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소비자

떨어지지 않는 분양가, 왜?

2018년 02월 22일 18시 38분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국토교통부는 서민의 주거 안정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급등하는 아파트 가격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정부의 정책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 무주택 서민과 세입자들을 위한 주거 안정 방안
-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폭등하는 재건축 아파트 규제 방안

이를 위해 최근에는 정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모두 보유세 인상방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까지 착수했다. 언론은 보유세 인상안이 아파트 가격 억제를 위해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아파트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은 많다. 당장 지난 2015년 5월 박근혜 정부 때 폐지된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를 다시 부활시키고 유명무실화된 분양가 심의위원회를 정상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아파트 분양가격은 어느 정도 제어될 수 있다.

현재 분양가 심의위원회는 공공택지 분양 아파트만 다룬다. 뉴스타파가 취재해보니 이마저도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거 안정”이라는 당초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운영되고 있었다.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시세가 폭등하면→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높아지고→이로 인해 주변 땅값이 높아지면→공공택지의 감정가도 높아지고→공공택지의 감정가가 높아지면 공공택지의 아파트 분양가도 높아지고→결국에는 공공임대, 국민임대에 세를 들어 사는 서민들의 월 임대료까지  올라가는 구조가 만들어져 버린 것이다.

1.분양가 심의위는 핫바지? 그러나 비공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기 이전부터 분양가 심의위원회는 주로 건설사의 편익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제대로 된 심의를 통해 분양가를 낮추는 역할보다는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해왔음에도 정부는 이를 방조했고, 소비자들은 이 심의위원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비판은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공공택지의 아파트 분양가 심의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경기도 성남시 분양가 심의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강한구 성남시 시의원은 통상적인 분양가의 심의위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건축비 심의할 때도 조달청 낙찰가격이라는 게 있어요. 그럼 보통 이 금액 여기부터 얼마에서 얼마까지는 15%, 또 어디는 10%, 그럼 그만큼을 깎아. 뭉퉁거려서. 그리고 나서 우리 심의위한테 올라오는데. 이미 건설사들이 깎일 것을 다 알잖아요. 관행으로 되니까. 그럼 이만큼 부풀려 집어넣는 거야. 이미 깎일 거라고 생각해가지고 다 부풀려서 올라와. 그러면 분양가 심의위원들이 일일이 못 따져요 그런 것을. 그럼 다 이거 제대로 다 보셨죠? 땅땅땅. 그러면 공사 시작하는 거야.

건축비 산정내역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기 전에 건설사들이 이미 가격을 부풀려 올려놓기 때문에 시 공무원들이 작성한 서류만 가지고 대충 통과시키는 분양가 심의위에서는 이를 제대로 심의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또 분양가 심의위에 올라온 각종 비용에는 이미 건설사의 수익이 숨겨져 있고, 이는 그동안 제도적으로 보장돼 왔다고 지적했다.

무조건 남아. 건설사는 돈 들어갈 게 없어요. 택지는 계약만 하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어요. 그 은행 이자는 입주민들이 다 부담하고 있어요. 법적으로. 그건 오케이야. 다 들어가. ‘택지비 가산비’라고 해서. 그 다음에 취득세 등 세금이 있어요. 다 부담을 해줘. 그러니까 1원도 안 들어가지 거기에. 자기네 건설사 돈이 1원도 필요 없어. 건축비? 건축비는 자기네들이 미리 저렇게 선분양을 해버려요. 돈 받잖아요. 그 돈으로 건축하는 거야.

강 의원이 말하는 <택지비 가산비>란 예를 들어 건설사가 아파트 분양을 목적으로 3천억 원을 내고 땅을 샀다고 가정하면, 이 3천억 원을 은행에 예치시켰을 경우 이자가 연 몇 십억원은 될 것이니, 입주자 모집 공고 후 6개월까지의 이자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분양가 산정항목을 뜻한다. 건설사가 3천억 원에 택지를 구입하고 아파트 분양을 위해 입주자 모집공고가 나기까지 통상 2년이 걸린다면 거기에 6개월을 더 얹어 2년 6개월치의 이자비용을 소비자가 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는 그동안 민간이든, 공공택지의 아파트 분양이든 분양가에 무조건 포함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돼 왔다. 국토교통부의 김영국 주택정책과장도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이런 항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게다가 건설사가 아파트 분양을 위해 땅을 사고 건설사 명의로 재산 등기를 할때 내는 각종 제세 공과금, 즉 취득세, 지방교육세, 재산세, 등기수수료 등도 모두 아파트를 분양받는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다. 아파트 분양을 받고 입주를 한 뒤 또 취등록세를 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중 납세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처럼 건설사 편인 것으로 평가되는 분양가 심의위원회는 정부의 시행령 등에 의해 비공개로 운영된다. 시민들은 민간택지 분양 아파트는 물론이고 공공택지 분양 아파트에서마저도 자신이 분양받는 아파트의 가격이 과연 적정한지 파악할 방법이 전무하다는 뜻이 된다.

