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민원㉕ "총선은 여론전"... 선거 앞두고 바빠진 공언련과 류희림 방심위

2024년 02월 23일 20시 00분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방심위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위원들의 이해충돌 문제가 추가로 제기됐다. 시민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의 간부인 권재홍, 최철호 두 선방위원이 방심위에 제기된 공언련의 민원을 직접 셀프 심의했다는 것이다. 두 위원은 공언련의 민원 접수 사실을 알면서도 심의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19일 방심위 직원들이 권재홍, 최철호 방심위 선방위 위원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권익위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권재홍 위원은 공언련 2기 이사장이고 최철호 위원은 공언련 1기 상임대표다.

공언련이 넣은 민원을 공언련 간부들이 심의

선방위는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방송의 공정성을 심의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운영되는 방심위 산하 위원회다. 지난 12월 11일 구성돼 총선이 마무리 되는 5월 10일까지 운영된다. 선방위는 전체 9인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에 공언련 간부인 권재홍, 최철호 위원이 포함돼 있다. 지난 19일 방심위 노조가 권익위에 제출한 신고서에 따르면, 공언련이 작성한 방송사 모니터링 문서 내용이 그대로 방심위에 민원으로 들어왔고, 이를 권재홍 위원과 최철호 위원이 직접 심의했다. 방심위원이나 선방위원이 사적 이해관계자의 민원 심의에 참여하는 행위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에 따라 금지돼 있다.
지난 19일 방심위 노조가 권익위에 권재홍, 최철호 선방위원을 부패 신고한 신고서.
왼쪽은 공언련이 방심위에 넣은 민원 내용. 오른쪽은 공언련이 작성한 모니터링 보고서다. 두 문서의 내용이 판에 박은 듯 똑같다. 자료=권익위 신고서 입증자료(방심위 노조)
선방위는 아직 임기 초반인데도 법정제재 8건을 의결했다. 특히 중징계인 ‘관계자징계’를 5건이나 의결했다. ‘관계자징계’는 방송사 재승인에 -4점 감점 요인이 된다. 역대 선방위에서 ‘관계자징계’를 의결했던 적은 2014년 지방선거 1건, 2016년 총선 1건으로 단 2건뿐이다.
현재 22대 국회의원 선거 선방위는 임기 두달여만에 법정제재 8건을 의결했다. 이중 7건이 공언련에서 낸 민원에 의한 징계다.

선방위 위원들이 공언련 행사에서 “가짜뉴스 타파"

공언련은 보수 성향을 띄는 KBS공영노조, KBS노동조합, KBS직원연대, MBC노동조합 등 방송사 노조와 시민단체가 연합체 형태로 모인 조직이다. 30곳이 넘는 시민단체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정미디어연대, 전국NGO연대,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등이다. 이중 공정미디어연대는 지난해 ‘가짜뉴스 OUT, 팩트체크’ 사업 명목으로 행안부로부터 3100만원을 받았다. 공언련은 공정미디어연대가 주요 협력단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서로 유사한 홈페이지를 갖고 있고, 공정미디어연대 간부는 공언련 사무총장이다.
2024년 1월 9일, 서울 종로에서 공언련이 만든 매체 미디어X의 창간식이 열렸다. 공언련 측은 "최철호 대표가 작년 10월에 사퇴해 공언련 업무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최철호 위원는 이날 '운영위원'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공정언론국민연대 이사장을 새해부터 맡게 됐습니다. 그동안은 공정언론국민연대 이사로 있었고 또 팩트체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서 가짜뉴스를 잡아내는 그런 역할을 쭉 해왔습니다.

지금 2기 집행부가 해야 할 가장 큰 일 중의 하나가 미디어X가 오늘 창간했는데 이 미디어X를 중심으로 우리 공정 언론을 지렛대를 삼아서 앞으로 새롭게 우리나라에 정말 가짜뉴스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고발하고 추적해서 이른바 사이비 언론이라고 해도 괜찮겠죠? 그런 언론들이 우리 세상에서 퇴출될 그때까지 열심히 감시견 노릇을 해 나가겠습니다.

