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고발사주' 발언한 김대남, 억대 연봉 감사직은 "내가 찍은 곳"

2024년 10월 01일 14시 39분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는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총선 후보자 공천에 개입했고,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는 언론인들을 시민단체를 사주해 고발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전 비서관은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은 소문을 전해 듣고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라면서 자신의 발언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언론 고발사주' 발언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김 전 비서관의 여러 발언 중 일부는 훗날 실제로 실현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중 하나가 자신의 공기업 임원 취업이다. 김 비서관은 총선 후보에서 탈락한 직후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공공기관 취업을 언급했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 : 얘(이원모)를 갖다가 도움 주고 내가 (김건희) 여사 하나 저쪽에다가 보험 들어서 내가 하나 받아가야 돼.

이명수 기자 : 그렇지. 다른 데로

김대남 : 어디 공기업 사장이 됐든 아니면 다시 용산을 넣어달라고 해서 용산에 들어가서 다시 비서관 역할을 하든지 보험을 들어야 될 거 아니야.

2024.2.20. 김대남 전 비서관과 이명수 기자 통화 녹음파일 중
총선이 끝난 뒤에도 김 전 비서관은 수시로 공기업행을 언급하며, 자신이 왜 공기업에 가야 하는지도 이명수 기자에게 설명했다. 일단 공기업에 들어가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다음 대선이나 총선에서 정치권으로 복귀할 뜻을 밝힌 것이다. 
김대남 : 나도 그래서 뭐 여러가지 피해를 봤지만 참고 기다리면서 어디 공기업이라도 가서 연봉이라도 잘 받으면서 어쨌든 다음 대권에 누가 나을 건지 예의주시해서 거기서 다시 또 올라탄다든지 그런 이제 방법 찾아야지 너도 마찬가지고.

2024.5.1. 김대남 전 비서관과 이명수 기자 통화 녹음파일 중

최대 3억 원대 연봉 감사직을“내가 찍어서 선택했다”

김대남 전 비서관의 반복된 공기업행 발언은 5개월여 만에 현실이 됐다. 지난 8월 초, 정부투자기관인 서울보증보험의 상임감사위원 및 사내이사로 채용된 것이다. 그의 연봉은 1억 6천만 원. 여기에 성과급까지 합하면 최대 3억 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된다.
김 전 비서관은 이명수 기자에게 서울보증보험 감사직을 자신이 "찍어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고액 연봉에 더해 이곳의 감사직은 임기가 3년으로 다른 곳보다 길기 때문에 윤석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선택의 이유였다. 정권의 유력 인사가 김 전 비서관의 취업을 도와준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 김대남 : 저기 뭐야. 월요일부터 내가 저기 출근하기로 돼가지고.

○ 
이명수 기자 : 그래요 어디 공사?

● 
김대남 : 종로에 있는 서울보증보험이라고 들어봤지? 서울보증보험에 감사로 내가 출근해.

○ 
이명수 기자 : 감사면 되게 높은 자리인데 그 자리

● 
김대남 : 높지. 감사는 2인자지. 2인자라도 사장이 뭐라 못하는 자리지 왜냐하면 상임감사는 정부에서 파견 나온 감사라 그냥 만고땡이야. 사실 감사가 사장보다 편하다. 기사 나오고 차 주고 기사 나오고.

○ 
이명수 기자 : 차도 나와요 형님?

● 
김대남 : 그럼. 제네시스 G80 이런 거 나오고 운전기사 하나 붙여주고 그다음에 비서 하나 생기고 그다음에 뭐 그냥

○ 
이명수 기자 : 선배님이 선택하신 거예요? 아니면...

● 
김대남 : 내가 선택했지 찍어가지고.

○ 
이명수 기자 : 찍어가지고요?

● 
김대남 : 거기가 좋다는 소식을 내가 딱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 왜냐하면 다른 데는 2년인데 일단 (임기가) 3년이니까. 3년이면 우리 정부 있을 때까지 다 있는 거지.

