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해병 사건 회수' 시작점에 윤석열... 새 통화 기록 나왔다

2024년 06월 19일 20시 00분

임성근 사단장 등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강조한 해병대 수사단 사건 기록이 경찰로 이첩됐다가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다시 회수되는 과정에 윤석열 대통령이 개입한 정황이 새롭게 드러났다. 국방부 검찰단의 위법한 기록물 회수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최초 지시자가 윤 대통령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19일 뉴스타파가 입수한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및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의 통화 내역 등에 따르면, 국방부 검찰단이 사건 회수에 착수하기 직전인 8월 2일 오후 1시 25분 윤 대통령은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마친 임 전 비서관은 국방부 유재은 법무관리관에게 전화를 걸었고, 유 법무관리관은 다시 국방부 검찰단 및 경북경찰청에 전화를 걸었다. 해병대 수사단의 이첩 기록 회수 시작점에 대통령실, 나아가 윤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가 새롭게 확인된 것이다. 

2023년 8월 2일 윤석열 -> 임기훈 -> 유재은 -> 노규호 연쇄 통화

지난해 8월 2일은 임성근 당시 1사단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 보고서가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됐다가 당일 저녁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다시 회수된 날이다. 이날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오전 10시, 박정훈 대령은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에게 채 해병 사건 조사 기록을 경찰로 이첩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설명했고, 해병대 수사단 실무자는 오전 11시 50분 경북경찰청에 사건 이첩을 완료한다. 
오후 2시 40분 국방부 검찰단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넘긴 사건 기록을 회수하기 위한 회의를 연 뒤 검찰단 수사관을 파견, 오후 7시 20분 사건 기록을 회수하게 된다. 오전 11시 50분과 오후 2시 40분 사이, 당초의 결정을 완전히 뒤집는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다.  
사건 초기 그 '누군가'로 지목된 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다. 국방부 검찰단이 사건 기록 회수에 착수하기 전인 오후 1시 51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노규호 당시 경북경찰청 수사부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유 관리관이 기록물 회수 과정을 주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지만, 유 관리관은 이와 관련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유재은 법무관리관의 상관이었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또한 의심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이 전 장관 측은 기록물 회수를 구체적으로 지시한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이 전 장관 측은 변호인을 통해 ‘이종섭 장관이 박정훈 전 수사단장에 대한 항명 혐의 수사 지시를 내리자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한 것으로, 장관의 포괄적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수사 기록 회수의 ‘연결 고리’

이종섭 전 장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구체적인 해명을 거부하면서 실체 규명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첩 기록 회수’ 경위는 오늘(19일)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실무자의 통화 내역이 확인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의 통화 내역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이 임 전 비서관에게도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임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건 시각은 오후 1시 25분으로, 사건 이첩을 강행했다는 이유로 김계환 사령관이 박정훈 대령에게 보직 해임을 통보한 이후다. 
뉴스타파는 윤 대통령의 통화 이후 ‘이첩 기록 불법 회수’ 의혹에 연루된 다수 관계자들이 순차적으로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임 전 비서관은 오후 1시 25분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17분 뒤인 오후 1시 42분에 유재은 법무관리관에게 전화를 했다. 임 전 비서관의 전화를 받은 유 법무관리관은 약 8분 뒤인 오후 1시 51분쯤 노규호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 법무관리관과 노규호 당시 수사부장의 통화는 지난 달 17일 박정훈 대령의 항명 사건 공판에서도 언급됐다. 당시 박 대령 측 변호인은 증인으로 출석한 유 법무관리관에게 “증인(유 법무관리관)은 이첩이 강행된 직후인 8월 2일 오후 1시 50분경 경북청 노규호 수사부장과 통화한 사실이 있지요”라고 물었지만, 유 법무관리관은 “이 부분은 제 진술조서와는 관계 없는 부분에 속하지 않냐”,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공수처에서 피의자로 입건돼 수사 중에 있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통화 이후…국방부 검찰단, 사건 기록 회수 ‘시동’

윤 대통령 -> 임기훈 -> 유재은 -> 노규호 순으로 이뤄진 통화에 이어 오후 2시 40분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로 넘어간 채 해병 사건 기록 회수를 위한 회의를 진행한다. 회의가 진행되던 2시 44분 유 법무관리관이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에게도 전화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회의 직후 국방부 검찰단 수사관은 오후 7시 20분 경북청에 도착해 기록 인수인계서를 작성한 뒤 해병대 수사단이 그날 오전 넘긴 채수근 해병 사건 기록을 회수했다. 오후 1시 25분 윤 대통령이 국방비서관에게 전화를 건 지 채 6시간이 지나지 않아 국방부가 사건 기록을 회수한 것이다. 

반복된 패턴…이시원 통화 뒤, 윤 대통령 등판

윤 대통령과 이시원 당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동일 인물에게 순차적으로 전화를 건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이 전 비서관이 대통령실 및 국방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고 나면 윤석열 대통령이 그 직후 같은 인물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식이다. 기록 회수 당일인 2일 오후 1시 21분 이 전 비서관이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었고 약 4분 뒤인 1시 25분, 윤 대통령이 임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의 통신 기록에서도 같은 패턴이 확인된다. 8월 2일 오후 4시 19분 이 전 비서관은 신범철 당시 국방차관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약 2분 뒤인 4시 21분 윤 대통령이 다시 신 전 차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전 비서관이 채 해병 사망 사건 처리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윤 대통령과 국방부 관계자를 잇는 역할을 한 게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 밖에 해병대 사령부에서 박정훈 대령에 대한 보직 해임 심의위원회가 열렸던 8월 8일을 전후한 시점에도 이시원 전 비서관이 유재은 법무관리관과 통화한 사실도 확인됐다. 
박정훈 대령 측 변호인단은 "외압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7월 31일과 8월 2일 통화 기록과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의 통화 기록 확보가 필요하다"며 "군사법원에 추가로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제작진
취재조원일 강혜인 김지윤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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