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돈 로비 추적] 의사들이 제주 리조트에 모인 이유

2020년 11월 26일 17시 11분

코로나19가 주춤했던 지난 10월의 주말. 제주도의 한 호텔 리조트에 심혈관 분야 전문의 수십 명이 모였습니다.
의사들은 한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의 제품설명회에 참석하러 왔습니다. 독일에 본사를 둔 심장·심혈관 기기 전문 업체 바이오트로닉이 심혈관 스텐트 신제품 출시를 기념하는 행사였습니다.
의사들은 숙박과 식사, 항공료 등 여비를 업체에서 지원받기로 하고 초청에 응했습니다. 서울·수도권 대학병원 교수들과 심혈관중재학회 주요 임원들도 날아왔습니다. 이들은 1박 2일간 호텔과 리조트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의료기기 업체와 영업대상인 의사들은 향응과 접대, 금품 수수가 금지돼 있습니다. 다만 현행법과 업계 규정상 제한된 범위 안에서 몇 가지 혜택을 줄 수는 있습니다.
제품설명회가 좋은 기회입니다. 업체는 의사들에게 상당한 돈을 쓸 수 있습니다.
· 숙박비 : 1박 20만원 이내.
· 교통비: 이코노미 클래스 왕복 항공편 등.
· 식사비: 1인당 하루 15만원 이내, 한 끼당 최대 10만원.
· 기념품: 5만원 이내
-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공정경쟁규약 제10조 자사제품설명회
단, 몇 가지 원칙과 규정을 지켜야 합니다. 의료기기 업계의 공정경쟁규약을 다시 살펴봅니다.
첫째, 업체들은 “보건의료인에게 제품에 대한 과학적·교육적인 정보를 전달한다.” 이런 활동은 “목적에 부합하는 적절한 장소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보건의료인이 의료기기를 의료 행위에 사용하도록 선정할 때 보장되는 결정의 독립성을 침해하여서는 안 된다.”
셋째, “제품설명회 개최 시 행사 장소, 내용 및 개최 방법 등이 불공정행위로 오해받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넷째, “여비, 숙박, 식음료 및 기념품의 제공 대상은 제품설명회와 직접 관련이 있는 보건의료인에 한하고, 보건의료인의 동반자에 대한 제공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섯째, “보건의료인 모임 등에서 필요한 식음료를 지원하기 위한 제품설명회를 개최하여서는 안 된다.”
뉴스타파 취재팀이 확인한 바이오트로닉의 제품설명회 현장은 어땠을까요.
취재팀이 목격한 ‘무언가’에 대해 바이오트로닉 독일 본사는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문의 주신 그 행사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심의·승인을 받았고, 한국 현지의 모든 규정을 준수해 진행되었습니다.(The event in question was registered with and approved by the Korea Medical Devices Industry Association and was carried out in compliance with all local regulations.)

바이오트로닉 독일 본사
한국지사 역시 본사와 같은 해명을 보내왔습니다. 취재팀이 현장에서 눈여겨 본 유명 의사들도 ‘무언가’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아, 한 가지 원칙을 빠트렸습니다. 의료기기 사업자는 “환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바이오트로닉은 2019년에만 1만3000개가 넘는 스텐트를 한국에서 팔았습니다. 스텐트 업계 6위의 기록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들이 이 회사의 스텐트를 시술하고 청구한 건강보험 급여만 254억 원이 넘습니다. 업체와 의사들은 누구의 이익을 생각하고 있을까요.
10월의 제주도에서 바이오트로닉 임직원과 유명 의사들이 모인 진짜 이유는, 뉴스타파 카메라에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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