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K는 2016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의 스폰서다. 전자제품 유통업체 등 꽤 큰 기업을 운영했던 인물이다. 사기 횡령 혐의로 구속되는 과정에서 고등학교 동창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사실을 폭로해 세간에 알려졌다.
스폰서 사건 전에도 죄수K는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옥살이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검찰의 힘을 경험했던 죄수K는 출소 뒤 친구 김형준 부장검사에게 간과 쓸개를 내줄 정도로 지극 정성을 다했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고급 룸싸롱에서 친구를 접대하고 돈까지 빌려주고 여자 문제를 처리했다. 물론 필요할 때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관련기사 : <죄수와 검사Ⅰ> 은폐된 검사들의 성매매)
하지만 정작 죄수K가 구속될 위기에 처하자 친구 김 검사는 본인의 비위가 폭로될까만 신경쓰는 것으로 보였다. 이에 분노한 죄수K는 검사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검찰에 진술했지만 수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검찰 출신 전관 박수종 변호사에게도 배신을 당했다. 도주 중인 죄수K의 차명 전화 번호를 검찰에 노출한 것이다.
죄수K는 검찰에 대한 극도의 복수심에 절치부심했다. 본인이 구치소와 검찰청을 오가면서 직접 겪고 목격한 또다른 사건들을 뉴스타파에 제보했다. <죄수와 검사Ⅲ>의 취재는 여기에서 출발했다.
인천지검 특수부
뉴스타파는 지난해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을 다시 들여다 보면서 여러가지 검찰 내부 문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중에는 2012년부터 죄수K와 김 검사가 나눈 모든 문자메시지를 취합한 문건이 있었다. 2012년은 죄수K가 형을 마치고 출소한 해다. 대부분 문자메시지는 술약속을 잡거나 업소 여성들의 사진을 주고 받으며 고르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맥락을 알 수 없는 문자가 하나 있었다. 2012년 8월 6일 죄수K가 김 검사에게 보낸 문자다. “글구(그리고) 나 낼(내일) 인천 갈 듯. (검찰) 특수부 수사관들과 저녁 먹으려고. 그냥 순수한 식사자리야. 오랜만에 얼굴 보는 거지.” 인천지검 특수부는 죄수K를 수사했던 곳이다. 이제 막 출소한 죄수가 왜 특수부 수사관들과 저녁을 먹은 것일까. ‘순수한 식사자리’, ‘오랜만에 얼굴보는 것’, 모두 죄수와 검찰 사이에 어울리지 않는 문장이다.
죄수K가 김형준 검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인천지검 특수부와 특별한 친분이 있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보다 1년 전인 2011년 2월 15일에 죄수K가 김 검사에게 보낸 메일이 있다. 당시 죄수K는 복역 중이었고 김 검사는 UN에 파견 중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도움을 주는 검사가 있어서 가끔씩 (너에게) 전화를 하곤 했는데… 이 검사는 연수원 30기 장동철 검사다.” 장동철 검사는 그 무렵 인천지검 특수부에 있었다. 검사의 도움으로 감옥에 있는 죄수K가 외국에 있는 친구 검사에게 전화를 했었다는 말이 된다.
분명 인천지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이다.
죄수K의 첫 경험
시간을 조금 더 되돌려서 2009년으로 가보자. 죄수K는 2009년 3월 사기, 횡령 등의 혐의로 영등포구치소(현 남부구치소)에 구속 수감된다. 여기에서 죄수K는 브로커죄수 한 모 씨, 오 모 씨 등을 만나게 된다. 이 중 한 씨는 지난 3편에 등장한 바로 그 브로커죄수 한 씨다. (관련기사 : <죄수와검사Ⅲ> 죄수들, 검사실에서 범죄를 모의하다)
죄수K는 변호사를 접견하기 위해서 구치소 내 변호인 접견실에 갔을 때 이상한 풍경을 목격한다. 한 씨, 오 씨 등이 소파에 모여 앉아 떠들면서 이야기하고 외부에서 들여온 음식을 먹었다.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죄수K는 본인과 관계 없는 일이니 그러려니 했다고 한다.
