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인권개선 요구보다 바뀐 정권의 지시를 더 무겁게 받아들이는 경찰.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인권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으리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경찰이 정치 권력의 눈치를 볼 때 '민중의 지팡이'보다 '권력의 하수인'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우리 현대사가 잘 보여준다. 일제강점기와 정부수립 초기에 경찰이 저지른 고문과 인권유린은 국민의 불신을 사기에 충분했고, 이 뿌리 깊은 불신은 이후 수십 년간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경찰의 오랜 숙원은 ‘인권 경찰 구현'이 아닌 ‘수사권 조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