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변상욱 칼럼 - FTA 공방과 총선

2012년 02월 17일 05시 48분

한미FTA로 전국이 시끌벅적합니다. 운을 먼저 뗀 것은 민주통합당입니다. 자기네가 총선에서 이겨서 제일당이 되면 한미FTA협정을 폐기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아마 거기에 담긴 속뜻은 일당이 되면 폐기할테니 그때까지는 한미FTA를 민주당이 시작했다, 민주당한테 책임이 크다, 이런 얘기는 좀 접어달라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새누리당이 바로 받아쳤습니다. FTA를 놓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들한테 어떻게 나라를 맡길 수 있느냐, 라고 하는 것입니다.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간단합니다. 달걀이 반쯤 썩었든 온통 썩었든 못 먹습니다. 달걀이 7년 전부터 썩기 시작했든, 4년 전부터 갑자기 썩었든 역시 못 먹습니다.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온 국민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달걀로 갖다 놓든지, 아니면 없애버리면 되는 것입니다.

이번엔 정략적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총선 정국이 온통 한미FTA 문제로 뒤덮여 버리면 가장 득을 보는 것은 박근혜 위원장입니다. 왜냐하면 한미FTA는 노무현 대통령, 민주당 정권이 시작을 했고 날치기 통과로 비준을 처리한 것은 한나라당의 홍준표 대표 문제고. 궁극적인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한테 있습니다. 정 곤란을 겪는다면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고문이나 한명숙 대표가 곤란을 겪지, 박근혜 위원장한테는 돌아갈 게 별로 없습니다. 결국 민주통합당이 헛발질을 한 거죠. 박근혜 위원장한테 넝쿨째 호박을 던져 준 셈입니다.

왜 이런 실책이 나오는가. 그것은 뭘 잘못했으면 고백을 하고 철회를 하고 넘어가야 되는데 아무 것도 안 하고 눙치고 넘어가려고 꼼수를 부리니까 이런 실책이 나오는 것입니다. 생각은 이쪽인데 대세 때문에 몸은 이쪽에 가 있습니다. 말은 그 중간에서 왔다갔다 왔다갔다 할 때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제1야당한테 역전의 기회가 왔는데 가장 헤매고 있는 것이 제1야당이 돼버렸습니다. 보기에도 참 안쓰럽습니다.

또 어떤 득을 보느냐 하면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은 그동안에 한나라당 정권으로써 했던 모든 실책에 대해서 덮는 기회가 왔습니다. 12.6 선거에 대한 선관위 부정개입 의혹이라든가, 그 다음에 한나라당의 돈 봉투 사건, 무너져내려가는 4대강 사업 결과, 그리고 계속 거짓 약속으로 이어진 반값 등록금 등등 요즘 이런 얘기 꺼내는 사람 없습니다. 이걸 개그콘서트 요즘 유행하는 식대로 표현한다면 이거 다 어디 갔어, 이거 다 어디 갔어, 뭐 이런 식이 되는 거죠. 네. 가장 득을 보는 것이 박근혜 위원장인 것입니다.
총선 정국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은 정치적으로 옳지 않습니다. 총선거라고 하는 것은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고 정당에 대한 지지를 국민들한테 묻는 겁니다. 그렇다면 집권 여당으로서 4년 동안 뭘 잘했는지, 뭘 엉망으로 만들었는지, 일목요연하게 국민들 앞에 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야당 역시 정국 운영이 한 주체로서 자기네들이 뭘 한 게 있는지 국민 앞에 내놓고 정당하게 심판을 받아야 됩니다.

그런데 총선 정국이 온통 FTA에 묻혀서 다른 의제들이 다 묻혀버린다면 이것을 올바르지 못합니다. 총선에 임하는 여야 정당들은 제대로 된 의제들을 설정해서 그것을 설명하고 국민들한테 평가를 받아야 됩니다.

국민들은 이제 쫄지도 않고 속지도 않습니다. 여야 정당들이 좀 더 진솔한 자세로 국민의 심판과 선택을 기다리기를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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