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후보 검증] 회계 부정, 막말, 전과자...'반지성' 후보 수두룩

2022년 05월 27일 10시 00분

제8회 전국지방선거 사전 투표가 시작됐다. 27일부터 이틀간 사전 투표가 진행되고 본투표일은 6월 1일이다. △광역단체장(시·도지사) △교육감 △기초단체장(자치구·시·군의 장) △지역구 광역의원 △지역구 기초의원 △비례대표 광역의원 △비례대표 기초의원을 뽑는다. 
지방선거로 선출되는 인사 중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는 사람은 역시 시·도 광역단체장이다. 인사, 인허가, 예산 등에 대한 권한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더욱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뉴스타파는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의 과거 이력을 통해 후보들의 자질을 살펴봤다. 회계부정, 막말, 범죄 전력이 있는 후보들과 현재 이런저런 이유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다수 확인됐다. 
회계부정 의혹을 받고 있는 허향진 국민의힘 제주도지사 후보와 회계부정에 관여한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이장우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

[회계부정] 허향진 국민의힘 제주도지사 후보 

허향진 국민의힘 제주도지사 후보는 과거 제주대 총장 시절 공무수행에만 쓰도록 되어 있는 업무추진비를 함부로 써 논란이 됐다. 2015년 3월 뉴스타파는 허향진 제주대 총장이 증빙 자료를 남기지 않은 채 주말과 공휴일에 총장 업무추진비를 마구잡이로 쓰고 있다고 처음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공직자는 주말과 공휴일에는 업무추진비를 쓸 수 없다. 하지만 허 후보는 총장 시절 공식 일정이 없는 일요일에 특급호텔에서 34만원 짜리 식사를 하면서도 누구와 함께 썼는지 밝히지 않는 등 업무추진비를 방만하게 썼다. 심지어 제주대는 ‘총장이면 예외규정이 적용된다’는 황당한 입장을 내놨다. 
뉴스타파 보도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허 전 총장은 국민의힘 제주도지사 후보가 된 뒤에야 7년만에 보도 내용을 반박하고 나왔다. 지난 4월 20일 KCTV제주방송에 출연해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했고, 교육부 감사에서도 지적된 바가 없다. 가족들과 생일 때 호텔 가서 식사한 것도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처럼 보도했다. 기사를 쓴 기자에게 법적 대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확보한 허 후보의 총장 재직 당시 업무추진비 자료에 따르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허 후보의 주장은 상당부분 사실과 달랐다. 허 후보는 총장 재직 8년간 총 2억 7천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썼는데, 토요일에 수십만 원이 넘는 선물을 업무추진비로 구매하거나 직원 회의를 특급호텔에서 하는 경우가 흔했다. 참석자 명단과 업무추진비 집행 목적에 대한 정보도 없이 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허 후보는 최근 뉴스타파와의 전화인터뷰에서도 "업무추진비 사용에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주말에 업무추진비로 기념품을 구입했는지 저는 몰라요. 저는 학교에서 업무추진비로 사용하는 법인카드를 가지고 다녀 본 적이 없습니다. 비서가 가지고 다녔어요. 

- 허향진 국민의힘 제주도지사 후보 (2022.5.23)

[회계부정] 이장우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

이장우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는 가짜 서류를 만들어 업무추진비를 마련하다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2007년 대전 동구청장 재임 시절 증빙하기 어려운 돈을 쓸 일이 생기면 부하 직원에게 돈을 마련하도록 직접 지시해 총 491회에 걸쳐 1억 6380만 원을 빼돌렸다. 수고한 직원에게 격려금을 줬다는 가짜 기안이 올라오면 이를 승인해주는 수법을 주로 썼다. 
2011년 11월 이 후보는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가 적용돼 15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은 가짜 공문서를 작성한 주체가 아니었고, 부하직원의 말만 믿고 관행대로 했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실과 다른 품의서가 작성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후보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 후보는 최근 뉴스타파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수사·재판 결과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제 사건은 특정 세력에 의한 표적 수사 때문에 벌어졌습니다. 행안부 감사 정도할 것 가지고 공무원들 100여 명 가까이 조사했습니다. 당시 정치적 타격을 크게 받았습니다.” 

