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국가재정법 위반 의혹, 특활비 현금으로 뽑아 해 넘겨 썼다

2023년 07월 25일 15시 00분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2018년 총장 재직 시절 배정받은 이른바 ‘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다 쓴 것처럼 회계 처리한 뒤 현금으로 보관했다가, 법으로 규정된 회계연도를 넘겨 이듬해인 2019년에 집행한 정황이 포착됐다. 국가재정법상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뉴스타파의 취재를 종합하면 ① 대검찰청 운영지원과가 ‘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계좌에서 인출해 현금화하고 ② 이 돈을 모두 집행한 것처럼 장부를 작성한 뒤 검찰총장 비서실에 현금으로 전달하면 ③ 총장 비서실은 건네받은 현금을 보관했다가 ④ 해를 넘겨 회계연도에 상관없이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방식의 특수활동비 지출에는 검찰총장과 총장 비서실은 물론, 대검찰청 운영지원과가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국가 재정의 기본 원칙인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 국가 예산의 심의·의결을 책임지는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2018년 12월 말, 대검찰청 운영지원과 장부상 총장 몫 특활비 잔액 ‘0원’

2018년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배정된 총장 몫 특수활동비는 59억 7,422만 원이다. 이 예산은 국고 계좌에서 대검찰청 관서 계좌를 거쳐 대검 운영지원과 계좌로 이체된다. 
검찰총장은 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수시로 쓰고, 대검찰청 운영지원과는 지출 내역을 특활비 장부에 기록한다. 이때 작성하는 장부는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기록부’다.
▲ 검찰총장 몫 특수활동비 집행의 흐름도
이 장부를 보면 2018년 총장 몫 특수활동비가 마지막으로 지출된 날이 12월 27일로 적혀 있다. 이날 계좌에 남아 있던 3,387,680원이 인출돼 누군가에게 지급됐다. 10원 단위인 80원까지 싹 다 찾아 쓴 것이다.
12월 27일에 지출된 특수활동비 3,387,680원까지 더하면,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의 장부상 2018년 총장 몫 특수활동비의 총지출액은 59억 7,422만 원이 된다. 2018년 배정된 예산이 59억 7,422만 원이니까 단 한 푼도 빠짐없이 다 쓴 셈이다.
▲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에서 작성하는 장부인 지출내역기록부를 보면, 2018년 12월 27일을 기준으로 그해 배정된 총장 몫 특수활동비 59억 7,422만 원이 전액 지출됐다.

검찰총장, 총장 몫 특활비 계좌 잔액 ‘0원’ 상태에서 ‘9,761만 4,000원’ 집행

며칠 뒤 2019년이 시작되고, 총장 몫 특수활동비에서 ‘화수분’ 같은 일이 벌어진다. 
앞서 여러 차례 보도한 대로, 총장 몫 특수활동비는 두 개의 장부, 즉, ‘이중 장부’를 통해 관리된다. 첫 번째 장부는 대검찰청 운영지원과가 작성하는 ‘지출내역기록부’, 두 번째는 검찰총장 비서실이 관리하는 ‘검찰총장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이라는 장부다. (관련 기사: ‘총장 몫 특활비’ 136억, 별도 계좌에서 ‘이중 장부’로 관리)
그런데 이중 장부 중 두 번째 장부인 총장 비서실의 검찰총장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을 보면, 2019년 1월 3일, 4일, 7일, 9일, 10일, 11일, 이렇게 엿새 동안, 문무일 검찰총장이 총장 몫 특수활동비로 9,761만 4,000원을 누군가에게 현금 지급 또는 입금했다고 나온다.
▲ 2019년 1월 3일부터 11일까지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이 집행한 총장 몫 특수활동비의 내역
그런데 2019년 1월 분 총장 몫 특수활동비 4억 1,431만 원이 국고 계좌에서 대검찰청 운영지원과 계좌로 입금된 날은 다름 아닌 1월 14일이다.
앞서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에서 작성하는 첫 번째 장부를 통해 확인한 것처럼, 2018년에 배정된 총장 몫 특수활동비 예산은 12월 말에 이미 다 썼기 때문에, 2019년 새해 첫 특활비 예산이 새로 입금되기 전까지 대검 운영지원과 계좌 속 총장 몫 특활비의 잔액은 분명 0원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문무일 검찰총장은 총장 몫 특수활동비 계좌 잔액이 0원인 상태에서, 9,761만 4,000원의 총장 몫 특활비를 집행한 것이다. 1억 원에 가까운 이 돈이 대체 어디서 난 걸까?
▲ 2019년 1월 초순,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은 계좌 속 총장 몫 특수활동비 잔액이 0원인 상태에서, 9,761만 4,000원의 총장 몫 특활비를 집행했다.

검찰총장·검찰, 국가재정법 위반 의혹

이 화수분의 비밀을 푸는 열쇠는 행정소송 중 나온 검찰 측 주장에서 시작된다. 
검찰은 지난 3년 5개월 동안의 정보공개 행정소송 과정에서, 대검찰청 운영지원과 계좌 속에 있는 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수시로 현금으로 뽑아 검찰총장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특활비를 집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수활동비는 관서운영경비이므로 관서운영경비출납공무원이 검찰총장에게 현금화하여 집행함으로써 그 집행은 완료됩니다.

대검찰청 항소이유서 (2022.2.28)
뉴스타파가 총장 몫 특수활동비의 이중 장부를 교차 분석한 결과, 대검찰청 운영지원과 계좌에서 현금화해 검찰총장 비서실에 건네진 총장 몫 특활비는 2018년 한 해에만 5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50억 원에 이르는 현금은 총장 집무실 또는 비서실 등 어딘가에 보관해두었다가 검찰총장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쓴다.
이런 괴이한 집행 구조에서는 대검찰청 운영지원과 계좌 속 총장 몫 특수활동비의 잔액이 0원이 되더라도, 이미 현금화해 보관 중인 9,761만 4,000원을 검찰총장이 꺼내 쓰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검찰 내부에서는 대검찰청 운영지원과 계좌에서 현금을 찾아 총장 비서실에 전달하는 것만으로, 설령 이 돈이 쓰이지 않은 채 총장 비서실 어딘가에 보관돼 있더라도, 이미 총장 몫 특수활동비의 ‘집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를 정리하면 ① 검찰은 장부상으로만 2018년 총장 몫 특수활동비 예산을 모두 집행한 것처럼 해놓은 뒤 ② 실제로는 쓰지 않고 어딘가에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다가 ③ 다음 해인 2019년에 꺼내 썼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다름 아닌 검찰총장과 검찰이 ‘각 회계연도의 경비는 당해 연도의 세입으로 충당하여야 한다’는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의혹이다.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은 ‘국가재정법 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 재정의 기본 원칙이다.
2018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대검찰청 운영지원과 계좌 속 총장 몫 특수활동비의 잔액이 0원이고, 2019년 첫 특활비가 국고 계좌에서 지급된 시점이 1월 14일인데도, 그 이전에 9,761만 4,000원의 총장 몫 특활비가 지출됐다는 사실이 이번 의혹의 핵심 증거다. 
▲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은 국가재정법 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 재정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뉴스타파는 총장 몫 특수활동비의 기형적인 집행 구조를 둘러싸고 불거진 국가재정법 위반 의혹 등 여러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대검찰청에 취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 대변인에게 여러 차례 전화하고 문자 메시지와 질의서도 보냈지만, 지금까지 답변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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