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김만배는 대장동 개발의 시작점이 ‘조우형’이고, 자신이 대장동 사업에 참여한 계기도 ‘조우형’ 덕분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또 김만배와 남욱이 조우형의 배당금 지분을 살뜰히 챙기는 장면도 나온다. 
282억 원의 배당을 받은 천화동인 6호는 겉으론 조현성 변호사가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대장동 검찰 수사기록에 나오는 6호의 실제 소유자는 ‘조우형’이다. 유동규 지분이 들어간 천화동인 1호처럼, 조우형도 차명으로 자신의 지분을 숨긴 것이다. 그럼에도 조우형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 정영학 녹취록(2020년 4월 4일 녹음), 천화동인 6호 실소유자가 ‘조우형’임을 보여주는 대목.

불법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조우형 

뉴스타파 취재 결과,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에서 조우형의 역할은 대출 알선만이 아니었다.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자로 선정된 직후인 2014년 2월쯤 대장동 일당이 호반건설, 분양대행업체<더감>과 불법 이면합의를 맺고 비자금 26억 원을 만드는 과정에 조우형이 관여한 정황이 나온다. 
녹취록에서 김만배는 26억 원의 비자금 조성에 홍콩 달러와 차명 계좌가 동원됐고, 수표를 상품권으로 바꾸는 등 일련의 세탁 과정이 있었는데 여기에 조우형이 관여했다는 얘기를 조우형 본인으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말한다. 이런 김만배의 발언이 나오게 된 계기가 있다. 2020년 초, <더감> 대표 이기성(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이 조우형에게 불법 비자금 조성을 폭로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기 때문이다. 
▲ 정영학 녹취록(2020년 5월 7일 녹음) 김만배가 조우형에게 들은 비자금 조성 내용을 말하고 있다
2014년 초 만들어진 26억 원의 불법 비자금은 앞서 뉴스타파가 공개한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 영장에도 나온다. 
영장에 따르면, 2014년 2~3월경, 남욱은 호반건설과 이기성에게 비자금 조성을 위한 범행 제안을 한다. 남욱은 분양대행 수수료를 부풀려서 26억 원을 만들기로 호반건설, 이기성과 함께 약속했다. 이기성은 이 약속을 믿고 자신이 먼저 26억 원을 만들어서 남욱에게 보냈다. 이때는 위례 아파트를 분양하지 않은 시점이다. 
검찰은 이 중 4억 원이 정진상에게 건네졌고, 2014년 이재명 성남시장의 재선 선거자금으로 쓰였다고 판단했다. 
▲ 검찰의 정진상 압수수색 영장 12쪽. 불법 이면합의로 비자금을 만들었다고 적었다
그런데 정영학 녹취록 내용을 종합하면, 비자금 26억 원 중 상당액을 남욱과 조우형이 가져다 쓴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초, 이기성은 조우형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비자금이 남욱의 단독범행이 아니란 방증이다. 김만배는 내용 증명을 정영학과 함께 보면서 '이거 터지면 남욱은 죽겠다'고 말한다. 
▲ 정영학 녹취록(2020년 5월 7일 녹음) 김만배가 조우형에게 들은 비자금 47억 원을 설명하고 있다
결국, 비자금 일부가 2014년 6월 이재명 성남시장 재선 자금으로 흘러갔는지 정확히 파악하려면 남욱의 진술뿐 아니라 조우형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비자금 조성과 사용, 돈 세탁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5년 10월 15일, 수원지법은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알선으로 조우형에게 징역 2년 6개월, 추징금 20억 4,500만 원을 선고했다. 대장동에서 282억 원을 번 조우형이 현재까지 납부하지 않은 추징금은 약 19억 원이다.
여기에 더해서 검찰은 천화동인 6호의 실제 소유자로 조우형을 특정하고도 그를 참고인으로만 조사했다. 조사 당시, 검사는 “2011년 대검 갔을 때 윤석열 검사가 커피를 타 줬냐?”는 식의 질문을 던졌다. 대장동 사건의 실체 규명이나 범죄 수익 환수와 별 관련도 없는 질문들이었다.  

조우형은 누구인가 

조우형은 2009년 부산저축은행에서 1,155억 원 대출을 끌어온 인물이다.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친인척이기도 하다. 민간 주도의 도시개발은 땅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인데, 그가 끌어온 대출금이 대장동 토지 계약의 종잣돈이 됐다. 조우형은 대출 알선의 대가로 10억 3천만 원을 챙겼다. 
2015년, 대장동 일당이 참여한 (주)성남의뜰이 개발 사업자로 선정된 직후, 킨앤파트너스로부터 300억 원대 투자를 유치한 인물도 조우형이다. 이 초기 자금이 없었다면 대장동 일당의 꿈은 무너졌을지 모른다. 
이렇게 대장동 개발의 ‘자금책’으로 활약했던 조우형은 대장동에서 돌연 사라진다. 경찰이 뒤늦게 불법 대출 알선을 적발했고, 2015년 10월 수원지법이 조우형에게 2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해 교도소에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조우형은 여러 번 검찰 조사를 받았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함께 대검 중수부가 그를 수사했다. 당시 수사 실무를 총괄한 검사는 윤석열 중수2과장이다. 조우형은 대검에 세 차례 불려가 조사받았다. 
그런데 총 1,805억 원에 이르는 대장동 PF대출 건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조우형의 대출 알선 혐의도 흐지부지 처리됐다. 그 당시 검찰의 ‘조우형 봐주기 의혹’이 제기된 것은 조우형이 김만배를 통해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받은 사실이 언론에 나오면서다.  

김만배 "조우형에게 박영수 소개하고 1,500만 원 받아"

지난 3월, 뉴스타파는 김만배가 자신이 조우형에게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하고 결과를 설명하는 육성 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김만배는 “박영수가 조 씨에게 커피 한잔 마시고 내려오면 된다고 했는데, 실제로 사건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2021년 9월 15일 녹음된 김만배 육성파일 
김만배의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도 조우형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11일 작성된 조서다. 검사는 “조우형과 남욱에게 변호인을 소개시켜 주었는가?”라고 물었고, 김만배는 “서울고검장 출신의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시켜 주었다”고 답했다. 
▲김만배의 피의자신문조서 중(2021.10.11)
남욱도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에서 조우형과 관련해 이렇게 진술했다. 
남욱 변호사 피의자신문조서 중 (2021.11.19)
남욱 변호사 피의자신문조서 중 (2021.11.19)
남욱의 진술 닷새 뒤, 검찰은 조우형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사는 “남욱에게 윤석열 중수과장이 커피를 타주고 친절하게 조사를 해줬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조우형은 커피를 타 준 것은 다른 검사였다고 말하면서, 박영수 변호사를 통한 수사 무마는 없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조우형 참고인 신문조서 중(2021.11.24)
정영학 녹취록에는 박영수를 소개해주고 조우형으로부터 사례금 1,500만 원을 받았다는 김만배의 진술이 나온다. 변호사를 소개한 대가라고 보기에는 큰 금액이다. 녹취록에는 이와 별개로 2011년 대검 중수부 사건 이후에도 김만배가 남욱, 조우형이 연루된 검찰 사건을 무마하려는 장면도 담겼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조우형이 26억 원 비자금 조성과 사용에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다. 앞서 검찰은 조우형이 천화동인 6호의 차명 소유자로 282억 원을 배당 받은 사실을 이미 확인했지만, 더이상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