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와 검사> 보도와 관련해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 뉴스타파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소송에서 대법원이 뉴스타파의 손을 들어줬다. 파기환송심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로써 <죄수와 검사>와 관련한 모든 소송이 뉴스타파의 승소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대법원 “정정보도 판결 부당, 다시 심리하라”
오늘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주진우 비서관이 <죄수와 검사> 보도와 관련해 뉴스타파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가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 고법에 돌려보냈다. ‘주진우 비서관의 주장을 일부 인정한 2심 판결은 부당하니 다시 심리하라’는 뜻으로, 뉴스타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주진우 비서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재직하던 2015년 9월부터 2016년 4월 사이 박수종 변호사와 78번 연락을 주고 받았다. 문제는 당시 박수종 변호사가 금융범죄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피의자 신분이었다는 점이다. 검찰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실 비서관이 피의자와 수십 차례 연락을 주고 받은 것이다.
78번의 연락 중 62번은 박 변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 사이에 집중됐다. 박 변호사는 본인 사건이 검찰에 배당되는 날 주진우 비서관과 5차례 통화했고, 고발인 조사와 피의자 조사가 있던 날도 각각 두 차례씩 통화했다. 박수종 변호사는 이 시기 주진우 비서관 뿐 아니라 22명의 검사와 적게는 수십 차례에서 많게는 수백 차례 통화를 했고, 이후 그의 금융 범죄 혐의는 유야무야됐다.
주진우, 보도 이후 “정정 보도 및 5천만 원 배상” 소송 제기
뉴스타파의 수차례 질의에도 반론권을 행사하지 않았던 주진우 비서관은 보도가 나간 뒤 5천만 원의 손해배상과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뉴스타파가 전부 승소했지만 주진우 비서관은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통화 및 연락 사실은 인정되지만 수사 외압을 행사한 사실은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정정보도를 하라고 판결했다.
이 2심 판결에 대해 오늘 대법원은 ‘외압을 행사’했다는 부분은 '사실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며 2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통화 사실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했을 뿐 기사 본문 어디에도 외압 행사를 사실로 명시한 적이 없다”는 뉴스타파의 변론 취지가 옳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특히 주진우 비서관이 '박수종 변호사와 평소에도 연락을 자주 했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통화 내역이나 실제 문자메시지 내역 등을 법정에 제출하지 않아,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을 탄핵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 <죄수와 검사> 관련 소송 모두 승소... 검사 처벌은 0명
2019년 8월 뉴스타파가 <죄수와 검사> 보도를 시작한 이후 보도에 등장한 전직 검사 4명이 뉴스타파에 제기한 소송은 방송 금지 및 기사 삭제 가처분, 그리고 손해 배상과 정정 보도 등 본안 소송 1-3심을 모두 합해 12건이다. 이 가운데 뉴스타파는 11건에서 완전 승소했다. 유일하게 일부 패소했던 주진우 비서관과의 2심 소송은 오늘 대법원 판결로 의미가 없어졌다. 뉴스타파가 사실상 100% 승소한 것이다.
<죄수와 검사> 보도 이후 여론에 떠밀린 검찰은 전관 변호사 박수종의 금융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고, 20년 6월 박 변호사를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전관 변호사를 포함한 매머드급 변호인단을 꾸린 박수종 변호사는 6개월 뒤 보석으로 풀려났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끝에 올해 2월 1심에서 징역 2년과 집행유예 4년 판결을 받았다. 박수종과 수시로 연락한 검사들 중 형사 처벌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그 중 한 명인 이원석 검사는 윤석열 정부의 초대 검찰총장으로 영전했다.
이와 별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뉴스타파 보도에 따라 박수종 변호사와 김형준 전 부장검사를 뇌물 공여 및 수수 혐의로 기소했으며 이는 공수처 1호 기소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 사건의 재판은 지금도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