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회] 투표율 100%를 바랍니다

2012년 12월 15일 06시 52분

 
<기자>

18대 대선 부재자 투표 첫날인 지난 13일. 서울시 동작구청 앞마당엔 긴 인간띠가 만들어졌습니다. 투표를 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정문 밖 버스정류장까지 줄 서 있습니다.

(몇 분 기다렸다가 투표했어요?) “한 40분 정도 기다렸어요.”

“한 20분 (기다렸어요.)”

대부분 노량진 고시촌에서 공부하는 20 30대의 젊은 유권자들이었습니다. 줄이 너무 길어 무려 두 시간 넘게 기다렸다 투표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탁덕균 동작구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저도 전혀 상상을 못했습니다. 이렇게 많이 올 거라고는. 제가 여기에서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서울시장 보궐선거 다 제가 4년 반 동안 여기 동작에서 관리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많은 적은 없었어요.”

지난 대선 때 보다 인근에 투표소 한 곳이 더 생겼고 기표창구도 기존 네 개에서 아홉 개로 늘렸지만 투표 열기를 감당하긴 힘들었습니다.

[박지선 공무원 시험 준비생] “한 20분 정도 서 있던 것 같아요.” (왜 투표하러 오신 거예요?) “투표는 해야하니까요.”

부재자 투표 신청자수는 108만여 명, 지난 대선보다 34%나 늘어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김다영 공무원 시험 준비생] “첫 투표거든요. 그래서 꼭 하고 싶었어요.” (40분 기다려서 투표 하니까 어떠세요?) “뿌듯해요. 좋아요.”

[이병필 공무원 시험 준비생] “우리나라 국민의 한 일부인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12월 11일 KBS 뉴스 9

“18대 대선 재외국민 투표가 오늘 마감 됐습니다. 등록 유권자의 71%가 투표를 해서..”

대통령 선거 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재외국민 투표열기도 뜨거웠습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45%대에 머물렀던 재외국민 투표율은 71%로 치솟았습니다. 스물 네 시간 동안 수백킬로미터를 달려 투표를 했다는 이야기가 속속 전해졌습니다.

[정주환 스페인 거주, 디자이너] “안녕하세요? 저는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는 정주환이라고 하고요.”

스페인에 살고 있는 정주환 씨의 스물 네 시간 투표여행 영상입니다. 지하철과 고속버스 기차, 비행기까지 갈아타며 투표소로 향해갑니다.

[정주환 스페인 거주, 디자이너] “제가 스페인 생활에 적응해 나갈 무렵에 한국에서는 촛불 집회 관련한 기사들이 쏟아졌고요, 지인들이나 동료들은 의사표현을 위해서 거리로 나가는데 저는 이렇게 편하게 스페인에서 지내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마드리드에 있는 투표소까지 꼬박 24시간이 걸렸습니다. 평상시 넉달치의 교통비를 썼습니다. 스페인에 정주환 씨가 이렇게까지 해서 투표를 한 이유는 뭘까.

[정주환 스페인 거주, 디자이너] “투표율이 올라간다는 것은 정치인들로 하여금 국민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투표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한국에 있는 분들이 보실 수 있게 한다면 단 한 분이라도 그 영상을 보고 투표하러 간다고 하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투표를 했습니다.”

[민웅기 회사원] “국내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투표 독려활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서울 용산역. 사람들이 바쁜 발걸음을 멈추고 투표 참여를 약속합니다. ‘본인 자신을 위해 투표를 해야 된다’고 써 놨거든요 영어로. 대승적으로 투표를 하자 이런 것보다는 당장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투표를 해서 좀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 보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이 행사를 주도한 사람들은 이른바 팔도유람단. 지난 10월부터 전국을 돌며 투표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위해 회사에 휴직계를 낸 사람도 있습니다.

