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의 권은희 재산 신고 관련 보도 이후 권 후보 측이 뉴스타파에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그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권 후보 배우자의 비상장 법인 지분은 법 규정대로 액면가 신고를 했고, 법인 자산은 부채가 많아 액면가 신고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내용이다.
뉴스타파는 첫 보도에서 이미 현행 규정상 비상장법인 지분은 주식 액면가로 신고한다는 것을 언급한 바 있고, 권 후보가 배우자 회사에 대해 액면가 신고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다만 법인과 개인이 엄격히 분리돼야 형식적 합법성을 넘어 도덕적 정당성까지 획득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 결과 권 후보 배우자가 1인 주주인 법인 소유의 오피스텔에 권 후보 부부가 사실상 거주하는 등 법인과 개인 사이의 경계가 분명치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권 후보 측은 정정보도 요청서에서 권 후보 배우자의 법인이 상가 7개에 설정된 채권을 인수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는 16개 상가의 채권을 인수한 것으로 드러나 권 후보 측의 해명보다 이 법인의 부동산 거래 규모가 훨씬 큰 것으로 드러났다.
권은희 후보가 선관위에 신고한 재산 내역을 보면 배우자 남 모 씨가 ‘스마트에듀’ 주식 4천만 원, ‘케이이비앤파트너스’ 주식 1억 원 등 모두 1억 4천 만 원어치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 비상장 주식이어서 액면가로 신고돼 있다. 교육 관련 회사나 벤처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남 씨가 대주주인 회사라는 것조차 알 수 없다. 공시의무가 없는 업체여서 전자공시시스템에는 검색이 되지 않았다. 어떤 사업을 하는 회사인지, 자산이나 손익이 어느 정도 나는 지 등 가장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 수 없다.
취재진이 법인등기부등본을 열람해 본 뒤에야 이 두 회사의 대표이사가 권 씨의 남편이고, 주된 사업은 부동산매매업과 숙박업, 교육서비스업 등으로 기재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이상의 정보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권 후보의 재산 내역 중 또 하나 특이한 것은 거주하는 주택의 가액 또는 전, 월세 보증금이 없다는 점이다. 대신 배우자가 상가를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었다. 취재진은 이 상가들이 있는 건물 전체의 등기부등본 수백 통을 열람했다.
▲ 권은희 후보 배우자는 2개의 비상장회사 주식 1억4천만 원 어치를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남 씨 개인 소유가 아닌 다른 상가 등기부등본에서 남 씨 소유 법인의 이름을 무더기로 발견됐다. 남 씨의 비상장 법인들이 적어도 상가 9곳을 임대하는 부동산 회사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공직선거 후보자들의 재산 내역을 공개하는 이유는 후보자의 재산 규모와 유형, 형성 과정을 유권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비상장 법인 지분을 액면가로 신고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는 권 후보의 경우처럼 재산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7.30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중 이번에 처음 재산을 공개하는 정치 신인들을 중점적으로 재산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993년 현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자당 정재문 의원이 수백 억대 땅을 비상장 법인 소유라는 이유로 주식 액면가로 줄여 신고했다가 당 차원의 징계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홍석현 전 주미대사, 김병국 전 청와대외교안보 수석 등이 비상장법인의 보유주식을 액면으로 신고했다가 재산 축소신고 의혹을 받았으나 이후에도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권은희 후보 부부는 남 씨가 대주주인 ‘케이이비앤파트너스’ 소유의 오피스텔에서 별도의 임대차 계약없이 실제로 거주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인의 주요 사업 목적 자산을 사실상 개인 재산과 다름없이 이용했던 것이다.
‘케이이비앤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1월, 경기도 화성 동탄 신도시 소재 주상복합빌딩 내 오피스텔 2곳을 매입했다. ‘케이이비앤파트너스’는 남 씨가 대표이사이자 100%지분을 보유한 사실상의 1인 기업이다. 감사에는 권 후보의 동생이 등재돼 있다.
권 후보의 재산 신고 내역에는 이 오피스텔 2채가 빠져있다. 형식상 배우자자 경영하는 법인 소유이기 때문에 당연히 신고 대상이 아니다. 권 후보 측도 법인 자산과 배우자 재산은 별개이기 때문에 이 오피스텔 2채는 선관위 신고 대상이 아니고 재산을 축소 신고한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권 후보 부부는 이 2채의 오피스텔 중 한 군데에서 최근까지 실제로 거주했고, 또 다른 한 곳은 남편이 개인 주소지로 활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권 후보 부부는 법인 명의의 오피스텔에 살았으나 법인과 별도의 임대차 계약을 맺거나, 전월세를 낸 바 없다.
이에 대해 권 후보 측은 “권 후보가 살았던 곳이 아파트가 아니라 오피스텔이고, 남 씨가 법인 대표로서 이 오피스텔에서 법인 업무를 봤기 때문에 임대차 계약이 없어도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오피스텔의 시세는 현재 1채당 3억 원을 호가한다. 권 후보측은 ‘케이이비앤파트너스’는 2013 회계연도에 200여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부실회사라고 주장했다. 이 말대로라면, 이 법인은 적자를 내면서까지 권 후보 부부에게 3억 원에 호가하는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임대해 준 셈이 된다.
권은희 후보 측은 지난 21일 언론에 공개한 뉴스타파에 대한 정정보도 요청서에서 배우자가 대표로 있는 ‘스마트에듀’가 설립 당시 상가 7개에 설정된 채권을 인수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당시 ‘스마트에듀’는 권 후보 측 발표처럼 7개가 아니라 모두 16개 상가에 설정된 채권을 인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가 개수를 실제보다 절반 이상 축소해 발표한 것이다.
‘스마트에듀’ 법인은 이 가운데 4개, 대표 남 씨는 3개, ‘스마트에듀’ 이사 김 모 씨 1개, 그리고 ‘케이이비앤파트너스’ 이사였던 박 모 씨가 1개를 각각 낙찰받았다. 이후 ‘스마트에듀’는 이 빌딩의 상가 2개를 추가로 매입하는 등 보유 상가를 7개로 늘렸다.
‘스마트에듀’의 사업 방식을 보면 자기 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 질권 대출로 부동산에 설정된 부실 채권 등을 인수해 자산을 늘려나가거나, 채권 재양도를 통해 단기 차익을 노리는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권 후보 측은 정정보도 요청서에서 ‘스마트에듀’가 보유하고 있는 상가 7개의 시세는 20억 원에서 25억 원 정도라고 밝혔다. 하지만 16억원의 근저당 채무가 남아있어 실제 자산 가치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는 권 후보 측의 해명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배우자가 대표로 있는 법인의 재무제표 등을 공개해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권 후보 측은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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