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무인기, 용산 정화 비용 덤터기... 대통령실 졸속 이전이 부른 참사"

2023년 02월 16일 20시 00분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방부 대변인이었던 부승찬 씨가 대변인 시절 기록한 일기를 모아 책을 냈다. 제목은 ‘권력과 안보’. 대변인을 맡은 1년 5개월 동안 직접 겪은 국방 안보 관련 각종 사건, 사고와 관련된 내용을 시간대별로, 그리고 주제별로 기록했다. 주요 공직, 특히 국방 안보 분야에서 일한 사람이 공직을 떠난 직후 기록을 모아 공개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뉴스타파는 부승찬 전 대변인을 만나 책을 내게 된 이유와 과정, 그리고 책에 담긴 여러 내용에 대한 얘기를 들어 봤다. 제주 출신인 부승찬 전 대변인은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 국방위원회 보좌관,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 등을 지낸 군·안보 전문가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그가 대변인 시절 기록한 일기를 모아 낸 책 '권력과 안보'
이 책이 주목을 끈 건 소위 ‘천공’ 관련 의혹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비선 실세 의혹이 제기돼 온 무속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후보지는 물론,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국방부 영내를 휘젓고 다녔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책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오늘 미사일전력사령부 개편식에서 육군총장을 만났는데 너무도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총장 공관을 관리하는 모 부사관이 “최근 인수위 소속 OOO과 천공이 (한남동) 총장 공관과 (육군) 서울사무소에 들렀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어떻게 대한민국이 천공에게 놀아날 수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해당 부사관이 증언하지 않는 한 이 사실 또한 묻히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언론에 제보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모르는 체해야 하는 것일까. 만일 사실이면 그 파급은 어느 정도일까. 만일 사실이 아니라면? 온갖 생각이 다 떠오른다.”
- 2022년 4월 1일 (부승찬 저서 ‘권력과 안보’)
‘천공 출현’ 의혹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건 지난해 12월이다. 국회 국방위원을 지낸 김종대 전 의원이 의혹을 제기했고,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실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2일, 부승찬 전 대변인의 책 내용이 두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되면서 2라운드가 시작됐다. 뉴스토마토는 부 전 대변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일보는 책에 담긴 내용을 입수해 해당 의혹을 보도했다. 파장이 일자 대통령실은 또 부승찬 전 대변인과 ‘천공’ 의혹을 보도한 두 매체 기자들을 형사 고발했다. 고발을 받은 경찰은 즉각 수사에 나섰다. 부 전 대변인은 ‘천공’ 의혹, 그리고 대통령실의 고발 대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공적 영역에서 현직인 육군총장과 만나 얘기를 나눈 내용입니다. 형사 고발감인가 하는 생각이 1차적으로 들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목격한 지 얼마나 됐다고, 민간인이 대통령 관저 후보지를 둘러보고, 국방부 영내에 위치한 육군본부 서울사무소를 둘러보는 일이 벌어질 수 있나요. 천공이 역술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무속 신앙에 의지한 정책 결정이 일어난 거라면 충격입니다. 만약 이런 식으로 국방부와 대통령실 이전이 결정된 거라면 국방은 진짜 존재 가치가 없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무속인 ‘천공’.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자신의 책 ‘권력과 안보’에서 지난해 대선 직후 천공이 대통령 관저 후보지와 국방부 영내를 휘고 다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기록했다.

“안보는 공기와도 같다”

지난해 4월 12일,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이 마지막 언론브리핑에 나섰다. 당시는 대통령실 이전, 연쇄적인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합참) 이전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울 때였다. 하지만 국방부 누구도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었다. 군인들이 거세게 반발한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지만, 겉으로는 다들 꿀먹은 벙어리였다. 부승찬의 고별브리핑 내용이 논란이 되고 화제가 된 이유다. 한 국방부 출입기자가 질문했다.
“최근 벌어지는 일에 대해 국방부 누구도 한마디 못하고 육해공군해병대 한마디 못하는데 군의 마음을 잘 전달해 준 멘트를 날려주기도 했고요. 마음에 담고 있는 이야기들 한마디로 줄여서 고별멘트 한번 하시죠.” (국방부 출입기자 / 2022.4.12)
부 전 대변인은 평소 속에 담아 두었던 것으로 보이는 말을 끄집어냈다.
