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민원⑳ 류희림, YTN 시절 수십차례 부인·가족 사업 홍보 ... 상습적 '이해충돌'

2024년 01월 18일 15시 00분

‘청부 민원' 의혹으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논란을 빚고 있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이 언론사 재직 시절에도 ‘이해충돌’ 문제로 큰 물의를 빚었던 사례를 뉴스타파가 취재했다. 류희림 위원장이 YTN 간부로 재직하던 2011~2015년 사이 YTN은 류 위원장의 부인과 친누나 등 그의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을 홍보하는 광고성 기사와 프로그램을 수십 차례 방송했다.
이 일이 문제가 되어 2011년에는 YTN 노사가 공동 조사를 거쳐 홍보 방송을 한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도 했다. 류희림 위원장이 YTN플러스 대표였던 2015년에는 YTN 노조가 노보를 통해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 문제를 비판하는 일도 벌어졌다. 당시 YTN 노조는 노보의 절반(8면 중 4면)을 할애해 류희림 당시 YTN플러스 대표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YTN이 류희림 일가의 홍보 매체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위원장은 현재 가족과 지인 등으로 하여금 방심위에 민원을 넣게 해 뉴스타파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 4곳에 억대의 과징금을 물게 했다는 ‘청부 민원’, ‘셀프 심의’ 의혹을 받고 있다. 핵심 혐의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류희림, YTN 재직 때 부인이 교장인 비인가 학교와 ‘가족식당’ 수십 차례 홍보

류희림 위원장의 누나는 대구에서 곱창 전골 전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류 위원장의 모친이 시작한 사업을 가족이 이어받았다. 이 식당과 관계된 류 위원장의 조카 채 모 씨는 지난해 9월 4일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KBS 등 방송사 3곳을 심의해 달라는 민원 4건을 방심위에 넣었다.
류 위원장이 YTN플러스 대표이던 2014년 12월과 이듬해 5월, YTN사이언스는 ‘한국의 맛’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류 위원장의 친누나가 운영하는 이 식당을 ‘이 시대의 맛집’이라며 두 번에 걸쳐 홍보했다. 10분이 넘는 분량의 영상에는 류 위원장의 친누나가 곱창을 손질하고 조리하는 과정은 물론 이 곱창집의 역사, 그러니까 류 위원장의 어머니가 처음 곱창집 문을 연 당시 얘기까지 들어 있다. 상호명을 드러내고 만든 프로그램으로 사실상 식당 홍보 방송이었다.
2015년 6월 30일자 YTN 노조 노보. YTN 노조는 노보의 절반(8면 중 4면)을 할애해 류희림 당시 YTN플러스 대표의 '이해충돌' 문제를 비판했다. 

