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증권 홍보팀은 해당 인터넷 매체들에 “뉴스타파도 고발했으니 당신들이 올린 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고발을 한 곳도 있다. 한화측의 요청을 협박으로 느낀 일부 매체는 기자에게 연락해 “진짜 그런일이 있었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당연히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한화증권 측은 뉴스타파 보도 이후 공식적으로 정정보도를 요청하거나 소송을 제기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한 쪽은 홍보팀 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화투자증권 주진형 사장은 인터넷에 회자된 고졸채용 기사와 관련해 직접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역시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우리 회사에 관해 뉴스타파가 올린 보도는 아예 처음부터 마음먹고 의도적으로 왜곡한 기사였다...2013년 말에 대량감원을 할 때 끝까지 버티다가 정리해고된 사람들이 제공한 얘기를 갖고 만든 일방적 주장에 불과했다…홍보팀에서 자세한 설명자료와 함께 정정보도를 요구했지만 그들은 아무런 응답도 없이 그냥 깔아뭉갰다고 한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 페이스북 글 중)거듭 말하지만 한화증권은 고졸채용 희망퇴직 기사와 관련해 뉴스타파에 정식으로 정정보도를 청구한 적이 없다. 이 글을 본 뒤 홍보팀에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니 “구두로 정정보도를 요청했었고, 그때 기자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추가 인터뷰에 응하라고 말했었는데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보팀의 말이 맞다고 해도 결국 설명할 기회를 거부한 쪽은 한화측이다. 그런데도 뉴스타파가 일방적으로 한화측의 정정보도 요구를 아무런 응답도 없이 그냥 깔아뭉갰다며 사실과 다른 말을 한 것이다.
뉴스타파가 정리해고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듣고 썼다는 사장의 말도 뉴스타파 방송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할 수 없는 말이다.(관련기사 :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한화의 고졸채용) 뉴스타파 보도에는 여러 명의 고졸직원 인터뷰가 등장한다. 사정상 전화통화만 한 직원도 있고, 직접 만나서 인터뷰한 직원도 있다. 물론 제보가 있어 취재에 나선 것이지만, 실제 당사자들의 말을 듣지 않고 기사를 쓸 수는 없다.
그래서 페이스북 등을 일일이 검색해 당시 퇴사한 고졸직원의 연락처를 확보했고 그들을 어렵사리 설득해 인터뷰 했다. 퇴사 후 갈팡질팡 하는 학생들을 설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고졸직원이 졸업한 학교 선생님들의 이야기, 이들과 함께 일했던 동료 고졸직원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수집해 퇴사한 직원들만의 일방적 주장이 아님을 확인했다.
(참고로 주 사장이 언급한 정리해고자들은 희망퇴직 대상자로 분류됐으나 거부했다가 정리해고 된 50대 직원들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들이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지난 2014년 11월 ‘부당해고가 맞다’라는 판정을 내렸다. 그러니까 이들 역시 정리되어야 할 해고자가 아니라, 회사에 의해 부당하게 해고된 부당해고자란 뜻이다. )
이렇게 직접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취재해서 쓴 기사를 일방적으로 정리해고자들의 주장을 들어 편파적으로 쓴 기사로 폄하하는 것이야 말로 악의적인 사실 왜곡 아닌가? 자사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고졸채용 관련 게시물을 내리기 급급한 한화증권은 왜 뉴스타파의 명예는 아무렇지 않게 훼손시키는 지 모르겠다.
주 사장이 올린 글은 나만 본 것이 아니다. 실제 한화증권에서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던 전 고졸 직원들도 주 사장의 글을 봤다. 퇴사의 당사자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취재 후 1년 6개월 만에 다시 그 직원과 통화를 했다. 그는 여전히 미안하다는 말 대신 희망퇴직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회사측에 화가 나 있었다.
“회사는 가해자고 우리는 피해자잖아요. 피해를 당한 쪽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데 가해자가 아니라고 한다고 해서 아닌 게 되나요? 희망퇴직 면담 과정에서 고졸채용자들이 1호 면담 대상자가 됐고, 차별을, 상처를 받았다고 하는데 가해자가 그런 적 없다고 해서 없는 게 되나요?”그러면서 그는 1년 전 못 다했던 말을 꺼냈다. “그때 한화만 아니었으면, 공무원이 됐을지도 몰라요. 한화증권 면접과 공무원 면접 두 개가 잡혀있었는데, 그때 한화 면접을 택했거든요. 대기업인 데다 임금도 높고 복지도 좋을 것 같아서...이렇게 1년 만에 퇴사할 줄 알았으면 한화를 안 갔을 거예요.”
그도 그럴 것이 한화그룹이 고졸 공채를 실시할 당시 내놓은 발표자료들을 보면 1년 후 증권사에 구조조정이라는 태풍이 불어닥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화그룹 2012년 1월 9일 자 보도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고졸채용은 김승연 회장이 강조한 차별 없는 능력 중심의 그룹문화 조성의지를 실천하는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또 고졸 사원 채용 직후인 2012년 12월 한화증권 측은 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
고졸채용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고졸 신입사원들에게 다양한 육성 프로그램을 지원함으로써 개인역량을 키울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직접 의지를 갖고 진행한 고졸공채였고, 한화증권이 ‘사회적 책무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며 뽑았던 고졸직원들인데 설마 1년 만에 퇴사시킬 것이라고 누가 상상을 했겠는가. 그러나 한화증권은 상상도 못했던 일을 했다. 1년 뒤인 2013년 12월, 고졸공채 직원 전원을 평가절차 없이 희망퇴직 신청 대상자로 분류해 사내 인트라넷에 공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