“제가 브리핑룸에서 질의받은 것 중에 가장 어려운 질의가 아닌가…좀 안타깝습니다. 안타깝고요. 저는 안보공백이라는 단어를 가장 싫어합니다. 우리 국방이 존재하는 한 안보 공백은 없었다. 그런데 다음에라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 국방부 이전과 관련돼서 상당한 논란이 있었고요. 그러다보니까 다음에라도 안보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방은 정치이념과 관련이 없다고 보여집니다. 좀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국방 역시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 2022.4.12)
이 보다 보름쯤 전인 3월 28일, 이 날도 부승찬 대변인은 언론브리핑에 나와 작심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대통령실을 용산 국방부로 옮긴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윤석열 인수위) 결정에 대한 국방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 날 부승찬 대변인이 내뱉은 말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아시겠지만 (윤석열 인수위 결정에) 의견이 있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국방부는 집행부서고요. 그에 따라서 조치를 취하면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다만 ‘안보는 공기와도 같다’ 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겠습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 2022.4.12)
대통령실 용산 이전은 그야말로 부리나케 추진됐다. 애초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은 청와대를 광화문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약은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어디론가 사라지고, 느닷없이 용산 국방부로의 이전이 결정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보안시설인 용산 국방부청사 조감도를 들고 나와 브리핑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고 딱 10일이 된 지난해 3월 20일이었다. ‘윤석열 인수위’는 청와대와 국방부, 합참 등의 연쇄 이동에 들어가는 돈이 500억 원 미만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1년도 안 돼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부 전 대변인의 책에도 들어 있지만, ‘윤석열 인수위’는 3월 14일 점령군처럼 국방부를 찾아와 “3월말까지 국방부를 비우라”고 통보했다. 부 전 대변인의 책에는 대통령실 이전이 결정되던 당시 상황과 분위기, 이를 보며 부승찬 대변인이 느낀 감정이 이렇게 기록돼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소속 김용현 청와대이전TF 부팀장이 국방부를 찾아와 3월말까지 청사를 비워달라고 했다. 3월 15일에는 TF팀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김용현 부팀장이 국방부를 방문해 대통령실 이전이 확정됐으니 국방부 이전 계획을 수립해 보고하라고 했다.”
- 2022년 3월 14~15일 (부승찬 저서 ‘권력과 안보’)
“인수위에서 김종철인지 김동철인지 예비역 장군이 ‘그럼 이전 안 하겠다는 거냐’며 짜증과 강압이 뒤섞인 목소리로 응답했다고 했다. 장관이 정책실장에게 김 장군과 동기 아니냐며 잘 얘기해 보라고 했다. 정책실장이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피드백은 듣지 못했다.”
- 2022년 3월 28일 (부승찬 저서 ‘권력과 안보’)
“아침부터 본청이 분주했다. 이삿짐센터에서 트럭들이 들이닥치고 1층과 5층 사무실 이전이 본격화됐다. (국방부가) 이사하는 것을 지켜보는 나는 무덤덤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그렇게 국방부는 찢겨나가기 시작했다.”
- 2022년 4월 8일 (부승찬 저서 ‘권력과 안보’)
“누차 얘기하지만, (인수위와) 소통과정에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 그냥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이는 인수위의 위압감이 때로는 무섭기까지 했다. 국방부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안보 공백이 안 생기게 하겠다는 게 말이 되나.”
- 2022년 4월 11일 (부승찬 저서 ‘권력과 안보’)
부승찬 전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이전이 졸속 추진됐다고 말했다. 또 이로 인해 정부와 국방부가 오랫동안 공들여 온 각종 사업과 정책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고 했다. 오랫동안 수도 서울을 지켜 온 방위체계가 무력화 됐고, 대통령 경호에도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북한이 띄운 무인기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사건의 근본 원인도 ‘대통령실 이전 졸속 추진’에 있다고 했다. 부 전 대변인의 말이다.
용산은 국가 안보, 국가 방위의 상징적인 곳입니다. 지난 70년 간 국가 방위에 최적화된 곳이었습니다. 북한 김정은이 고마워 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합참이 한 곳에 있으니 미사일 한 발로 해결할 수 있게 됐잖아요. 안보 전략적인 관점에서 상당히 아마추어적인 행태라고 봅니다. 북한 무인기에 제대로 대응을 못 한 것도 모두 이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부승찬 전 대변인은 이렇게 원칙과 절차없이 대통령실이 용산 국방부로 졸속 이전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협상해 온 용산 미군기지 이전과 미군기지 환경 정화 문제에서 우리 정부가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고, 그간의 협상 성과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고 했다.