- 이장우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 (2022.5.23)
막말 논란을 일으켰던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와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도지사 후보

[막말]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이 개입했다'는 식의 황당한 주장을 반복해  5·18 정신을 훼손했다는 지탄을 받아 온 인물이다. 김 후보는 2018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공공연히 '5·18 북한 간첩 개입설'을 주장했고, 2019년 자신이 주최한 국회 공청회에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다 사법처리를 받았던 지만원 씨를 초청해 논란을 빚었다. 김 후보는 지 씨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 치켜세우며 사실상 지 씨의 주장을 옹호했다.
이랬던 김 후보가 태도를 180도 바꾼 건 지난 4월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 공천에서 탈락하며 정치인생에 일대 위기를 맞은 뒤였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김 후보를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등의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곧장 공개 사과 자리를 마련했다. 김 후보가 5·18 관련 자신의 발언을 공개 사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5·18 공청회 주최자의 일환으로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앞으로 다시는 5·18 민주화운동의 본질을 훼손하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이 일로 인해 상처받은 국민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 (2022.4.18)
하지만 김 후보의 당시 사과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과가 있기 불과 한 달 전, 김 후보가 자신의 과거 언행을 비판한 뉴스타파 보도를 상대로 언론 중재 신청을 제기한 것이 단적인 예다. 김 후보 측은 언론 중재 자리에서도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 온 지만원 씨를 적극 옹호했다. 
김 후보는 언론 중재 과정에서 5·18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은 채 자신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도 주장했다. “뉴스타파 보도가 인터넷 사이트에 급속히 퍼지고 있어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정치적 악용의 소지가 충분히 예상되니 빠른 피해를 구제받고 싶다”며 뉴스타파에 1억 원의 손해배상도 요구했다.  

[막말]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도지사 후보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도지사 후보는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을 '노숙자'에 비유해 논란을 빚었던 사람이다. 지난 2014년 8월 기자들과 대화하던 중 “세월호 유가족들이 저렇게 국회 본관 앞에서 농성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어디 뭐 노숙자들이 있는 그런...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2013년에는 국회 청소노동자의 노동 3권을 부정하는 발언을 해 비판받기도 했다. 2013년 11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 청소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 대해 "이들이 무기계약직이 되면 노동 3권이 보장된다. 툭 하면 파업하려고 할 텐데 어떻게 관리하려고 그러는가"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후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여전히 노동 3권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 55명 중 전과가 있는 후보자의 이름과 전과 내용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 55명 중 전과가 있는 사람은 총 21명이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전과가 생긴 후보가 가장 많았다. 선거법 위반, 무고, 상해 등의 범죄 전력자들도 있었다. 뉴스타파는 이 중 공직자의 지위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따로 모아 정리했다.
공직자의 지위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자들. 

[범죄 전력] 이정현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

이정현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는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2020년 벌금 1000만 원 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KBS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부실한 정부 대응을 지적하는 기사를 빼달라고 요구했다는 혐의였다. 방송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최초의 판결이었다.  
지금 이렇게 중요할 땐 극적으로 좀 도와주십시오. 한 번만 도와주시오. 아예 그냥 다른 리포트로 대체를 좀 해주던지, 아니면 말만 바꾸면 되니까 한 번만 더 녹음 좀 한 번만 더 해주시오. 

- 이정현 당시 박근혜 청와대 홍보수석 (2014.4.30,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과의 통화 내용)

[범죄 전력]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는 정치자금법을 위반해 세 번이나 처벌받았다. 이 후보는 2010년 강원도지사에 당선됐지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1년 1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의 실형을 받아 취임 6개월여 만에 도지사직에서 물러났다. 
2003년에는 썬앤문그룹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 1억 5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벌금 3000만 원에 추징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015년 4월에는 유동천 전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0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대법원에서 인정돼 벌금 500만 원과 추징금 100만 원을 확정받았다.

[범죄 전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인천 계양·강화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앞둔 1999년 5월,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고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아 벌금 1000만 원에 추징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범죄 전력] 강기정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더불어민주당 강기정 광주시장 후보는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두 번 법정에 섰다. 국회에서 의사진행을 방해하고 폭력을 휘둘러 2010년과 2012년 각각 500만 원과 10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했다.  
2012년 10월 강 후보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서울남부지법은 판결문을 통해 “토론과 타협을 통해 정치문제를 해결해야 할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서로 폭력을 생산하는 모습을 보여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현재 피고인 신분으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피고인 신분]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울산경찰청장에게 경쟁자였던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청탁했다는 혐의다.

[피고인 신분]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도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21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4대강 반대 단체를 불법 사찰하는 데 관여한 적이 없다'고 한 주장이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제작진
촬영오준식
편집윤석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