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기고] 질서있는 퇴진은 탄핵뿐이다

아래의 글에서는 윤석열에게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는다. 국민과 국회를 처단하려고 내란을 일으킨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인들은 물론이고, 12월 3일 밤과 4일 새벽 국회 앞에 있던 국민들, 그날의 상황을 보도하던 양심적인 언론인들은 모두 하마터면 ‘처단’당할 뻔했다. 계엄사 포고문에서 금지한 집회ㆍ시위를 하고 있었고, 계엄사의 통제를 받지 않고 보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가 신속하게 계엄 해제 결의를 하지 않았다면, 모두가 계엄 포고령 위반으로 처단당했을 것이다.
윤석열에 비판적인 국회의원들도 처단당했을 것이다. 방첩사가 체포하려고 대기하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체포해서 말을 안 들으면 처단하려고 했을 것이다.
국민과 국회를 처단 대상으로 보는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일 수 없다. 그런데 어젯밤(12월 7일)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탄핵 모면’ 담화와 한동훈의 오판

어제(7일) 오전 10시에 발표된 윤석열의 담화는 매우 짧았다.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진정성 없는 얘기를 하려고 하니까 길게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길게 하면, 허점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의 담화는 오로지 탄핵소추를 당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윤석열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비상계엄이 국정 최종책임자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되었다고 얘기한 것은 자기는 잘못하지 않았다고 얘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절박해서 한 일인데, 뭐가 잘못이냐는 것이다. 그가 국민에게 사과한 것은 ‘내가 절박해서 벌인 일이 실패해서 유감’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그것이 담화에 담긴 속내이다.
그리고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다. 야당은 여전히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거국 내각’같은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표현이다.
제2의 계엄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의미가 없다. 범죄자들은 자기가 불리할 때 대체로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반성을 하지 않는 범죄자의 재범율이 높다는 것은 굳이 설명이 필요없다.
더구나 지금 드러나고 있는 사실은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한 원점 타격 등을 통해서 국지전을 일으키려고 하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용현이 합참의장에게 지시를 했는데, 합참의장이 거부했다는 것이다. 합참이 이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하는 것을 보면 사실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12월 3일의 내란 시도는 처음도 아니고 끝도 아닌 것이다.
그런데 내란에 사실상 동조했던 추경호 등은 물론이고, 계엄해제 결의에 동참했던 한동훈 대표가 담화를 빌미로 탄핵을 반대하고 나섰다. 한동훈의 오판이다.

‘한동훈의 오판’은 혼란만 장기화할 뿐

한동훈은 윤석열이 임기를 포함한 정국운영방안을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는 것을 자신에게 일임한 것으로 해석하고, 사실상 조기퇴진 약속을 약속받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세가지 불확실성이 있다.
첫 번째 불확실성은 ‘윤석열’에게 있다. 윤석열은 그렇게 순순히 자신의 권력을 포기할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내란을 일으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로지 탄핵을 모면하기 위해 마지못해서 발표한 담화를 가지고, 윤석열이 자기 권력을 포기하고 제2의 내란을 포기했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일이다.
두 번째 불확실성은 ‘담화문 문구’에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는데, 담화문 문구를 보면 윤석열이 권력을 순순히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은 ‘우리 당에 일임’한다고 했는데, ‘권한의 위임’은 위임을 한 측이 언제든 회수할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이 일임을 철회한다고 하면 그걸로 끝이다.
그리고 윤석열은 ‘한동훈에게 일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당에 일임’한다고 했다. 그 ‘우리 당’에는 한동훈 대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친윤 중진들이 한동훈 대표 마음대로 하도록 놔두겠는가? 어느 순간에 윤석열이 얼굴을 바꿔서 ‘내가 당에 일임한다고 했지 언제 한동훈에게 일임한다고 했냐’라고 하면 그걸로 한동훈은 끝이다.
세 번째 불확실성은 내란죄의 수괴로부터 권한을 위임받는다는 모순에 있다. 내란을 일으킨 자가 탄핵을 모면하기 위해 '일임'이라는 단어를 꺼낸 것인데, 내란의 수괴로부터 일임을 받아서 정국을 안정시킨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내란에 분노한 국민들이 그 ‘일임’을 인정하겠는가? 야당이 인정하겠는가? 정당성도 없고, 실제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한동훈 대표는 큰 오판을 한 것이다.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고, 경제ㆍ외교ㆍ안보의 혼란만 더 키웠다.

책임총리, 임기단축 개헌, 자진사퇴?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나 시·도지사들이 책임총리를 얘기하는 모양인데, 책임총리는 헌법상에 있는 제도가 아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이해찬 총리를 책임총리라고 부른 적은 있지만, 그것은 정상적인 대통령이 정상적인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이 총리에게 권한을 위임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언제든지 총리의 권한을 회수할 수 있다. 아무런 법적 절차도 필요 없이 회수할 수있다. 헌법상으로는 여전히 군통수권, 인사권, 행정명령권, 외교관련 권한 등이 윤석열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그냥 윤석열이 ‘지금부터 내가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하면 끝이다.
그리고 한동훈은 행정부의 일에 관여할 아무런 법적 지위와 권한이 없다. 그런 한동훈이 총리와 함께 국정을 운영한다는 것이야말로 초헌법적인 일이다.
임기 단축 개헌이나 윤석열의 자진사퇴(하야)도 온전히 윤석열 마음에 달려 있는 일이다. 윤석열이 ‘내 임기를 단축하려는 개헌은 헌법 위반’이라면서 거부할 수 있고, 자진사퇴를 하겠다고 약속했다가도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 지금은 하겠다고 약속하더라도, 하루아침에 말을 바꿔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 어제의 ‘탄핵 반대’는 사실상 모든 것을 윤석열 마음에 맡기겠다는 의사결정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참으로 어리석은 한동훈 대표이다. 자신을 체포하려고 한 윤석열을 아직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니 말이다.

질서있는 조기퇴진 방법은 탄핵뿐

어제는 탄핵소추안 통과가 좌절됐지만, 1주일 후에 다시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 1주일 동안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가장 우려되는 것은 경제, 외교, 안보의 불안이 가중되는 것이다. 불안은 불확실성에서 비롯된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윤석열이 여전히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국민은 불안하고, 기업들도 불안하고,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들도 불안하고, 환율과 주가도 불안할 것이다. 외국 입장에서 보면, 도대체 대한민국의 누구와 외교 문제를 논의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안보와 관련된 변수가 발생하면, 도대체 누가 군통수권자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탄핵하면, 오히려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된다.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의 직무가 법적으로 정지된다. 군통수권과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대응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책임지게 된다. ‘대행’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대행’은 헌법적 지위를 가진 존재이다. 헌법에 근거도 없는 온갖 아이디어보다는 훨씬 안정적이다.
국민의힘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핵에 반대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탄핵하는 것이 혼란을 줄이는 선택인 것이다. 탄핵은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한 부분이고, 과거의 경험도 있다. 따라서 탄핵은 오로지 윤석열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아이디어들보다는 훨씬 안정적이고 현실적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다시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1주일 후에 반드시 탄핵소추 결의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다. 그것을 위해 국민들과 양심적인 언론, 시민단체들은 1주일 동안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을 규탄하고, 압박하고, 설득해야 한다. 야당도 1주일 후에는 탄핵소추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대한민국이라는 우리의 소중한 국가공동체가 망가질 수 있다. 
제작진
웹디자인 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