2024.8.3. 김대남 전 비서관과 이명수 기자 통화 녹음파일 중

단 5분 만에 억대 연봉 감사직 채용 완료  

지난 7월 15일, 서울보증보험 본사에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열렸다.이날 기록된 의사록에 따르면, 이○○ 위원이 현장에서 김대남을 신임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했다.
이○○ 위원은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호정책부 부장으로 확인된다. 이날 이○○ 위원이 김대남을 추천하고 이력을 소개했지만, 이 자리에서 누구도 김대남이 금융 관련 경력이 없다는 사실을 문제 삼지 않았다. 김대남 상임감사 선임 안건은 참석 위원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모두 3건의 안건을 상정한 이날 회의는 단 20분 만에 끝났다. 성과급까지 합쳐 최대 3억 원대 연봉을 받는 감사직 채용을 완료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보증보험 2024년 제1차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의사록 중(출처 :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실)
 2022년 6월, 서울 강남구청장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출마한 김대남 전 대통령실 비서관은 자신을 ‘도시개발 전문가’로 홍보하며 “재건축 문제를 과감하게 풀겠다”고 했다.

김대남, 녹음파일 곳곳에서 채용에 관여한 김건희 여사 측근들 언급 

서울보증보험은 개인과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사로, 준정부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서울보증보험의 최대주주다. 이에 따라 서울보증보험의 임원들은 주로 금융권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김대남의 학력과 경력은 토목과 건설 분야 뿐이다. 금융권에서 일한 적은 없었다. 2022년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김대남의 경력을 살펴보면 ▲현진도시개발 대표이사 ▲현진에버빌 상무이사 ▲남아종합건설 본부장 등 건설 관련 업종이다. 2022년 6월, 김대남은 강남구청장 예비후보로 선거 운동을 하면서도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25년동안 전국에서 아파트 사업과 SOC 기반 사업을 한 정통 도시개발 전문가”라고 자처했다.
반면 서울보증보험의 다른 임원들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예금보험공사 등 모두 경제 분야 출신들로 확인된다. 기타비상무이사 A씨(임원후보추천위원회 이○○ 위원과 동일 인물)는 현직 예금보험공사 부장, 사내이사 B씨는 서울보증보험 전무, 대표이사 C씨는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출신이다. 또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겸임하는 자리도 삼성자산운용 사외이사, 금융위원회 위원 출신 등으로 채워졌다. 
예금보험공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김 전 비서관을 추천했는지는 베일에 싸여있다. 공개 채용이 아닌 추천 방식으로 진행된 점, 면접도 없이 서류만으로 심사가 이뤄진 점 등은 낙하산 채용을 의심케 한다. 공동취재팀은 예금보험공사 소속인 A씨에게 김대남을 추천한 사유를 질의했으나 아직까지 답이 오지 않았다.
서울보증보험 측은 채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대남 감사가 금융권 경력이 전무하다는 공동취재팀의 질의에는 “서울보증보험이 다양한 업종을 보증하고 있는데, (김대남) 감사가 행정이나 건설 등 다방면에 역량이 있기 때문에 선임되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공동취재팀은 낙하산 채용 의혹에 대해 김 전 비서관의 반론을 받고자 수차례 연락했지만, 김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는 계속 꺼져 있는 상태다. 
공동취재팀이 확보한 41개의 김대남-이명수 통화 녹음파일 곳곳에는 김대남이 자신의 취업과 관련해 실명을 언급하는 여당 국회의원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등장한다. 특히 현재도 대통령실에 재직 중인 두 명은 김건희 여사와 매우 가까운 인물들인 것으로 확인된다. 공동취재팀은 녹취록 속 채용 관련 인사들의 반론을 확보하는대로 후속 보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제작진
취재봉지욱·박종화·연다혜·조원일(이상 뉴스타파)·문상현(시사IN)·신상호(오마이뉴스)
촬영 이상찬 신영철
편집정애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