[고은하 회사원(팔도 유람단 봉사자)] “사실은 저희가 친목 모임에서 시작한 거잖아요. 그런데 이게 이렇게까지 될 줄은 저희도 사실 꿈에도 몰랐거든요. 지금 불과 한 50여 일만에 여기에서 이런 걸 하는 걸 보면서 시작이 작더라도 끝이 얼마든지 아름답게 발전할 수 있다는 걸 저희가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최근혜 회사원(팔도 유람단 봉사자)] “(어르신들이) 젊은이들이 똑바로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그렇게 말씀하시고 가셨을 때가 굉장히 뿌듯했어요. 마음에 남고.”

지역 선관위원장을 역임했던 현직 판사도 이들의 활동을 돕고 있습니다. 이정렬 판사는 투표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 규범이라고 말 했습니다.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 “혹시 내가 이런 것 하다가 잡혀가는 것 아니냐, 잘못되는 것 아니냐, 그런 걱정을 하는 현실이 상당히 안타깝고요 왜 이렇게 우리나라가 이런 지경까지 국민들이 이런 걱정까지 해야 되나 그런 지경까지 된게 참 마음이 아픕니다. (SNS에) ‘저는 기호 몇 번 누구를 지지 합니다’ 이렇게 쓰셔도 되고, 선거 포스터를 올려도 되고 선거 포스터에 ‘이 후보자 참 잘 생겼죠? 잘 생겼다, 예쁘다.’ 이렇게 쓰셔도 되고, 또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보내면서 메시지를 보내면서 ‘이번에 누구 찍어라’ 이렇게 하셔도 되고.”

유명인들도 발벗고 투표독려에 나섰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사람들이 방송인 김제동 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김제동 방송인]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찍어야 되느냐, 지금부터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가슴이 조마조마해지기 시작하고, 저 인간 저러다가 잡혀가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어요. 어떻게 할 거냐, 제가 하는 모든 토크 콘서트, 대학교 40군데 다니는 모든 무료 특강에는 선관위 직원과 각 기관의 직원들이 늘 따라 나옵니다. 그래서 조심해야 돼요. 주위를 둘러보지 마세요. 그 사람들이 막 이렇게 하겠어요? ‘나 여기에 있어요’ 이렇게 하지 않아요.‘

거리의 유권자를 상대로 한 게릴라 투표독려 콘서트입니다. 자신의 경험에 빗댄 진솔한 이야기에 사람들은 공감의 박수를 보냅니다.

[김제동 방송인] “대통령 하나 잘 뽑는다고 이 나라가 5년 안에 확 바뀌거나 그리고 대통령 하나 잘 뽑는다고 이 나라가 이 백성들이, 이 시민들이 한꺼번에 행복해지는 일, 단언하고 바라건대 솔직히 없어요. 하지만 대통령 하나 잘못 뽑으면 사람들이 죽을 수 있고 사람들이 핍박 받을 수 있고 억압 받을 수 있다는 걸 지난 5년 동안 여러분도 충분히 경험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시작, 시작도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김 씨는 강조 했습니다.

[김제동 방송인] “누구에게 투표해야 되느냐,” (잘 생긴 사람) “스스로에게 투표해주셔야 됩니다 스스로에게. 내가 던지는 표는 대통령을 뽑기 위한 투표라기 보다는 내 마음에게 나에게 보내는 투표입니다. 나에게 늘 표를 던져줘야 하고, 나에게 늘 위로해 줘야 되고 나에게 늘 지지를 보내줘야 됩니다. 그렇게 자기에게 투표를 하듯이 나를 위할 수 있는 대통령에게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 꼭 행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권나경 통역사] (투표하실 거예요?) “당연히 해야죠.” (왜요?) “왜 안 해요?” “글세 아까 김제동 씨가 얘기했듯이 일단 찍어 놓고 ‘찍어줬는데 왜 못 했느냐’ 이렇게 욕을 하는 게 덜 억울하지 않겠어요? 찍지도 않고 ‘왜 저 사람이 (당선) 됐을까’라고 나중에 생각하는 것 보다...”

