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명태균에게 물은 윤석열, "연합뉴스 인터뷰 방향 좀"

2025년 01월 09일 19시 00분

2025년 01월 09일 19시 00분

뉴스타파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 씨가 나눈 SNS 대화 내용이 담긴 검찰 수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명 씨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윤 대통령의 선거를 사실상 지휘하는 '킹메이커'와 같은 존재였다. 윤 대통령 부부는 명 씨가 시키는 대로 말하거나, 질문지를 써달라고 했으며 때로는 언론사 인터뷰 답변 검토까지 부탁한 사실이 이들의 대화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뉴스타파는 윤 대통령 부부가 명태균의 여론조사 보고서, 즉 '명태균 보고서'를 수차례 직접 전달받은 사실을 밝혔다. 이들이 명태균 씨로부터 제공받은 비공표 여론조사 횟수는 총 4회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명태균의 불법적인 여론조사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도 있었다.

윤석열 "명태균은 수많은 조력자 중 한 명이었을 뿐" 거짓 해명

명 씨는 윤 대통령 부부와 수시로 연락하며 지난 대선 때 자신이 윤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하고 그냥 주고받고 주고받고 텔레하고 (여사와) 수시로 통화했잖아. 한 달에 한두 번 이런 식으로…내가 했던 일의 20분의 1도 안 나온 거야 지금. 그러다가 입 열면 진짜 뒤집히지. 대선 때 내가 했던 일들이 있어. 나오면 다 자빠질 건데…"

명태균 (JTBC 인터뷰, 2024.10.8.)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7일 대국민 담화에서 "명 씨가 수많은 조력자 중 한 명이었을 뿐" 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별다른 도움을 받은 게 없다는 취지였다. 
"무슨 제가 명태균 씨와 관련해서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또 감출 것도 없고 그렇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담화(2024.11.7.)
앞서 대통령실도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분의 조언을 들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엉뚱한 조언을 해서 소통을 끊었던 사람으로 안다"며 관련 의혹을 모두 일축했다.

윤석열, 명태균의 조언대로 언론 대응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해명은 모두 거짓이었다. 명태균은 윤석열 대통령이 언론에 대응하는 방법을 김건희 여사에게 알려줬고,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명태균이 말한대로 실행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2021년 6월 29일. 명 씨는 김건희 여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 후 언론 대응 방법을 알려줬다. 예컨대 "X파일 질문은 강하고 짧게  잘라서 응대하라"고 말하자 김 여사가 "넵"이라고 답하는 식이었다. X파일이란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 일가 관련 비리를 종합 정리한파일 형태의 문건이다. 실제로 기자회견 등에서 X파일 관련 질문을 받은 윤 대통령은  "실체가 불분명한 문건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2021년 6월 29일 명태균-김건희 여사 카카오톡 대화 내용 재구성. ⓒ뉴스타파
이른바 '발광체 - 반사체 논쟁'에 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명 씨가 써준대로 발언했다. 같은 날 명 씨는 김 여사에게 "윤석열 총장은 발광체냐? 반사체냐?"는 물음에는 "정치인은 모두 반사체다. 국민이 발광체다. 정치인은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 비추는 반사체다"라고 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윤 대통령이 명 씨가 말한 그대로 발언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한 측근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최근 지인들에게 '모든 정치인과 공직자는 모두 반사체'라며 '오로지 국민만이 발광체'라고 말했습니다"

  채널A 보도 (제목 : 윤석열 “국민이 발광체”…‘반사체론’ 지적 정면 반박. 2021.7.1.)

윤석열, 명태균에게 "인터뷰 방향 좀 부탁"

다음은 2021년 7월 21일 자 윤석열-명태균의 텔레그램 대화다.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연합뉴스 인터뷰 답변서'라는 제목의 한글 파일을 전달하면서 "간략한 방향 좀 부탁드립니다. 내일 오전에 전화 드릴께요", “인터뷰가 오후 3시. 특히 뉴스인터뷰 1에서 4번”이라며 구체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캠프의 실무자가 이미 써놓은 답변서에 대한 첨삭을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로부터 9일 뒤인 7월 30일 진행된 연합뉴스 인터뷰가 확인된다.   
2021년 7월 21일 명태균-윤석열 대통령 테레그램 대화 내용 재구성. ⓒ뉴스타파
같은 날 윤 대통령은 명 씨에게 국민일보 기사 링크와 '윤석열 진영 현황과 극복방안'이란 제목의 글을 보냈다. 당시 국민일보 기사는 권영세 의원이 '윤석열 위기론에 동의하지 않지만, 캠프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내용을 담았다.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보낸 글을 보면, "현재까지 윤석열 총장 행선지 선택은 큰 무리는 없음. 하지만 캠프 상황은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윤 총장의 만기친람형 리더십과 소통 부재가 지적되고 있음. 이로 인해 감독도 하고 배우도 하겠다는 것이냐의 비판이 제기된다. 둘째, 캠프 실무진의 역량 부족이 노정되고 있음. 1일 1사고 캠프라는 오명이 나오고 있다"면서 캠프 정비와 준비된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비판과 캠프 정비 방안에 대해 명 씨에게 의견을 구하고자 했던 걸로 보인다.
검찰 수사보고서에 나온 2021년 7월 21일 명태균-윤석열 대통령 텔레그램 대화 ⓒ뉴스타파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대화 글의) 시간대가 섞여 있는 점에 비추어, 중간 부분 메시지가 삭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었는데, 이로 미루어 명 씨가 자신이 보낸 답변을 모두 삭제한 뒤에 대화 화면을 캡처했을 가능성이 높다.  

명태균이 고발사주 프레임 전환 조언하자 국힘 "박지원 게이트"

윤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에 대해 명 씨가 프레임 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도 확인된다. 고발사주 의혹의 제보자 조성은 씨가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자 2021년 9월 12일 명 씨가 이를 김건희 여사에게 공유했다.
그 후 김 여사는 '어쩌죠ㅠ', '괜찮을까요' 라며 걱정했다. 그러자 명 씨는 걱정하지 말라며 "보수 유튜버들의 용어 선택도 고발사주 의혹 건이 아니라 박지원 조성은 게이트 건으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사건 명칭을 바꿔서 프레임을 전환하자는 취지로 제안했다.  
2021년 9월 12일 명태균-김건희 여사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대한 검찰 수사보고서 ⓒ뉴스타파
실제로 같은 날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극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지원-조성은 사이의 커넥션, 이 ‘박지원 게이트’라고 부를 수 있는 사건이 벌어진 배경에 강한 의심이 간다”며 “정치 공작, 선거 공작의 망령을 떠오르게 하는 대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고성국TV 등 극우 유튜버들도 이 사건을 '박지원 게이트'로 명명하고 반격에 들어갔다. 
세 사람의 대화는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분의 조언을 들을 이유가 없었다'는 윤 대통령 측 해명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증명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대선 출마 선언 후부터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되기까지 명 씨의 역할은 마치 ‘킹메이커’와 같은 모습이었다. 
이 같은 정황들을 종합하면, 명 씨가 선거를 도와준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에게 공천을 줬다는 '공천 개입' 의혹 또한 사실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다.  
제작진
취재봉지욱 이명선 박종화
촬영최형석
편집박서영
디자인이도현
그래픽정동우
출판허현재
리서치최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