용산 미군 기지 이전과 관련돼서는 우리(문재인 정부)가 상당한 진척을 이뤘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환경 정화 문제도 소파(SOFA, 한·미 행정협정)를 중심으로 계획 협상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주한미군 잔류 기지 문제도 큽니다. 한미연합사령관 집무실, 숙소, 호텔 등인데 모두 큰 돈이 들어가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오면서, 대통령실 인근에 주한미군 시설을 잔류시설로 둘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우리가 그 비용을 다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그 동안 한미 간에 합의해 오고 추진해 왔던 것들은 다 어그러지고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2022년 3월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조감도를 들고 나와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된 계획을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정치권력에 휘둘린 국방, 안보, 그리고 한미관계

부승찬 전 대변인의 책에는 문재인 정부 시절 정치논리에 휘둘린 국방과 안보를 아쉬워 하는 대목도 곳곳에 들어 있다. 예컨대 이런 내용이다.
“아니나 다를까. 기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김여정 담화(한미연합 훈련을 이유로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 등 파기 검토)에 대한 국방부 입장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보수 정권이라면 답변이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는 답변이 상당히 정제돼야 하므로 먼저 국방부와 안보실이 소통해 입장을 조율했는데, 수시로 단어와 문구가 변경됐다…안보실에서 일방적으로 문구를 조정한다. 어느 정도 국방부 의견이 반영돼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 2021년 3월 16일 (부승찬 저서 ‘권력과 안보’
)
“선거일인데 오전부터 안보국방전략비서관, 정책실장으로부터 여러번 전화를 받았다. 북한 선박과 승선 인원 7명의 송환과 관련된 전화였다. 우왕좌왕하는 것 같았다. 안보실에서 불안해 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 2022년 3월 9일 (부승찬 저서 ‘권력과 안보’)
부승찬 전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국방·안보 정책의 방향은 옳았지만, 남북관계에만 너무 촛점이 맞춰지다 보니 군과 안보의 역할이 다소 소홀히 다뤄지고, 그 과정에서 국방부가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은 일정 부분 사실이라고 말했다.
권력, 정치권력 그러니까 이제 (문재인) 청와대가 상당히 국방을 위축시킨 거는 분명한 것 같아요. 서욱 국방장관이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청와대) 안보실에서의 개입들이 좀 있었죠. 국방의 정체성이 올곧이 지켜져야 되는데 그게 좀 제대로 안 이루어졌던 것 같습니다. 물론 군은 당연히 정치에 종속되어야 하지만...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한미연합사령관, 막말 던지고 오만하고 무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군·안보 분야에서 벌어진 큰 논란 중 하나는 문재인 정부 국방 책임자들이 무더기로 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캠프로 옮겨간 일이었다. 전에도 비슷한 일은 있었지만 정도가 심했다. 부승찬 전 대변인의 책에는 이 대목을 언급하며 아쉬워하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 국방부가 군인들을 홀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다.
부 전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가 떠나는 군인들에 대한 예우를 잘 못했다. 그 분들의 영예로움을 지켜드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떠나는 군인들에게 ‘수고했다. 노고를 잊지 않겠다. 교체를 이해해 달라’는 말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통보하듯이 떠나 보낸 것이 참 아쉽다. 윤석열 정부 역시 같은 전철을 밟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낸 책 ‘권력과 안보’에는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한미관계에 대한 얘기도 상당한 분량으로 채워져 있다. 우방, 혈맹이라는 말로는 도저히 해석하기 힘든 미국의 태도와 대 한반도 전략 문제다. 그는 일기에 이런 기록을 남겼다.
“에이브럼스(한미연합사령관)의 발언에서 미국은 전작권(전시작전권) 전환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한국이) 핵심 군사능력을 확보하는데 4~6년이 소요된다. FOC(완전운용능력) 실시보다 먼저 핵심 능력부터 구축하라”는 막말을 마구 던졌다.”
- 2021년 3월 17일 (부승찬 저서 ‘권력과 안보’)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퇴역하고도 무엇이 아쉬운지 한국군의 능력을 폄훼하고 한미동맹이 중국의 위협에도 맞서야 한다(연합작전계획에 중국 위협 대응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댔다. 참 이 사람이 미국의 4성 장군 출신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무례한 행태를 보였다.”
- 2021년 12월 27일 (부승찬 저서 ‘권력과 안보’)
부 전 대변인은 “에이브럼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의 경우 그가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나 언론인터뷰에서 보인 언행, 그리고 우리나라를 대하는 태도를 일부러 실명을 넣어 공개했다”고 말했다.