그런데 2009년 12월 인천지검 특수부가 영등포구치소를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그리고 오 씨와 한 씨를 인천구치소로 이감시켰다. 모종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죄수K도 12월 18일 인천지검 특수부에 소환됐다. 인천지검은 오 씨 등이 교도관에게 뇌물을 주고 감옥에서 각종 편의를 제공 받은 혐의를 수사하고 있었다. 죄수K는 이 사건에서 참고인, 목격자로 불려간 것이다.
이렇게 죄수K가 인천지검에 참고인으로 출정을 다니는 사이 브로커죄수 한 씨가 죄수K에게 은밀하게 제안을 했다. 죄수K는 영등포구치소 시절 한 씨에게 과거 ‘국세청 직원에게 뇌물을 줬는데 구속되니까 모른척 하더라, 괘씸하다’는 말을 했다. 지나가는 말이었다. 한 씨는 죄수K에게 그 국세청 공무원 뇌물 사건을 인천지검 검사에게 제보하라고 제안했다. 그 대가는 또다른 죄수인 오 씨가 돈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브로커 죄수가 사건이 있는 죄수에게 대가를 주고 검사에게 사건을 제보하는 전형적인 '삼각 사건 거래'.
죄수K는 사정이 궁하기도 했고, 국세청 공무원을 괘씸하게 생각하기도 해 고민 끝에 제보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검사에 제보를 하고 오 씨로부터 1억 2천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감옥 밖에서 오 씨의 돈을 관리하던 A씨의 장부에는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거래 내용이 적혀있다.
브로커죄수 오 씨의 자금 관리인이 작성한 장부. 죄수K에게 지급한 돈의 내역이 적혀있다.
달콤한 검사실
사건 제보는 꽤 성공적이었다. 국세청 공무원은 구속됐다. 사건은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당시 지상파 방송사 메인뉴스에도 나올 정도였다.
죄수K가 인천지검에 제보한 사건은 MBC 메인뉴스에 나올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당장 죄수K에 대한 대접이 달라졌다. 죄수K는 인천지검 특수부 1011호 장동철 검사실에 딸린 독방을 개인 사무실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방에는 전화와 컴퓨터, 소파, 침상까지 갖춰져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외부 음식도 먹고, 담배도 피고, 외부 지인들과 통화도 하고 직접 만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검사는 또다른 제보를 원하는 눈치였다고 한다.
법무부 출정기록에 따르면 죄수K는 2010년 한 해 동안 114번 인천지검에 불려갔다. 주말을 제외하면 일주일에 2-3번, 사실상 출근을 한 셈이다. 아래 사진은 죄수K가 기억을 떠올려 그린 1011호 검사실 평면도다.
죄수K가 그린 인천지검 1011호 평면도. 왼쪽 영역이 죄수K가 개인 사무실처럼 썼다고 주장하는 공간이다.
죄수K를 검사실에서 만난 지인들의 증언도 죄수K의 주장과 일치했다. 과거 죄수K가 운영했던 회사의 고문으로 있었던 백 모 씨는 취재진과 만나 “김00(죄수K)가 인천지검에 (출정) 오면 나한테 (검찰청 전화로) 전화해서 오라고 해서 갔었다.”고 말했다. 과거 죄수K의 거래처 관계자 오 모 씨도 “(인천지검에) 일주일에 서너 번씩 갔다. 거기 별채 같은 곳에서 밥도 먹고, 담배도 피우고 다 했다.”고 증언했다. 백 씨는 또 “(죄수K가) 재소자인데 검사하고 편하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후 백 씨는 장동철 검사가 춘천으로 옮겼을 때 죄수K의 부탁을 받아 축하 화분을 보낸 기억도 있다고 말했다.
당시 1011호실에 있었던 장동철 검사의 말은 달랐다. 장 검사는 국세청 뇌물 사건을 수사한 건 사실이지만 편의를 제공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출정기록에 근거해 1011호 이름으로 죄수K를 수십 차례 불렀던 사실을 제시하자, 그 이유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수사 때문이었을 거라고 말했다.