권재홍 선방위 위원의 공언련 이사장 임명 소감 중
권재홍 위원은 지난 1월 9일 미디어X 창간식에서 공언련 이사장에 올랐다. 권 위원은 한 달 전인 12월 11일에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선방위원에 위촉된 상태였다. 그런데도 권 위원은 이사장에 취임하며 “가짜뉴스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고발하고 추적하겠다. 그런 사이비 언론이 세상에서 퇴출될 때까지 감시견 노릇을 하겠다"는 정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소감을 밝혔다.
2021년에 ‘20대 대선 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이라는 이름으로 발족했고, 작년 7월에 ‘공정언론국민연대’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사실은 오늘 공언련 집행부 2기가 오늘 오전 중으로 구성이 완료가 됐습니다. (1기 공언련) 이사장에 YTN 총괄 상무를 하셨던 김백 이사장님이 계셨는데 (2기 공언련 이사장에) 권재홍 전 MBC 부사장님께서 맡아주게 됐습니다. 박수 부탁드립니다.

최철호 선방위 위원의 행사 진행 발언 중
최철호 위원도 마찬가지였다. 최 위원은 ‘공언련 인사를 직접 정리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공언련이 만든 미디어X 창간식 행사에는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국장도 참석했다. 대통령실 국장은 행사장에서 발언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소속을 수첩에 적어갔다. 이날 행사장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박민 KBS 사장,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 등이 화환과 축전을 보냈다.
이날 행사에 윤석열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박민 KBS 사장,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 등이 화환과 축전을 보냈다.

류희림 '청부민원'에도 공언련 인물들 대거 조직적 민원

뉴스타파는 지난 12월 25일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을 처음 세상에 알렸다. 류 위원장의 가족과 친인척, 주변인물 수십명이 오탈자까지 동일한 민원을 포함해 사실상 200여 건의 민원을 방심위에 넣었고, 이것이 방송사들에 대한 징계에 활용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민원인 70여명 중에는 공언련 주변인물들과 그들의 가족도 20여명에 달했다. 이들이 넣은 ‘복붙 민원’은 60건이 넘었는데, 대부분 자기가 속하거나 가족이 속한 언론사의 뉴스타파 인용보도를 상대로 한 것이었다. 이들이 낸 민원은 심의를 거쳐 해당 방송사에 대한 과징금 징계로 이어졌다.
뉴스타파는 공언련 사무총장에게 “청부 민원을 누구의 지시로 넣게 되었는지” 등을 물었다. 그는 “내가 한 게 아니다. 이름만 내 이름으로 들어가 있다. 공언련에서 모니터 한 결과로 방심위에 고발한 것”이라고 답했다.
공언련 간부의 뉴스타파 인용보도 '복붙 민원'.

류희림 논문 지도교수 백선기 선방위원장, “언론과 접촉하지 마"

방심위 노조가 권재홍, 최철호 위원을 권익위에 신고한 지 사흘 뒤인 어제(22일), 제7차 선방위 정기 회의가 열렸다. 이해충돌 문제가 제기된 두 위원도 회의에 참석했다. 하지만 이해충돌 문제에 대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스승이자, 류희림 위원장에 의해 방심위 선방위원장이 된 백선기 위원장은 회의 시작 전 “(권재홍, 최철호 위원 권익위 신고 건에 대해) 언론사 전화를 받았는데 굉장히 불쾌했다. 위원님들도 여기저기 접촉이 있을 수 있을 텐데 조심하라. (선방위원 임기가 종료되는) 5월 10일까지 언론사와 접촉하지 말라"고 말했다.
제작진
촬영정형민 김기철 신영철 오준식 이상찬
편집윤석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