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일당과 유착한 경찰들...조우형의 뇌물 자금도 덮어줬다

2023년 11월 10일 10시 28분

① 2012년 분당경찰서, 대장동 업자들의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 뇌물 상납 혐의 수사
② 1억 뇌물 자금은 대장동 대출금을 조우형의 회사로 빼돌려서 마련...용역비 명목으로 지급   
③ 대장동 시행사 자금 담당자 "분당서에 조우형의 허위 용역비 제보하고, 증거 자료도 줬다"  
④ 내부 고발로 시작된 수사 결과는 '무혐의'...정영학 녹취록에는 분당서 경찰관 2명 이름 등장
김만배 기자를 통해 검찰에 '수사 무마' 로비를 벌인 대장동 업자들이 자신들에 대한 경찰 수사까지 무마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2012년 분당경찰서는 대장동 업자들의 뇌물 상납 혐의를 수사했다. 수사 과정에서 내부 고발자가 범행을 입증하는 증거 자료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사건은 '무혐의'로 끝났다. 이런 사실은 2013년 경기지방경찰청 및 2014년 수원지검 수사 기록에서 확인된다. 
업자들의 경찰 로비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올해 1월 뉴스타파가 공개한 1,325쪽 정영학 녹취록에도 나온다. 녹취록에는 업자들과 유착한 것으로 보이는 경찰관 두 명의 실명이 등장한다. 정영학 회계사가 녹취록 본문에 자필로 적었다. 업자들이 경찰들과 수시로 모임을 가진 정황도 녹취록에 나온다.  

대장AMC 자금 담당 직원 "분당경찰서에 자료 다 줬는데 제대로 수사 안 하더라" 

2012년 분당경찰서는 대장동 업자들이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1억 원의 현금과 수백만 원 상당의 선물을 건넸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제보자는 대장동 시행사의 자금 집행 회사인 대장AMC 소속 직원이었다. 이 직원은 뇌물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분당서에 제출했다.
▲대장AMC 자금 집행 담당자 신모씨가 2013년 9월 경기지방경찰청 수사관에게 보낸 이메일. 신 씨는 이메일에 2012년 분당경찰서에도 같은 자료를 제출했지만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끝냈다는 취지의 글을 적었다. 
2012년 분당경찰서가 수사한 최윤길 뇌물 사건에도 대장동 자금책인 조우형이 등장한다. 조우형은 대장동 시행사에 부산저축은행 등으로부터 1,805억 원의 대출금을 끌어다주고 수수료 명목으로 10억 3천만 원을 받았다. 겉으로는 대장동 시행사에 타운하우스 설계 용역을 해주고, 비용을 지불받은 것처럼 처리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1억 원을 대장AMC 대표인 김용철에게 건넸다. 김용철은 현찰 1억 원을 쇼핑백에 담아 직원을 통해 최윤길 의장에게 전달했다.  
분당경찰서는 뇌물 자금이 조성된 과정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우형이 받은 용역비가 정상 용역이 아니라 불법 대출 수수료였단 사실을 파악했다. 앞에서 언급했듯, 대장AMC에서 자금 집행을 담당한 신 모 씨가 관련 자료를 분당서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신 씨는 회사 입출금 기록과 가짜 용역 계약서 일체를 제공했다. 또 경찰의 이해를 돕기 위해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출금 기록에는 노란색 표시를 해뒀다.
그러나 분당경찰서는 조우형의 범죄 혐의점을 잡고도 입건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3년 8월, 경기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기 시작한다. 신 씨는 또다시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회사 내부 자료를 경찰에게 이메일로 제출했다.
이메일에서 신 씨는 "저는 분명이 이 자료를 (2012년 분당서에) 다 전달했고, 조우형이 제시한 다른 가짜 보고서와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분당서에서는 조우형이 충분히 소명한 것으로 끝내버렸습니다"라고 적었다. 조우형이 분당서에 낸 자료가 가짜 용역 결과물이고, 그와 관련한 증거 자료까지 줬지만 경찰은 충분히 소명됐다고 판단한 뒤 사건을 마무리했단 것이다.  
2014년 11월, 신 씨는 수원지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해서도 분당경찰서의 수사 상황을 진술했다. 
○검사 : 진술인이 직접 허위로 용역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데, 어떻게 허위 용역 계약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가요?

●신○○ : 앞서서 진술했듯이 이강길 등이 돈을 인출하라고 저에게 지시를 할 때, 어떻게 돈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제가 작성한 인출요청서에 허위 용역 계약서에 해당하는 부분은 노란색으로 별도로 표기해서 경찰에 제출했는데, 경찰에서 수사 중에 어떤 부분이 허위인지 표시를 해달라고 해서 제가 어떤 부분이 허위인지 알고 있으니까 노란색으로 표기를 한 것입니다. 제가 노란색으로 표기하여 경찰에 보내준 것은 결과물이 없는 것입니다.
제가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조우형이 ADD&C와 관련하여 결과물을 제출했다고 하여 그 결과물을 확인해보았는데, 전혀 용역과 관련된('관련 없는'의 오기로 보임) 내용을 용역 결과물이라고 제출한 것입니다.  

신○○에 대한 수원지검 참고인 진술조서 중(2014.11.14)
 ▲대장AMC 자금 담당자 신○○에 대한 수원지검 참고인 진술조서 중(2014.11.14) 신 씨는 2010년에 조우형에게 용역비를 지급할 때는 용역 계약서만 있고 결과물은 없었다고 했다. 나중에 조우형이 분당경찰서에 제출했다는 용역 결과물을 보니, 전혀 용역과 관련 없는 내용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정영학 녹취록의 경찰 로비 정황..."확실히 선수들은 선수들이다"

2012년 11월 21일, 분당경찰서는 최윤길 뇌물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 다음달인 12월 18일 수원지검 성남지청도 무혐의로 사건을 끝냈다. 충분한 증거가 있었지만, 처벌받은 사람은 없었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대장동 원년 멤버인 정재창 씨가 경찰들을 관리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남욱은 검찰은 만배 형이, 경찰은 재창이 형이 꽉 잡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2013년 7월 25일자 녹취록에는 분당경찰서 [전○○, 조○○] 라고 적은 메모가 등장한다. 정영학이 두 명의 경찰관 이름을 적은 것이다. 
이날 남욱은 유동규를 만나서 나눈 대화 내용을 정영학에게 설명했다.
"그 다음에 이제 경찰 문제는 이렇게 다 정리됐습니다 형님. (경찰)서장 결재 나왔습니다. 뒤질 겁니다 했더니. 응, 역시 깔끔하게 일 처리하는구나. 이건 재창이 형이 한 일입니다. 응, 그래, 그래. 확실히 선수들은 선수들이다".
남욱은 정재창을 통해 분당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게 모종의 청탁을 했고, 이와 관련해 분당경찰서장이 결재를 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전해 들은 유동규는 "확실히 선수들은 선수들"이라면서 칭찬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대화가 오간 시점은 분당경찰서가 최윤길 뇌물 사건을 수사할 때다.
▲정영학 녹취록(2013.7.25)
번번이 수사망을 빠져나간 조우형은 2015년에야 비로소 처벌받는다. 2011년 대검 중수부, 2012년 분당경찰서, 2012~2014년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조우형을 피의자로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기록과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그저 우연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들이 검찰뿐 아니라 경찰에도 수사 무마 로비를 펼친 정황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지만 검찰과 마찬가지로 경찰 또한 녹취록에 실명으로 등장한 경찰들에 대해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