술, 고기, 스위스 공기청정기, 그리고...
죄수K에게 사건 제보를 제안했다는 브로커 죄수 한 씨와 대가를 지불한 오 씨는 어떻게 됐을까. 처음에 죄수K가 인천지검에 불려갔을 때는 검찰 분위기가 살벌했다고 한다. 한 씨와 오 씨를 ‘죽일 듯 했다’고 죄수K는 기억했다. 하지만 죄수K의 제보로 분위기는 바뀌었다. 한 씨 등도 나름대로 검사와 사건 거래를 하고 있는 눈치였다. 죄수K의 편지 내용이다.
“그때(교도관 뇌물 사건 수사 초기)만 해도 (검찰이) 한00 등을 죽일 듯이 했는데 며칠 뒤 김선규 검사실에 가보니 영상녹화실에 한 씨, 오 씨, A씨(오 씨 애인), B씨(한 씨 애인) 등이 앉아 있더군요. 상황이 변한 거지요. 검사와 재소자간 사건 거래로.”
브로커 죄수 한 씨와 오 씨는 주로 특수부 1025호실에 출정을 갔다고 한다. 죄수K도 자주 1025호에 가서 이들과 어울렸다. 죄수K가 그린 1025호 그림을 보면 검사실에 딸려 있는 영상녹화실이 이들의 전용 방이었다고 한다.
죄수K가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인천지검 1025호실. 오른쪽 아래 영역이 죄수들의 공간이다.
죄수K에 따르면, 한 씨와 오 씨는 애인들을 매일 같이 불러 위의 그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검사실 계장이 일명 브루스타(휴대용 버너)를 준비해 애인이 사온 고기를 구워 먹고, 담배를 피고, 술을 마셨다고 한다.
당시 검찰청에 자주 왔다는 오 씨의 애인 A씨를 수소문해서 접촉해봤다. A씨의 증언은 더 구체적이었다. A씨는 “각종 전을 구워가고, 고기 드시고 싶다고 해서 불판과 프라이팬 가져가서 구워먹고, 인천구치소 앞 식당들에서 시킬 수 있는 건 다 시켜 드셨다”고 말했다. 담배와 관련해서는 검사실 방이 좁아서 “몇 백만 원짜리 스위스 산 공기청정기를 갖다 놨다”고 했다. 자신이 담배를 가져가면 한 씨와 오씨가 담배를 목발에 넣어서 구치소로 밀반입했던 것도 기억했다. A씨도 이들의 사건 거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A씨의 증언이다.
“검사실에 (출정) 나오려면, 사건을 사서 검사님한테 드려야지 검사님 실적이 올라가잖아요. 그래서 사건을 사요, 깡패들한테. 작게는 몇백만 원부터 크게는 이태원에 루이비통 만드는 공장 급습하고 이런 거는 몇천만 원 이상까지. 그래서 깡패들 끼고 검사님한테 선물 드리는 것처럼 사건을 사서, 선물을 드리면... 거기(검사실) 나오면 점심시간에는 싹 다 비워줘서 거기서 드시고 싶은 거 뭐 이런 거는 다 드셨어요.”
검사실에서 벌인 이들의 일탈 행위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는 게 죄수K의 증언이다. 죄수K는 검사실에서 이들이 성관계를 벌이는 것도 여러차례 목격했다고 말했다. 검사가 모른 척 한 것이라고 죄수K는 추측했다. 죄수K의 편지다.
“1025호 김선규 검사실 개인방에서 성관계 한 것이지요. (저는 아니니 오해 없길.) 김선규가 묵인한 거지요. 죄수와 애인이 검사 개인방에 들어가고 문을 잠그는 방식이었습니다. 김선규가 방에 없을 때. 일부러 피해준 듯해요.”
