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空約)에 그친 윤석열의 ‘공직자 재산 DB 일원화’ 공약

2023년 04월 03일 14시 30분

지난 3월 3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공직자 재산 정기 변동사항이 공개됐다. 뉴스타파는 윤 대통령의 ‘공직자 재산공개 DB 일원화’ 공약의 추진현황을 점검했다. 정부가 재산 공개 창구를 통합하겠다며 마련한 ‘재산등록사항 공개목록’ 사이트에서는 3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의원들의 재산을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시군구 산하 공직유관단체 기관장들의 재산을 공개하는 기초자치단체 재산 공개 파일은 전체 26곳 중 8곳(31%)만 올라와 사이트의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공직자 재산공개 DB 일원화' 공약, 시민사회의 기대받아...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인 2022년 1월, ‘공직자 재산공개 DB를 일원화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윤 후보의 공약을 크게 환영했다. 이 공약이 공직자들의 재산 형성 과정과 부정축재를 감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공직자 재산 공개 제도는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공직자의 재산 형성 과정과 부정축재를 감시하는 주요 도구로 자리잡아 왔다. 그런데 공직자들의 재산 정보가 공개되는 창구가 제각각이다. 3천 여 명의 기초의원 재산은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공보를 통해 공개된다. 시군구 산하 공직유관단체 기관장들의 재산은 기초지방자치단체 공보에서 공개된다. 재산 공개 창구만 중앙 정부,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 등 250여 곳에 이른다. 공직자들의 재산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수십 곳의 사이트(관보, 국회공보, 시도공보 등)를 돌아다녀야만 한다. 윤 후보의 공약대로 공직자 재산공개 DB가 일원화되면, 이러한 공직자 감시 과정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이후 반 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22년 8월, 인사혁신처의 공직윤리시스템에 ‘재산등록사항 공개목록’ 페이지(이하 통합공개 사이트)를 추가하고, 여러 기관에서 올린 재산공개 자료를 이곳에서 모아볼 수 있도록 했다. 과연 올해는 모든 공직자들의 재산을 한곳에서 모아서 확인할 수 있었을까?

국회의원 재산도 못 찾는 ‘공직자 재산공개 DB 일원화’ 사이트

뉴스타파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공직자 재산 정기공개를 맞아 통합공개 사이트의 운영 실태를 점검했다. 결과는 매우 부실했다.
우선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이자 3권분립의 한축인 국회의원들의 재산은 통합공개 사이트에 올라오지 않았다. 공직자 재산 공개 다음 주인 4월 3일,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관계자는 "담당자가 휴가 중이어서 이유를 확인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국회 재산공개 파일은 뉴스타파가 담당자에게 확인한 이후 4월 3일 11시 경 등록됐다.)
▲공직자 재산 통합공개 사이트에서 '국회'로 검색한 결과 화면. 2월 24일 수시공개한 파일이 마지막으로 등록되어 있다. (4월 3일 10시 경)
통합공개 사이트에서 누락된 것은 국회의원 재산만이 아니다.
지방정부가 100억 원 이상을 출연·출자·보조한 공직유관단체의 기관장 재산 정보는 지방자치단체의 공보를 통해 공개하게 돼 있다. 뉴스타파는 인사혁신처가 기관장의 재산을 공개하도록 고시한 대상 기관 469곳 중 기초자치단체 이름이 포함된 기관들을 전수조사했다. 올해 정기공개에서 공직유관단체 기관장의 재산을 공개한 기초자치단체는 모두 26곳이었다. 뉴스타파가 이 기초자치단체 26곳을 확인한 결과, 통합공개 사이트에 파일을 올린 기초자치단체는 단 8곳, 31%에 불과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통합공개 사이트에) 각 기관의 담당자들이 직접 업로드를 하도록 했는데, 아직 올리지 않은 경우가 있는 것 같다"라며 "인사혁신처에서도 확인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법령이 정비돼 6개월 후부터는 공직윤리시스템이 재산 공개 창구로 지정된다. 현재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며 추후 개선된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정기공개에서 공직자 재산을 공개한 기관들의 통합공개 사이트 공개 여부를 정리한 표

게시판 글 하나에 첨부파일 82개, 스캔파일, SVG파일 등 공개 형태도 제각각...

통합공개 사이트가 형식적으로는 공직자 재산 공개 창구를 일원화했지만, 실제 사용할 때 불편한 점도 많았다.
올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 공개 파일은 무려 82개로 나뉜 채 공개됐다. 2,037명의 고위 공직자 재산을 소속 부처 등의 분류에 따라 나눠서 첨부한 것이다. 정보공개창구는 통일됐지만, 여러 파일을 살펴봐야 하는 불편은 해소되지 않은 셈이다. 정보공개센터 김조은 활동가는 "데이터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82개 파일을 다 다운로드 받는 것이 번거로워서 관보 사이트에서 합쳐져 있는 파일을 다운로드 받았다"라고 말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올린 재산 공개 자료. 82개의 파일이 조각조각 나뉘어 첨부되어 있다.
공직자 재산정보를 검색하기 어렵게 이미지 파일로 공개한 사례도 여럿 있었다.
충청북도는 한번 출력한 인쇄물을 다시 스캔해서 만든 이미지 PDF 파일로 공직자 재산을 공개했다. 충청북도의 재산 공개 파일을 확대해 보면, 다른 기관의 파일과는 달리 작은 점들이 찍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스캔한 PDF 파일에서는 단어로 검색할 수 없는 등 불편한 점이 많다. 충청북도공직자윤리위원회 관계자는 "도보에 게재한 파일을 그대로 올렸다"라며 "만약 수정이 가능하면 다시 수정한 파일을 올리겠다"라고 말했다. (4월 3일 오전 11시 현재는 수정된 파일이 올라와 있다.)
▲충청북도의 재산공개 파일을 확대한 화면. 글자가 선명하지 않고, 주변에 작은 점이 찍혀 있는 것이 스캔한 파일의 특징이다.
충청남도는 SVG 이미지 형태로 공직자 재산을 공개했다. 충청남도의 재산 공개 파일을 확대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다른 기관의 파일과 같아 보인다. 그러나 이 파일에서 ‘충청남도’ 등의 단어로 검색해 보면, 어떤 단어도 검색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글자와 비슷한 모양을 그림으로 그렸을 뿐, 실제로 글자가 쓰여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충청남도의 파일은 파일 용량이 512mb로 가장 크기도 했다. 충청남도 공보관실 관계자는 "마지막에 인쇄업체에서 보내주는 파일은 이미지로 변환되어 있기 때문에 검색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공직자 재산 DB 일원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후, 첫 재산 정기공개 결과는 과거보다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 이곳저곳에서 재산을 찾아봐야 하는 상황도 여전했고, 활용하기 어려운 형태의 파일이 올라오는 경우도 여전했다. 김조은 활동가는 "창구를 통합하는 것도 좋지만, 공직자 재산 정보가 활용도 높은 데이터 형태로 공개돼야 공직 감시 활동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