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여러 언론이나 연구기관이 지적하는 것처럼 윤석열 검찰 정권이 들어선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는 급격하게 퇴행하고 있습니다. 그 핵심에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 작업이 있습니다.
감사원과 검찰 등을 활용해 언론 감독기관과 심의기관을 장악하는 1단계, 이렇게 장악한 감독기관과 심의기관을 활용해 KBS를 장악하고 YTN을 사영화하고 뉴스타파 등 비판 언론을 공격하는 2단계가 지난 2년간 진행됐습니다. 이제 MBC를 장악해서 사영화하는 등 공영 언론을 뿌리뽑고 언론판을 완전 재편하는 3단계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저널리즘 차원에서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한겨레, 오마이뉴스, 시사인, 미디어오늘 등 4개 언론사와 함께 진짜 저널리즘 실천 프로젝트, 줄여서 '진실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5개 언론사 취재팀은 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 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세 번째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이진숙 청문회
현재 윤석열 정부 언론 장악 작전의 최전선 중 하나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의 임명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어제와 오늘 (24-25일), 이틀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청문회에서는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이 보도했던 ‘노조 와해 여론전' 의혹,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 2012년 문화방송 노조 탄압, MBC 민영화 추진 배경과 입장 등 다양한 쟁점이 다뤄졌습니다. 2012년 MBC 파업 당시 비취재 부서 발령 등으로 이진숙 후보자와 악연을 맺었던 인물이 다수 참고인으로 참석했고, 청부 민원 등 숱한 논란을 빚고도 밀실에서 기습 연임에 성공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진숙 후보자의 자격 미달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아무리 많은 결격 사유가 드러나도 윤석열 대통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그리고 그제 기습 선출된 류희림 방심위원장을 양대 축으로 삼아 언론장악 작업은 보다 본격화될 것입니다. 이들이 첫 번째로 할 일은 MBC 사장 선임을 결정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교체일 겁니다.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카르텔’의 공영 언론 침탈 수법들
윤석열 정부 들어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어 온 언론 장악 작업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먼저 언론 유관 보수 시민단체들이 민원을 내거나 신고를 하거나 감사 청구 혹은 고소 고발을 합니다. 이에 따라 감사원, 국민권익위, 경찰, 검찰 같은 권력 기관들이 감사나 조사, 수사를 시작합니다. 그러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걸 이유로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을 해임합니다. 이런 패턴에서, 처음에 시동을 걸고 계기를 만들어주는 보수 시민단체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의힘 미디어특위와 공정언론국민연대 등 보수 단체들이 언론 관련 기관과 소속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활동은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이 파악한 것만 성명⋅집회⋅기자회견 30건, 권익위원회 신고 4건, 감사원 감사청구 4건, 검찰 경찰 고소⋅고발 7건 등 총 45건에 달합니다. 이런 활동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단체는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로 공영방송 내 소수 노조인 KBS노동조합, MBC노동조합 등이 주축입니다.
공언련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방송문화진흥회, 윤석년 KBS 이사,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이광복 방심위 부위원장, 정민영⋅옥시찬⋅김유진 방심위 위원 등을 상대로 검찰 고발, 공익감사 청구, 권익위 신고, 성명, 퇴진 요구 기자회견 등을 여러 차례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보수단체의 활동은 내용이나 형식을 가리지 않고 표적으로 설정한 인사가 자리에서 내려올 때까지 집요하게 이어진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보수단체의 고소⋅고발 등을 시작으로 검찰과 감사원 등이 조사에 들어가고, 기소를 이유로 해임을 결정하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프로세스를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위기의 윤석열-김건희 체제, 믿을 구석은 언론장악 뿐
윤석열 정부의 주요 의사 결정에는 김건희 여사를 보호하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윤석열 정부를 윤석열-김건희 체제라 불러도 큰 무리는 없을 겁니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윤석열-김건희 체제는 최근 크게 흔들리며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 체제의 첫번째 보호막이었던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대패해 개헌 저지선을 겨우 지켰는데, 최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당 대표가 됐습니다. 김건희 여사 문제로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온 한동훈 당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 힘이 앞으로도 지금처름 윤석열-김건희 체제의 충실한 수호자로 남을지 장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윤석열 김건희 체제의 가장 강력한 보호막이었던 검찰 역시 김건희 여사 문제를 둘러싸고 대검과 중앙지검이 대립하는 사상 초유의 분열 양상을 보이며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검찰이 한때 자신의 보스였던 윤석열 대통령에 끝까지 충성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본격적인 레임덕이 시작되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니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윤석열-김건희 체제는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유지하기 위한 언론 장악 작업에 몰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동관, 김홍일에 이어 이진숙 같은 자격 미달의 인사를 방송통신 위원장으로 무리해서라도 앉히려는 것, 청부 민원 등 숱한 민원을 빚었던 류희림을 다시 밀실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 선출한 것은, 윤석열 김건희 체제가 매달리는 최후의 보루가 언론 장악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러나 어떤 정권도 언론을 완벽하게 장악해 입을 틀어막을 수는 없습니다. 진실은 마치 강물처럼 한군데를 막으면 반드시 다른 곳으로 흘러 넘쳐 결국은 둑을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