오 씨의 애인 A씨는 그러나 고기 먹고 담배 피는 등의 일은 있었지만, 성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특수부 검사실은 죄수들의 놀이터
죄수들이 특수부 검사실을 자기 사무실처럼, 안방처럼 사용했다는 증언은 <죄수와 검사> 시즌1과 시즌2, 그리고 이번 시즌3까지 반복해서 등장한다. 이른바 ‘나쁜 검사’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검찰 특수부 수사의 구조적인 문제로 보인다.
<죄수와 검사> 시즌2에 등장했던 죄수H의 증언이 대표적이다. 죄수H는 한명숙 전 총리 뇌물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죄수들을 회유해 위증을 교사했다고 주장했다. 죄수H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실에 출정을 다니면서 친척이나 회사 직원들을 시켜서 고급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나아가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대접도 했다. 뉴스타파는 이 같은 사실을 음식을 배달한 친척의 카드 사용 내역, 검찰청 출입 내역으로 확인한 바 있다.
이번 시즌3 중 2편에 등장했던 1조 사기범 김성훈도 마찬가지였다. 김성훈의 지인 김 모 씨는 “강남에서 1인분에 6~8만 원 하는 초밥을 20개 사가지고 완전 검찰청 회식을 했다”고 말했다. 김 씨 역시 검사실에서 성행위가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성행위 자체를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검사실이 검사와 거래를 튼 죄수들의 제한 없는 ‘놀이터’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사건 거래의 진짜 대가
그럼 앞서 언급된 두 사건으로 돌아가보자. 먼저 영등포구치소 교도관 뇌물 사건. 브로커 죄수 오 씨와 한 씨는 당초 이 사건으로 인천지검에 불려갔다. 검찰은 뇌물을 받은 교도관을 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뇌물을 준 오 씨와 한 씨는 벌금 2백만 원, 3백만 원에 각각 약식기소했다. 그리고 죄수K가 제보한 국세청 뇌물 사건. 검찰은 역시 국세청 공무원은 구속 기소한 반면, 죄수K는 벌금 3백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교도관 뇌물, 국세청 공무원 뇌물 사건에서 검찰은 사건 거래에 참여한 죄수들을 모두 벌금 2-3백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죄수K의 경우는 뇌물 공여자가 스스로 자수를 한 셈이니 검사의 재량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인지수사를 벌였던 교도관 뇌물 사건에서마저 오 씨와 한 씨를 벌금 2-3백만 원에 약식기소한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어쨌든 사건 거래를 통해서 죄수들은 편의도 제공 받고, 형량도 줄이는 이득을 봤다. 검사들은 사건을 제보 받고 실적을 올리는 이득을 얻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생겼다. 죄수K 쪽이었다.
국세청 공무원이 구속된 뒤 용산세무서는 죄수K가 운영하던 업체에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죄수K는 국세청의 보복 세무조사라고 주장하지만 국세청 공무원이 뇌물을 받아 구속이 된 만큼 후속 조치로 세무조사를 한 것을 보복이라고 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용산세무서는 세무조사 결과 죄수K를 특가법상 조세 탈루 혐의로 고발한다. 죄수K의 회사가 세금계산서를 조작을 했는데 그 액수가 40억 원이 넘었다는 것이다. 1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다. 그러자 죄수K는 인천지검 검사들에게 항의했다. 아래는 죄수K의 편지다.
“저는 인천지검 특수부 장동철 검사 및 이OO 특수부장에게 너희에게 협조한 대가가 이거냐며 하소연했고, 이에 인천지검 특수부는 서울서부지검에 요청, 사건을 땡겨오게 됩니다.”
결국 인천지검은 죄수K에 대해 특가법 대신, 형량이 낮은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약식기소했다. 벌금 2천만 원. 그러나 법원은 약식 기소를 할 사건이 아니라고 봤는지 죄수K를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그러자 죄수K는 다시 인천지검에 SOS를 쳤다고 한다. 다시 죄수K의 편지다.