“YTN이 류희림 일가 홍보매체로 전락”...YTN 노조, 2015년 ‘류희림 비판’ 노보 발행

2014년 3월 6일, YTN은 한 대안학교의 개교 소식을 전했다. 정확히 1년 뒤인 2015년 3월 6일에는 이 대안학교의 1기 졸업식도 보도했다. 이 학교는 기수련단체로 알려진 단월드가 설립, 운영하는 1년 과정의 비인가 학교다. YTN은 왜 이 학교의 입학과 졸업식을 이렇게까지 꼼꼼히 챙겼던 것일까.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설립 당시부터 단월드 관계자인 김 모 씨가 교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김 씨는 바로 YTN플러스 대표를 지낸 류희림 위원장의 부인이다.
2015년 6월 나온 YTN 노조의 노보에 따르면, 류희림 위원장은 YTN플러스 대표를 맡던 2014년부터 1년여 동안, 무려 25번이나 이 학교 소식을 보도했다. 대부분 이 학교의 활동을 알리는 홍보 기사였고, 심지어 이 학교 학생들을 YTN 본사로 불러 진행한 행사까지 여러 차례 소개했다.
이 같은 보도 25건에는 류희림 당시 YTN플러스 대표의 부인 김 모 씨의 인터뷰가 13차례나 들어갔고, 이 학교를 설립한 단월드 창시자 이승헌과 그가 설립한 뇌교육학회 등 각종 단체와 행사를 소개·홍보하는 내용도 여러 번 나갔다.
사실상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인이 교장으로 있던 비인가 학교를 홍보하는데 방송을 동원한 이해충돌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YTN 노조는 노보를 통해 “YTN이 류희림 일가의 홍보매체로 전락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YTN 노보에 따르면, 류희림 위원장은 YTN사이언스 본부장으로 있던 2011년에는 ‘라이프앤조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제작·총괄하면서, 기수련단체 단월드와 단월드 창시자 이승헌을 YTN 방송을 통해 자주 홍보해 논란이 됐다. 노조의 문제 제기로 노사가 참여하는 공정방송위원회가 구성됐고, 결국 해당 프로그램은 폐지됐다. 류희림의 일탈, 이해충돌 문제가 YTN 방송 편성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특히 당시는 기수련단체로 알려진 단월드와 관련, 여러 언론이 앞다퉈 이 단체의 노동착취와 사이비 종교 논란, 창시자 이승헌의 제자 성폭행 의혹과 해외 부동산 매입 등 수상한 재산 축적 과정에 대한 의혹을 보도해 사회적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또 이로 인해 단월드 창시자 이승헌 씨가 모든 공식 직함을 내려놓은 직후였다.
2015년 3월 6일 YTN플러스 보도 영상. 류희림 위원장의 부인이자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교장인 김 모 씨(가운데)가 졸업생에게 졸업장을 주고 있다.  

류희림의 처제·동서·조카, 방심위에 ‘방송사 심의, 징계’ 요구 민원 넣어

뉴스타파 취재 결과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교장 김 모 씨 동생 부부, 즉 류희림의 처제와 동서도 지난해 9월 방심위에 ‘청부 의심’ 민원을 각각 여러 건씩 넣었다. 이들의 이름은 지난해 12월 류희림 위원장의 장모 부고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지난해 연말 여러 언론에 보도됐던 이 부고 기사들은 일제히 삭제돼 지금은 확인할 수 없다.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지난해 12월 25일이다. 익명의 공익신고자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 문제를 공익 신고하고 뉴스타파가 권익위 신고서를 토대로 이 내용을 보도하면서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여러 언론·시민단체들이 나서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과 그의 과거 이해충돌 전력을 규탄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가족과 친척간의 단결력과 단합력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YTN PLUS 대표이사일 때 본인의 부인이 교장으로 있는 무슨 영성학교 그리고 누나가 운영하는 OO식당 같은 자기 가족들이 운영하는 업체에 대한 광고성 홍보 기사를 25차례나 YTN을 통해서 보도했습니다. 그것에 대한 품앗이였을까요? 류희림 씨가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 그의 가족과 친인척, 지인들은 이런 식의 류희림이 원하는 미리 짜 맞춰진 각본에 명분을 제공하는 민원인으로 참여했습니다.

이진순 /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2024.1.3.)
압수수색을 하러 갔으면 류희림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실을 뒤져야지 왜 애꿎은 직원들 괴롭히고 제보자 색출하겠다고 법석을 피우는 것입니까? 이 정부의 검찰이 수시로 기자들을 압수수색하고 언론사를 터니까 이제 경찰 눈에도 보이는 게 없습니까? 누가 범죄자고 누가 제보자인지 구분이 가질 않습니까?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2024.1.16.)
그러나 류희림 위원장은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공익신고자를 색출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검찰에 냈다. 또 방심위에서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한 야권 추천 방심위원 해촉안을 강행 처리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류희림 위원장의 고발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방심위를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은 외면하고, 류희림의 야권 추천 방심위원 2명의 해촉안을 재가했다.
제작진
취재박종화 봉지욱 송원근 한상진
영상취재오준식 정형민 김기철 이상찬
편집정지성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