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원격의료는 기만극...’재벌용’이다”

2014년 04월 11일 22시 36분


박근혜 정부가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자마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의료와 헬스케어 산업을 삼성의 새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부의 의료 정책이 재벌용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9일 중국 보아오 포럼에 참석해 의료와 헬스케어 사업을 삼성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황태자로 불리는 이재용 부회장이 “의료산업은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삼성의 차세대 먹거리다”라고 공식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 부회장의 발언이 나오기 일주일 전인 지난 2일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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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의료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의사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환자를 진찰하고 약까지 처방할 수 있도록 원격의료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의사들은 이를 “핸드폰 진료"라고 부르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각종 홍보 동영상을 인터넷 등을 통해 배포하며 새로운 원격의료 제도 도입이 도서벽지의 나이든 어르신들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정부는 가정에 있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도 거의 들지 않을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홍보 동영상 내용은 대부분이 거짓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를 보면 2013년 연말 기준으로 50가구 미만의 농어촌 광대역 통신망 구축율은 53%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뉴스타파 취재진이 찾아간 군산시 옥도면에 위치한 한 섬마을의 주민들은 정부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줘도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한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마을에) 인터넷을 놓은지 1년뿐이 안돼서 지금 많이 사용 않던데. 우리도 집에 있는데 사용 안해”
[고영곤 56세 / 군산시 말도리 인터뷰]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은 없으세요?)
"그런거 없어. 내 이름이나 쓰고 컴퓨터는 할 수가 없어."
[김영섭 81세 / 군산시 말도리 인터뷰]

또 정부의 선전과 시장의 반응도 상반된다. 정부는 “원격의료가 도서벽지 어르신들을 위한 것”이라는 내용의 홍보 동영상들을 만들어 여론을 호도하려고 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주장과는 전혀 상반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고급 헤어샵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는 이미 서울대병원 의사들과 함께 두피를 원격진료로 관리해준다고 광고하는 뷰티숍이 등장했다. 최첨단 원격진료 두피모발 관리 서비스 1회 비용이 16만 5천원이었고, 8회 기준 100만원이 이 업체가 내세우는 할인 가격이었다.

“아무 살롱에서나 이 제품 쓸게요, 하는게 아니라 한 4일간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교육을 받아요”
[뷰티샵]

또 올 9월 송도에 새로 입주할 한 아파트에는 대당 시가 990만원짜리 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원격진료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선전하고 있었다.

“시중가 990만원..분양가에 포함될때는 반 이상 저렴하게 들어갔어요.”
[분양업체 관계자]

원격의료를 통해 장비업체들은 기기를 팔아서 이득을 얻고, 통신사나 헬스케어 운용업체들은 월 사용료로 수익을 챙기는 구조가 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헬스케어 서비스 업체들은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원격의료시장이 크게 확장될 것이란 기대감도 숨기지 않고있다.

“송도의 특성상 쇼케이스의 개념으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나 그런 흐름에도 맞지 않나 싶어서.”
[원격의료업체 관계자] 

실제로 뉴스타파가 입수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스마트케어 시범서비스 통합분석” (2013.12)에는 정부가 계획하는 원격진료를 위해서는 삼성전자 등이 만드는 게이트웨이(원격의료용 셋톱박스)란 원격의료 장비를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것으로 돼 있다. 정부의 개정안 대로라면 원격의료 대상은 주로 고혈압이나 당뇨병, 정신질환 환자가 될 전망이다. 현재 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수가 700여만 명인 것을 감안할 때 시중가 42만원 상당의 게이트웨이 장비를 이들에게만 팔아도 최대 3조 원 가까운 시장이 열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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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원격의료법안이 현실적이지도 않고, 비용이 결코 적게 드는 것도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는 의사들은 무엇보다 정부 개정안대로 원격의료가 실시될 경우 오진이나 의료사고 등의 부작용이 빈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건복지부 대변인실은 뉴스타파가 원격의료 도입의 취지와 홍보 동영상의 진실성 여부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하자 “관련부서에서 인터뷰 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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