“이러한 검찰의 처분이 이상하다, 너무 약하다는 판단이 있었는지 인천지법에서 저를 정식재판에 회부하지 뭡니까. 깜짝 놀라서 저는 인천지검 특수부에 SOS를 쳤고 법정에서 공판검사가 구구절절 사법협조에 대해 판사에게 의견 제시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죄수K의 최종 형량은 검찰이 기소한대로 벌금 2천만 원이 됐다.
강력한, 너무도 강력한! 검찰의 소추재량
어떤 범죄에 대해서 약식기소를 하든, 정식재판을 청구하든, 심지어 기소를 하지 않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 검찰 내부에는 어떤 기준,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 없는 것일까. 검찰 출신 이연주 변호사는 이에 대해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다. 증거가 다 있는데 무혐의를 해주고, 참고인 중지를 해주는 일도 있다. 검사들이 항상 하는 짓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검사의 재량이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라고 이연주 변호사는 강조했다.
“이게 구약식(약식재판청구), 구공판(정식재판청구)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 전에 수사를 하느냐, 마느냐, 어느 정도의 수사 인력을 투입하느냐, 그것부터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그러니까 어떤 사건은 얕게 묻혀 있어도 안 파고 어떤 사건은 모든 인력을 동원해서 지구 끝까지 파는, 그게 우리 검찰이잖아요.”
강력하고 넓은 재량권으로 검찰은 어떤 사건은 봐주고, 어떤 사건은 철저하게 수사한다. 사건 거래도 본질적으로 이 재량권에서 출발한다. 검사의 힘은 봐주는 데 있다고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소추재량에 대해 적절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현직 검사의 권한과 전관 검사들의 영향력을 크게 축소하는 것이기에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고 이연주 변호사는 표현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예요. 누가 시도하겠어요? 이렇게 막 해먹어야 자기네들(검찰)이 활개치는 세상인데. (검찰의 재량권은) 결국 현직 검사에게는 실적을 올리는 용이한 수단이 됩니다. 또 퇴직 검사는 이런 게(검찰의 재량권에 대한 기준) 정립되면 (현직 검사한테) 봐달라고 못 해요. 아무도 건드리지도 않을 거예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오 씨와 한 씨가 안방처럼 사용했다는 인천지검 특수부 1025호실 김선규 검사는 이후 2011년 2월 서울중앙지검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런데 김선규 검사는 그해 3월 브로커죄수 오 씨를 서울구치소로 이감시킨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이감요청서에는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 필요하다”고 돼 있다. 하지만 한화그룹 사건은 두 달 전인 1월에 사실상 마무리가 됐다. 김선규 검사는 이후 2013년 11월까지 무려 3년 동안 오 씨를 서울구치소에 수용 연장을 요청했다. 일반적으로 서울구치소는 면회 등에 대한 편의성 때문에 재소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검사가 한 명의 죄수를 3년 동안이나 일종의 특혜를 주면서 관리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선규 검사(현재는 변호사)가 작성한 죄수 오○○에 대한 이감요청서. 김 검사는 이 같은 이감, 연장 요청서를 2013년까지 계속 작성했다.
지금은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로 활동 중인 김선규 전 검사에게 연락을 해봤다. 전화를 받지 않아 문자를 남겼더니 브로커죄수 오 씨를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감요청서를 보내주자 '언급이 부적절하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구체적인 질의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 검사 재직 시 있었던 일에는 답변이 어렵다는 짧은 답변만 돌아오고 연락이 끊겼다.
김선규 검사가 떠난 인천지검 특수부에는 지난 편에 등장한 김영일 검사가 부임했다. 여기서 김영일 검사와 3편에 등장한 브로커죄수 한 씨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 때 시작된 인연이 2017년까지 계속된 결과 1조 사기범 김성훈 사건의 은폐 왜곡과 피해자들에 대한 2차 사기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죄수와 검사의 은밀하고 끈끈한 거래는 이렇게 시작되고, 이어져, 그 후로도 오랫동안 계속됐다.
<죄수와 검사> 세 번째 시즌은 여기까지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검사들의 비위를 계속 취재해 보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