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문 관세청장 · 손영배 부장검사에 밥 샀다" 윤우진 스폰서 폭로 ②

2021년 07월 29일 10시 00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변호사 소개 의혹’ 당사자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끌려 다니며 스폰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사업가 Y씨가 최근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경 부장검사 출신인 김영문 당시 관세청장(현 동서발전 사장), 손영배 현 남부지검 부장검사, 신경식 전 수원지검장 접대 비용을 자신이 냈다”고 폭로했다. Y 씨는 “이들 전현직 검사들과 윤 전 서장이 서로 형 동생으로 부를만큼 가까운 사이로 보였다”고 말했다.
Y씨는 지난해 11월 윤우진 전 서장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재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에 윤 전 서장의 비리 의혹을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내고 두 번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지난 22일 뉴스타파는 Y씨는 증언을 토대로 ‘Y씨가 윤우진 전 서장과 검찰의 커넥션을 고발하자 검찰이 수사를 중단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김영문 전 관세청장 (현 동서발전 사장) (출처:한국일보)

스폰서 Y씨, “김영문 관세청장이 윤우진과 인사 관련 대화 나눴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각종 비리 의혹을 검찰에 고발하고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증언한 사업가 Y씨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전현직 고위공무원 10명의 명함을 공개했다. Y씨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이들을 접대하는 자리에 강제로 불려 다니며 밥값, 술값, 골프비를 냈고, 이들과 인사하며 명함을 받았다고 말했다.
Y씨가 공개한 명함에는 전현직 검사 3명의 명함도 있다. 부장검사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관세청장에 임명됐던 김영문 현 동서발전 사장, 현재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로 재직중인 손영배 검사, 수원지검장을 지낸 신경식 변호사다. Y씨는 이 3명의 전현직 검사가 윤우진 전 서장과 아주 가까운 사이로 보였다고 말했다. Y씨는 이들 전현직 검사를 만날 당시 상황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먼저 김영문 전 관세청장. Y씨는 김영문 관세청장을 2018년 7월 6일 인천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고 말했다. Y씨는 윤우진 전 서장, 김영문 관세청장과 먹은 저녁 식사 메뉴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밥값은 Y씨 자신이 냈다고 말했다.
- 그날 만나서 뭐 드셨어요?
토마호크 스테이크 세트 메뉴를 먹었던 것 같습니다. 
- 메뉴를 기억하시네요. 
윤우진 전 서장과 그 호텔에서 주로 그걸 먹었어요.  
- 윤우진 전 서장과 함께? 
네, 윤우진 씨랑 같이. 시저샐러드, 먹물랍스타스파게티, 굉장히 비싼 소스로 올리는 버섯피자, 토마호크 스테이크... 
- 한두 번 드신 게 아닌 모양이네요. 메뉴를 다 기억하시는 거 보면. 
윤우진 서장하고 같이 가서 몇 번 먹었죠.
- 2018년 7월 6일날 만난 걸로 확인되는데, 그 날 밥값은 누가 냈나요? 
제가 냈습니다.

윤우진 스폰서 Y씨와 취재진의 대화
취재진은 Y씨가 공개한 당시 신용카드 사용내역에서 이 날의 결제 내역을 찾아 봤다. 2018년 7월 6일 저녁 6시 49분, 23만 7000여 원을 이 호텔에서 결제한 기록이 확인됐다.

김영문 전 청장, “우진이형과 인사 관련 대화 나눈 적 없다”

Y씨는 윤우진 전 서장과 김영문 관세청장이 나눈 대화 내용도 대략 기억하고 있었다. 관세청 인사 관련 얘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누구는 어디에 가 있지 않냐, 누구는 어떻게 뭐 움직여야 되지 않냐...하여튼 인사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어떤 사람의 보직을 바꿔주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지금 어느 자리에 가 있는 사람들의 안부를 물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윤우진 스폰서 Y씨
공직자가 3만 원 이상의 식사를 제공받는 건 부정청탁 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위반이다. 취재진은 김영문 전 관세청장에게 연락해 Y씨 주장에 대한 입장, 왜 공직자가 사업가에게 밥을 얻어 먹었는지, 그리고 윤우진 씨와 관세청 인사 관련 얘기를 한 게 사실인지 등을 물었다. 그는 윤우진 전 서장과의 친분은 인정하면서도 윤 전 서장과 관세청 인사를 의논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잘 아시죠? 
뭐, 알죠. 대진이 형이니까요. 윤대진 검사와 대학동기입니다. 
- 2018년 7월 6일인데요. 인천에 있는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윤우진 씨와, 당시 관세청장이셨으니까, 파라다이스호텔 식당에서 식사를 하실 때 어떤 여성사업가와 식사를 같이 하신 기억이 나세요? 
파라다이스호텔에서 한두 번 만난 적은 있는 것 같아요.
- 윤우진 씨를? 
예.예.
- 당시 밥값을 윤우진이 데리고 온 사업가가 낸 걸로 확인됩니다.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되는 사안입니다. 
우진이형은 친구 형이라서 그런 부분을 세세하게 따지기는 좀 그랬습니다. 
- 혹시 윤우진 씨와 관세청이나 검찰 인사 관련 논의를 한다거나 그런 일이 없었나요? 
(제가) 검찰 인사에 관여한 적도 없고요. 관세청 인사도 제가 많이 한 게 별로 없었어. 제가 그런 말을 했을 가능성이 없을 것 같은데… 
- 윤우진 씨에게 관세청 고위직 인사들의 인사청탁을 받은 적은 있나요?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우진이형이 자기 아는 사람 얘기를 했을 수는 있겠지만, 저는 그냥 듣고 넘기는 식이었지 그것 때문에 인사를 한 적은 없습니다.