강원도 춘천 MBC 앞. 직장인 박제우 씨가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영하 15도의 추운 날씨에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지난 대선에서 투표하지 않은 죄를 반성하고 있습니다.

[박제우 자영업] “투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신뢰를 받았던 방송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투표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부터 통렬하게 반성을 해야 겠다는 생각에서 왔습니다. (5년 전에는 왜 투표를 못 하셨어요?) “투표를 못한 게 아니라 안 했죠. 정확히 얘기하면 그 당시에는 크게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나 하나 투표 안해도 문제 없지 않겠나’라는 그런 생각이었죠.”

김 씨는 12월 19일 투표일까지 이 석고대죄를 멈추지 않을 계획입니다. 자신처럼 투표를 하지 않고 뒤늦게 후회하는 사람이 더 이상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전날엔 한 대학교 캠퍼스 안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박제우 자영업] “투표를 안 해서 가장 큰 피해를 받았던 건 오히려 대학생들이 아닌가, 대학생들이 여전히 힘든데 선배로서 아무 것도 해준 게 없어서 미안합니다. 솔직하게 사과하려고 나왔습니다.”

충청북도 청주 시내 곳곳에 시민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직접 제작한 투표 독려 현수막 500여 장이 걸렸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투표 마켓, 개념 가게를 자처하고 나선 상점들도 등장했습니다.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할인을 해준다는 겁니다. 선거 막판 뜨거워진 투표 독려 열기. 시민들의 자발적인 캠페인이 이번 대통령 선거를 축제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해진 씨 가족] “안녕하세요 저희는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 가족입니다. 떠날 때 대선 때는 어떻게 하지 사실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안 되면 대선 때 잠시 여행을 멈추고 함께 귀국해가지고 투표를 해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까지 하고 떠났었거든요. 근데 여행 도중에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 이탈리아 로마에서 부재자 등록을 했어요. 그리고 모든 일정을 투표하기 위해서 진짜 아프리카도 짧게 짧게 그렇게 지나서 이 곳 아르헨티나까지 왔습니다. 국내에 계신 분들도 조금만 마음을 더 쓰시고 한발자국씩만 더 움직이셔가지고요 투표를 꼭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파이팅!”

[독일 유학생] “독일에 살고 있는데 다음 대통령이 다스리는 대한민국은 제가 돌아가고 싶은 한국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꼭. 지금 별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들거든요.”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 “투표율이 높으면 많은 국민들이 우릴 지켜보고 있구나, 그래서 저 많은 대다수의 국민들을 위해서 일을 해야 되겠다 생각을 할 거고요.” (투표율 몇 퍼센트 생각하세요?) “희망은 100%가 희망입니다.” (100%) “네. 모든 국민이 자기의 권리를 행사하고 모든 국민이 주인이 되는 그런 사회 그런 나라, 투표율이 100%가 되길 희망합니다.”

[권나경 통역사] “투표란 세상을 바꾸는 힘. 앞으로 5년 간 같이 지낼 남자친구를 찾는 혹은 뽑는 날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꼭 투표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제동] “정치의 주인은 정치인이 아니죠.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위임해 준 국민이고, 나라의 주인 역시 정치이들이 아니라 정치가가 아니라 정당이 아니라 국민들입니다. 그것을 알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애인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듯이 나의 마음을 그들에게 고백해서 그들이 우리 마음을 5년 간 또 4년간 잊지 못하도록 만들어주는 거 그게 우리의 권리이고 또 재미있는 의무가 아닐까 그런 생각 합니다. 권리를 오랫동안 내버려두면 그들의 것인 줄 압니다. 권리는 꼭 써서 보여줘야 합니다. 대한민국 모든 권력 국민에게서부터 나오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권력은 투표하는 국민에게서 나옵니다. 여기 사람이 있다는 것, 당신들을 지켜보는 우리가 있다는 것 알려줘야 됩니다. 투표용지가 그걸 할 수 있습니다. 재밌게 연애 한 번 해봅시다. 투표 한 번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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