한미안보연례회의(SCM)에서 보인 에이브람스 한미연합사령관의 태도는 너무 오만하고 거만했습니다. 우리가 동맹국인가, 아니면 여전히 미군의 일부라고 생각하나, 우리 군의 정체성은 뭘까, 저분은 왜 저런 얘기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1세기도 20년 이상 지났는데, 우리 국방장관 앞에서 공개적으로 ‘한국은 전시작전권(전작권)을 넘겨받을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능력이 없다’고 말하는 걸 들으면서 너무 화가 났습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북한 발표 더 신뢰, 국방을 정쟁 소재로 활용”...언론과의 전쟁

부승찬 전 대변인이 쓴 책 ‘권력과 안보’에는 국방부 대변인으로 일하며 느낀 언론의 문제에 대한 소회도 많은 내용을 차지한다. 주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취재와 보도, 오보를 인정하지 않는 언론의 태도다. 특히 부승찬 전 대변인은 “국방부의 발표 내용보다 북한의 주장을 더 신뢰하는 듯한 언론의 보도 태도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부 전 대변인은 이렇게 기록했다.
“오늘은 연합훈련을 왜곡하는 보도가 많았다. 훈련의 정치화라고 했던가. 모 매체가 기사 제목처럼 “무늬만 연합훈련”이라는 평가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훈련이 축소되는 것은 맞는다. 근데 이는 어디까지나 보건당국의 방역지침에 따른 것이다. 청해부대 사태 때는 방역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난리더니, 이제는 방역 수칙에 따른 규모 축소를 정쟁 소재로 활용하려 한다. 속이 뻔하다.”
- 2021년 8월 9일 (부승찬 저서 ‘권력과 안보’)
“모 방송 J기자는 전화하자마자 다짜고짜 짜증을 냈다. KBS(9시 뉴스에서 해군 여중사 사망사건을 보도했다. 취재기자는 국방부 출입기자단 간사다) 때문에 물을 먹었다는 것이다. 왜 국방부가 공지할 문자 내용을 몇십분간 쥐고 있어서 보도를 못하게 했냐고 큰소리를 쳤다. 어이가 없었다. 간사에게 항의할 것을 나한테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 2021년 8월 12일 (부승찬 저서 ‘권력과 안보’)
“요즘 기사들을 보면 기자들이 북한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고 우리 군에서 탐지한 내용은 얘기해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어쩌면 자극적인 기사에 클릭 수가 많아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합참 발표보다 선호하는지 모르겠다. 북한 주장을 그대로 기사화하면서 안보 불안감을 증폭하는 경향이 있다. 참 이해하지 못할 영역이다.”
- 2022년 1월 19일 (부승찬 저서 ‘권력과 안보’)
부 전 대변인의 책에는 좋은 기자, 기사에 대한 칭찬도 들어 있다. 열심히 공부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열심히 비판하는 기자들이다.
“정례브리핑은 모 방송 L기자의 질문이 전부였다. 다양하게 질의했다. 왜 질의를 이렇게 일관되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기록을 남기는 의미도 있고 기자로서 꼭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다 보면 답변이 미묘하게 다르게 들려오는데 그걸 보고 상황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판단할 때가 많다고 했다. 여하튼 열정이 넘치는 기자다.”
- 2021년 8월 30일 (부승찬 저서 ‘권력과 안보’)
“오후에 모 매체 M기자가 잠깐 찾아왔다. 정보와 관련된 내용을 설명해줬다. 틈만 나면 와서 배우는 기자다. 근데 국방부에 친화적이지 않아서 기사는 늘 비판적이다. 오늘도 순항미사일 원리, SI 관련 내용 등에 대해 듣고 갔다. 국방부 출입기자 중 몇 안 되는 학구파 기자다.”
- 2021년 9월 14일 (부승찬 저서 ‘권력과 안보’)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 예산을 획기적으로 올리고, 10% 넘게 방위력을 개선한 문재인 정부의 국방 성과가 의도적이고 정치적인 언론보도로 훼손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군 관련 취재원들이 언론에 잘못된 정보를 주고, 이게 정치적 이념과 결부돼 국방을 비판하는 이유가 되는 현상이 반복됐다. 언론이 개입해 국방 정책을 좌절시키고 청와대를 비판하고 일이 많았다”고 했다.
제작진
취재한상진 김주형
영상김기철 오준식
편집윤석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