김영문 전 관세청장과 취재진의 전화통화 
손영배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출처: 서울신문)

“2018년 4월 4일 윤우진-손영배 검사 일행에 81만여 원 식사 대접”

현재 서울남부지검에 근무하고 있는 손영배 부장검사는 Y씨가 명함을 공개한 3명의 전현직 검사 중 유일한 현직 검사다. Y씨가 만날 당시 손 검사는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팀장이었다. Y씨는 “2018년 4월 4일 손영배 검사를 만났다. 원래 윤우진 씨와 4월 5일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만남이 하루 당겨졌다. 그 날 받은 명함 뒤에 만난 날짜를 적어뒀다”고 말했다.
Y씨가 공개한 신용카드 결제 내역과 다이어리를 통해, Y 씨가 손 검사를 만났다는 시간과 장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18년 4월 4일 서울중앙지검이 있는 서울 서초동의 한 한정식 집이었다. Y씨는 당시 윤우진과 손 검사, 그리고 손 검사가 데리고 온 또 다른 검사 1명 등 4~5명이 식사를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 날(20-18년 4월 4일) 오후 5시경, 윤우진 전 서장의 세무법인 사무실로 찾아갔습니다. 한참 대화를 나눈 뒤 윤 전 서장과 식사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윤우진 씨의 사무실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식당이었습니다. 보리굴비도 팔고 고기도 구워 먹는 집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손영배 검사를 만났습니다. 손 검사가 후배 검사 1명을 데려 왔고, 또 다른 참석자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윤우진 전 서장을 포함해 4~5명이 식사를 했습니다.

윤우진 스폰서 Y씨
Y씨는 이날 밥값으로 81만 8000원 가량을 결제했다. 이런 사실은 Y 씨가 공개한 신용카드 결제내역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Y 씨는 “윤 전 서장에 불려다니며 여러 고위공직자들과 밥을 먹었는데, 윤 전 서장과 윤 전 서장이 데려온 공직자들은 단 한번도 밥값을 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Y씨 증언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손 검사에게 전화와 문자로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취재진은 손 검사가 재직중인 서울남부지검 공보 검사에게도 연락했다. 다음은 서울남부지검 공보검사와의 취재진이 나눈 대화 내용.
-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하고 있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관련 취재를 진행하고 있는데, 관련해서 남부지검에 부장으로 계시는 손영배 검사님께 말씀을 들어야 할 사안이 생겨서 전화를 드리고 했는데, 이 분이 전화 자체를 받지 않으시고… 
당연히 안 되겠죠. 
- 그래서 제가 부득이 남부지검의 공보담당 검사님께 연락을 드리게 됐습니다. 
기자님, 그것은 공보검사인 제가 할 일이 아닙니다. 
- 그럼 당사자인 부장검사님이 취재를 거부하는데 저는 어떻게 해야 됩니까? 
거부하신다고 쓰셔야지 어떻게 하겠어요.

서울남부지검 공보 검사와 취재진의 전화통화
신경식 전 수원지검장 (출처:중부일보)

“신경식 전 수원지검장에게 골프접대 했다”

Y씨가 공개한 명함 속 인물 중 한 명인 신경식 전 수원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차기 검찰총장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Y씨는 "신경식 전 검사장과 여러 번 만났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과 특별히 가까운 사이로 보였다"라고 증언했다. 윤 전 서장과 같이 만나 식사도 하고 골프도 같이 쳤다는 것이다. 물론 밥값과 골프비는 Y씨가 모두 냈다고 말했다.
Y씨가 공개한 신경식 전 검사장의 명함에는 2018년 6월 2일 만난 것으로 적혀 있다. 취재진은 이 날 Y씨의 신용카드 결제내역을 확인해 봤다. 두 번에 걸쳐 80만 원 넘게 결제한 걸로 나와 있었다. Y 씨는 “그 날 인천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결제한 내역”이라고 말했다.
Y씨는 윤우진 전 서장이 신경식 전 검사장에게 어떤 사건을 소개하는 장면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받던 한 사업가가 윤우진 전 서장에게 사건을 의뢰했고, 윤 전 서장이 이 사건을 평소 가깝게 지내던 신경식 전 검사장에게 소개했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Y씨 증언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현재 법무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 신경식 전 검사장에게 전화와 문자로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취재진은 보도 이틀전인 7월 27일 오후 퀵서비스를 통해 신 전 검사장에게 질의서를 전달했지만, 보도 직전까지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윤우진, 전현직 검사 만날 때 종종 돈봉투를 들고 나갔다”

윤우진 전 서장에게 불려다니며 전현직 검사들에게 밥값과 골프비를 냈다고 주장한 제보자 Y씨는 윤 전 서장과 함께 전현직 검사나 고위공직자들을 만나기 전 목격한 특이한 기억도 하나 떠올렸다. 윤우진 전 서장이 고위공직자들을 만나러 가기 전 종종 사무실 내 금고에서 봉투를 챙겨나갔다는 것이다.
윤우진 전 서장 뇌물수수 의혹을 재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윤 전 서장의 스폰서 동원 고위공직자 접대 의혹과 금품제공 의혹도 철저하게 조사해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제작진
취재한상진
촬영신영철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