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씨로부터 ‘공짜 여론조사 보고서’를 제공받는 등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 지난해 11월에 검찰이 이미 혐의를 뒷받침하는 명 씨의 메신저 대화 기록을 확보해 보고서까지 작성하고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어떠한 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검찰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기간 동안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텔레그램·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명 씨로부터 최소 4차례의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 파일을 제공받았으며, 각각 “그래요”, “넵” 등 보고서의 수신 확인 메시지도 남긴 것으로 확인된다.
윤석열-명태균 텔레그램 대화① 명 “비공표 여론조사라 보안 유지 부탁”, 윤 “그래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2021년 10월 20일 저녁 7시 58분. 명태균 씨는 자신이 실질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직원 강혜경 씨에게 전화해 “윤 쪽”, 즉, 윤석열 캠프에서 의뢰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지시했다.
●명태균: 그 내일은 윤 쪽에서 조사할 건데… 데이터를 내일 쫙 한번 돌려봐야 되는데.
명태균-강혜경 전화통화 (2021년 10월 20일)
명 씨의 지시대로, 미래한국연구소는 그 다음날인 10월 21일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날 저녁, 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 씨와 텔레그램으로 대화를 나눈다. 대화는 윤 대통령과 명 씨, 둘만의 1대 1 대화방에서 이뤄졌다.
▲2021년 10월 21일, 윤석열-명태균 텔레그램 대화 (출처 : 검찰 수사보고서)
저녁 7시 53분. 명태균 씨는 윤 대통령에게 “10월 21일 오늘 조사한 국민의힘 당내경선 당원 5,044명의 여론조사 결과 자료”라며, “비공표 여론조사라 보안 유지를 부탁드린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1분 뒤에는 pdf 파일을 건넸다. 바로 ‘윤 쪽’ 의뢰로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였다.
메시지와 파일을 수신한 윤 대통령은 “그래요”라고 답했다.
대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 씨로부터 비공표용 여론조사 결과를 직접 제공받은 사실을 입증하는 물증이다.
윤석열-명태균 텔레그램 대화② 명 “이중 당적자 최소 6만 명”, 윤 “이놈들이 홍으로 가는 거?”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 파일을 주고받은 뒤에도 윤 대통령과 명 씨는 대화를 이어갔다.
명 씨는 “(10월 21일 여론조사에서) 이재명을 선택한 11%는 이중 당적자로 추정됩니다. 최소 6만 명 정도”라며, 자신이 건넨 여론조사 결과의 분석 내용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이놈들이 홍으로 가는 거 아냐?” 하고 물었다.
▲2021년 10월 21일, 윤석열-명태균 텔레그램 대화 (출처 : 검찰 수사보고서)
이 대화의 의미를 설명하면 이렇다. 2021년 10월 21일 ‘명태균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당원들만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이재명-윤석열 양자 대결’ 문항에서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응답자가 약 10%로 나왔다. 명 씨는 이들을 국민의힘 당원으로 위장한 민주당 당원들, 즉, ‘이중 당적자’로 봤다.
국민의힘 전체 당원이 약 56만 명이니까 이 중 10%인 약 6만 명이 이중 당적자로 추정된다고 명 씨가 보고하자, 윤 대통령은 이 사람들은 국민의힘 경선에서 홍준표 후보를 찍는 것 아니냐고 물은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질문에 명 씨는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김건희-명태균 카카오톡 대화: 김 “홍한테 뺏기는 거 아닐까요”, 명 “내일 자체조사 해보겠다”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뿐만 아니라 김건희 여사도, 홍준표 후보에게 밀리는 상황을 걱정했다.
명 씨는 김건희 여사와도 카카오톡 대화를 나눴는데, 김 여사가 명 씨에게 “큰일이네요”, “이러다 홍한테 뺏기는 거 아닐까요ㅠ”, “홍이 1등은 안 되나요?” 등 당시 홍준표 후보에 경선 승리를 내줄까 우려하는 메시지를 잇따라 보냈다.
▲2021년 10월 5일, 김건희-명태균 카카오톡 대화 (출처 : 검찰 수사보고서)
이에 명 씨는 “네, 어렵습니다”, 즉, 홍준표 후보가 1등을 하기는 어렵다며 김 여사를 안심시키고, “내일 자체조사를 해보겠다”고 했다. 그러자 김 여사는 “넵”이라고 답했다.
여기서 명 씨가 언급하는 자체 조사가 바로 미래한국연구소의 ‘비공표 여론조사’다.
윤-명, 김-명 메신저 대화 기록… 대통령 부부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물증’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기간 동안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메신저를 통해 명태균 씨로부터 제공받은 비공표 여론조사는 윤 대통령 2건, 김 여사 2건 등 최소 4건으로 확인된다.
명 씨가 실질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의 비용 계산표에 따르면, 이 4건의 조사 비용은 1건당 4백만 원씩, 1,600만 원이 들어갔다.
이 가운데 2건의 경우 대통령 부부가 각각 “그래요”, “넵” 등 보고서를 받았다는 수신 확인 메시지도 남겼다.
▲윤석열-김건희 부부 ‘명태균 비공표용 여론조사’ 수수 현황
하지만 당시 윤석열 후보의 공식 정치자금 자료에는, 명태균 씨나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 명목으로 지급된 비용은 단 한 푼도 없다.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명 씨가 나눈 텔레그램ㆍ카카오톡 대화 기록은 대통령 부부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뒷받침하는 물증인 것이다.
▲국민의힘 당내 경선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정치자금 자료에는, 명태균 씨나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 명목으로 지급된 비용이 단 한 푼도 없다.
검찰, 지난해 11월에 대통령 부부-명태균 메신저 대화 관련 보고서 작성하고도 ‘침묵’
뉴스타파 취재 결과,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해 11월 4일, 공짜 여론조사 보고서 파일을 주고받은, 명태균 씨와 윤석열-김건희 부부 사이의 텔레그램·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확보해 보고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검찰은 이후 두 달이 넘도록 대통령 부부를 상대로 공짜 여론조사 보고서를 제공받은 혐의, 즉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
검찰이 내부 보고서까지 작성하고도 윤 대통령 부부의 조사를 하지 않는 사이,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7일에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명태균 씨한테 무슨 여론조사를 해달라는 얘기를 한 적은 없다”며, ‘명태균 여론조사’와 자신은 아무 관련이 없다는 거짓 해명을 내놨다.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을 둘러싼 윤 대통령의 거짓말에, 검찰은 선택적 수사와 침묵으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에게 ‘알리바이’를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