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마을라디오 구로FM에서 PD로 활동하며 2016년부터 라디오와 카메라로 오류시장 상인들의 이야기를 기록해왔다. 장사가 잘 되던 시절의 추억부터 이웃 상인들이 쫓겨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아픈 기억까지. 그 기록을 모아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오류시장 광장에서 열린 라디오 방송 모습
재개발 파도 속에 망가진 공간 ‘오류시장’
구로 오류시장은 1968년에 만든 전통시장이다. 한때 점포 수 200개가 넘는 활기찬 시장이었으나 현재는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2005년에 들어온 개발업자의 사기 행각으로 많은 상인이 지분을 빼앗겼고, 이어 2011년에 대지분을 매입한 부동산 개발 회사 ‘신산디앤아이’가 명도 소송으로 남아있는 상인들을 쫓아냈다.
빈 공간을 돌며 시장의 옛 모습을 설명하는 성원떡집 김영동 사장
오류시장을 지키는 가게 ‘성원떡집’
오류시장에 남은 가게 중 하나인 성원떡집 사장 부부는 매일 문을 열고 거리를 청소하며 시장 명맥을 지키고 있다. 많은 이웃 상인이 쫓겨나기까지의 시간을 고스란히 겪은 두 사람은 과거와 같은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대지주와 개발업자에 맞서왔다.
오류시장 거리를 청소하는 성원떡집 서효숙 사장
시장 없는 ‘시장 정비 사업’
서울시는 전통시장 상권을 활성화하는 취지로 시설을 정비하고 건물을 현대화하는 시장 정비 사업을 진행한다. 오류시장 대지분을 가진 신산디앤아이는 이 사업으로 2016년부터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많은 상인과 주민은 이런 개발 방식이 개발업자 수익만 챙겨줄 뿐 전통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잃게 한다고 성토한다.
오류시장 정비사업 사업설명회 현장, 주상복합아파트 건축 계획
‘지분 쪼개기’
시장 정비 사업은 땅을 많이 가진 사람이든 적게 가진 사람이든 시장 지분 소유자의 60% 이상이 사업에 동의해야 한다는 요건이 있다. 시장 지분의 80% 이상을 소유하고 있지만 소유자 숫자로는 60% 동의율을 맞출 수 없던 신산디앤아이는 지분을 여러 사람 이름으로 쪼개 동의자 수를 늘리는 작업을 했다. 성원떡집을 비롯한 많은 상인, 주민들이 이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했지만 구로구와 서울시 측은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청 로비에서 시위하는 오류시장 상인과 주민들
상인, 주민들의 재판 승리. 그러나 반복되는 개발 사업
2년간의 재판 끝에 법원은 지분 쪼개기 문제를 인정해 사업 승인 무효 판결을 내렸다. 투쟁에 함께한 상인, 주민들은 재판 승리 이후 전통시장과 주민 편의시설을 갖춘 공공개발을 위한 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2023년 현재까지 오류시장은 변하지 않았다. 2022년 취임한 문헌일 신임 구청장은 후보 시절 내건 공공개발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 여전히 시장 지분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신산디앤아이는 종전과 같은 방식의 개발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오류시장에는 16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