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왜 조우형을 도왔을까

2023년 12월 13일 08시 00분

뉴스타파는 검찰의 대장동 수사기록에 포함된 남욱 변호사의 피의자신문조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이 조서는 2021년 11월 19일에 검사가 남욱을 조사하며 적은 것이다. 여기에는 지난 대선 당시 논란이 됐던 '윤석열 주임검사와 커피' 얘기뿐 아니라, 현재 방통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김홍일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남 변호사는 이날 조사에서 "그 당시에 김만배나 김홍일 변호사도 조우형에게 과거 대검 중수부에서 수사를 받을 당시 협조를 했다고 말을 하라고 했는데, 조우형은 수원지검 특수부에 출석해서는 그런 말을 하지는 못했다고 들었습니다"라고 진술했다.
정리하면, 김홍일 변호사가 피의자 조우형에게 대검 중수부 조사 때 협조하고 선처를 받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라고 일종의 '진술 코치'를 해줬다는 얘기다. 

전직 대검 중수부장 김홍일...퇴직 후 조우형에게 '진술 코치' 의혹

2015년 수원지검은 조우형을 알선 수재 및 배임 혐의로 수사했다. 모두 부산저축은행 대출과 관련된 범죄였다. 그런데 4년 전에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지휘했던 대검 중수부장 김홍일이 변호사 신분으로 조우형 사건을 도와줬다고 남욱이 검사에게 털어놓은 것이다. 실제로 조우형의 1심 및 2심 판결문을 보면, 김홍일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세종 소속 변호인들이 등장한다. 다만 변호인 명단에는 김홍일이란 이름이 없었다.  
남욱의 검찰 진술이 사실이라면, 김홍일 변호사는 선임계를 내지 않고 뒤에서 도와주는 이른바 '몰래 변론'을 한 게 된다. 현행 변호사법에 따라 '몰래 변론'을 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규정은 퇴직한 검찰 고위직이 후배 검사에게 전화를 해서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세금을 포탈하는 등 불법적인 전관예우가 판을 치면서 만들어졌다.   
▲남욱 피의자신문조서(2021.11.19.) 남욱은 김홍일 변호사가 근무했던 법무법인을 '태평양'으로 착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홍일은 2013년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에서 퇴직해 줄곧 법무법인 '세종'에서 근무했다. 

남욱 검찰 진술 "김만배가 김홍일 중수부장에게 조우형 사건 부탁했다"

2011년 김홍일은 대검 중수부장(검사장급)으로 저축은행 비리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수사팀 실무를 이끈 주임검사는 윤석열 중수2과장이었다.
대장동 사건 피의자였던 남욱은 검사에게 "김만배가 당시 중수부장이던 김홍일 검사장에게 조우형이 사건에 협조를 할테니 잘 좀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을 했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또 2011년 8월에 새로 부임한 최재경 중수부장에게도 김만배가 같은 취지로 부탁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한다.
이어 남욱은 "(김만배가) 김홍일 등 윗선을 통해서 들었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조금 그렇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김만배가 윤석열 중수2과장과 직접 이야기할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자신은 더 윗선과 대화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법조팀장 김만배기자가 윤석열 중수2과장의 상관들과 직접 소통했다는 취지의 진술이다.
▲남욱 피의자신문조서(2021.11.19.)
▲남욱 피의자신문조서(2021.11.19.)

검찰은 물론 법정에서도 '조우형 수사 무마' 진술한 남욱

남욱은 이듬해인 2022년 검찰 수사에서도 이와 같은 진술을 유지했다. 2022년 11월 15일 검찰 조사에서 남욱은 "김만배가 조우형의 변호사로 박영수 고검장을 추천하고, 김홍일 고검장 및 최재경 검사장, 친한 검사들에게도 일이 잘 해결되도록 부탁을 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남욱은 '조우형 사건'을 경험하면서 김만배의 법조계 영향력을 실감했다는 진술도 했다. 남욱이 김만배를 대장동 로비스트로 영입한 것도 '조우형 사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남욱의 검찰 조서를 살펴보면 "조우형이 수사에 협조하고 선처를 받았다"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즉, 대검 중수부가 조우형의 혐의를 알면서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단 것이다.  
지난해 곽상도 전 의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남욱의 증언은 더욱 구체적이다. 법정에서 위증을 하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남욱 피의자신문조서(2022.11.15.)
○ 검사 : 피고인 김만배 측 변호인 반대신문 34항 관련하여, 증인이 피고인 김만배가 법조계에 실제 영향력을 가지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소위 조우형 사건이라고 진술을 하였습니다. 그전까지는 긴가민가했는데 이 사실을 보고 나서 ‘이 사람 뭔가 있구나’라고 생각을 하였다는데, 그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인가요?

● 남욱 : 저축은행 사건이 일어나서 (대검) 중수부에서 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우형이라는 친구가 피의자가 되어서 수사를 받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인 김만배를 통해서 박영수 고검장을 선임했고, 첫날은 조우형이 중수부에 가서 수사를 받고 나와서 굉장히 힘들어하고 두려워했는데, 그 이후에 김만배 피고인의 조언, 그다음에 본인이 여러가지를 해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다음에 조우형 씨가 수사를 받으러 갔는데, 처음 수사를 받았을 때와는 분위기가 확인히 다르게 참고인 수준의 수사를 받고 나와서, 조우형 씨가 그날 두 번째 수사를 받고 나와서 굉장히 안도를 했던 기억이 나거든요. 제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래서 (김만배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남욱의 법정 증언(곽상도 전 의원 재판, 2022년 6월 8일)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답해야 할 질문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은 김홍일 전 고검장을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불과 6개월 뒤, 김홍일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됐다. 방송과 통신에 아무런 경력이 없는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검사 선배로 알려져있다. 일부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소년 가장이 고위 검사직을 거쳐 정부 핵심 요직에까지 올랐다는 미담성 기사를 쏟아냈다. 
어쨌든 김홍일 후보자는 조우형에 대한 '진술 코치' 의혹에 대해 반드시 답을 내놔야 한다.
제기된 의혹은 ▲대검 중수부장 시절 김만배를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있는지 ▲퇴임 후 '봐주기 수사' 의혹의 당사자인 조우형을 만난 사실이 있는지 ▲만났다면, 언제 누구를 통해 만났는지 ▲실제로 조우형에게 법률적인 조력을 해줬는지 ▲조우형으로부터 수임료를 받았는지 ▲정상적으로 선임계를 제출하고 세금 신고를 했는지 등이다. 
대장동 특검의 국회 통과를 앞둔 상황에서 두 가지 결말을 예측해볼 수 있다. 남욱의 진술과 증언이 사실이라면, 김홍일 대검 중수부장은 수사 대상이었던 조우형의 범죄를 알고도 봐준 게 된다. 퇴임 후에는 변호사로 만나 도움까지 줬다. 이에 따라 대장동 특검이 출범한다면,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만약 남욱의 진술과 증언이 모두 거짓이라면, 검찰은 남욱을 위증 혐의로 입건해서 수사해야 한다. 다만, 변호사인 남욱이 위증죄의 엄중함을 모를 확률은 적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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