2. 땅값이 비싸지도록 제도화했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만 폐지한 게 아니었다. 박근혜 정부는 국토부 지침을 통해, 2015년 9월 공공택지에 대한 공급가격 기준을 개정했는데 이를 통해서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마저 주변 땅값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이것이 택지비에 포함되어 분양가가 높아질 수 밖에 없도록 제도화했다.

올 봄 분양 예정인 과천시 갈현동의 공공택지지구를 보자. 과천시에서 오랫동안 무주택 세입자로 살면서 이 공공택지 지구의 아파트 분양을 노려온 과천시민들은 최근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2700만 원을 호가할 것이라는 소식에 깜짝 놀라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서 정보도 교환하고, 시의회 회의실에서 정기모임도 열고, 분양가 인하하라고 촛불집회도 하고, 분양가 심의위를 공개하라고 조례 개정도 요구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내부자료까지 확보해서 이를 통해 공공택지의 분양가가 어떻게 책정되는지 파헤쳤다. 시민들이 제시한 각종 숫자가 LH의 내부자료에 근거한 숫자라는 것은 뉴스타파 취재진도 확인한 사안이다.

가장 부풀려져 있었던 것은 택지비였다. 과천시 공공택지지구에서 아파트 분양이 예정된 갈현동의 지식정보타운 S4, S5지구의 경우, LH가 그린벨트였던 해당 지역의 땅을 수용했을 때는 평당 310만원, 여기에 상하수도등 기반시설 조성한다고 850만원(수용가 310만 원 포함)을 쓰고, 이 땅을 대우건설에 팔 때는 2400만 원을 받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수용가를 포함해 택지와 그 조성비용에 850만 원을 썼는데 이를 팔 때는 2400만 원에 팔았다는 것이다. 수익이 평당 천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과천시의회 의원들은 이 차익만으로도 LH는 1조원 가까운 수익을 거뒀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2015년 9월 이전, 국토부가 공공택지에 대한 공급가격 기준 지침을 개정하기 이전이었다면 택지비는 큰 폭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2015년 9월 국토부의 지침 개정 이전, 전용 60제곱미터 이하의 서민용 아파트의 택지에 대해,  LH가 해당 택지를 매각할 수 있는 최대 가격이 조성원가의 120% 이내였기 때문이다. 과천시 갈현동 공공택지의 경우 조성원가가 850만원이었다고 가정하면 민간 건설사에 넘어갈 때의 대지비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1100만원을 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3년 전에는 평당 1100만원도 못 받을 땅을 국토부 지침 개정(조성원가의 120%이내→감정가) 하나만으로 240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LH의 폭리는 고스란히 높은 분양가로 이어진다.

이 국토부 지침 개정은 놀라운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감정가는 시세에 따라 변한다. 그러니 과천처럼 수도권 핵심 지역의 경우, 주변 아파트 시세가 폭등해서 주변 땅값이 높아지면 공공택지의 감정가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렇게 감정가가 높아지면 공공택지의 아파트 분양가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를 최종적으로 제어해야 할 분양가 심의위원회는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건설사 편익만 봐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로 인한 악영향이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가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공공택지지구에 건설되는 공공임대나 국민임대 등의 서민용 임대 아파트 임대료도 주변 아파트 시세에 영향을 받게 된다고 LH의 담당자 3명이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확인했다. 과천시의 경우 공공택지지구가 처음 지정됐으니 거기에 처음 분양하는 아파트의 분양 시세가 주변 시세가 되어서 공공 임대 아파트의 임대료 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지침 하나가 개정됨으로써 땅값 상승으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가 중산층에서부터 저소득 서민계층에게까지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완성되어 버린 것이다.

3. 정부는 정말 아파트 가격을 잡을 의지가 있는 것인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조선일보에 쓴 기고문을 통해 “정부 주택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주거복지”라고 확언하면서 “올해가 국민 누구라도 적은 주거비로 양질의 주택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그러나 정부가 지금의 제도나 규칙을 그대로 놔둔다면 공공택지에서도 아파트 분양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없다. 금융위기 등으로 시장이 크게 불안정해져 아파트 시세가 폭락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대로라면 당장 올해 봄 분양이 예정된 과천시 갈현동 공공택지지구 아파트의 분양가는 전용 59제곱미터라도 최소 7억 원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토부 김영국 주택정책과장은 취재진에게 주변 아파트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공공택지 아파트의 분양가는 청약과열을 조장하고 수분양자들에게 과도한 시세차익을 얻게 하는 부작용도 있다며 기존의 국토부 지침을 고수할 것임을 내비쳤다.

다만 분양가심의위원회가 모두 비공개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는 인지하고 있다면서 이를 법령을 통해 개정할지 아니면 지자체 운영 세칙을 통해 고쳐볼지는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답변 역시 자칫 말장난으로 여겨질 수 있다. 분양가 심의위원회의 비공개는 정부의 시행령 등을 통해 결정된 사안인데 이를 그보다 하위 법령인 지자체의 조례나 운영 세칙에 의해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위법은 상위법의 내용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만 유효하다는 사실을 정부 관료가 모른다는 말인가. 김현미 장관의 기고문에 나온 것처럼 정부가 정말 “국민 누구라도 적은 주거비로 양질의 주택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 또는 그럴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워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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