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는 비공개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 회의가 끝나고 다른 최고위원들이 나왔다. 국감 일정이 바쁜 날이다. 최고위원들은 나오면서 기다리던 출입기자들에게 한 마디씩 회의내용에 대한 이른바 ‘백브리핑’(Back Briefing)을 하고 자리를 떠났다. 출입기자들은 최고위원들이 한 말을 메모했다가 서로 복기하고 녹음파일을 공유하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는 나오지 않았다. 1시간 정도 기다렸다. 상당수 기자들은 자리를 떠났다. 언론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10명 정도의 기자들만 눈치를 보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자기가 없는 자리에서 중요한 말이라도 나오면 이른바 ‘물을 먹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나도 촬영팀과 함께 문 앞에서 김무성 대표를 기다렸다. 옆에 앉아 있는 얼굴 모르는 기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눈다. “무대(김무성 대표를 대장이라고 부르는 애칭이다) 아직 안에 있냐?” “글쎄, 아까 나간 거 아니야?” “과천에서 국감 있어서 나갔을 건데...” “근데 왜 다들 기다리고 있지?” 순간 불안해졌다. 출입문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촬영팀과 나는 한눈을 팔지 않았다....아니 팔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진짜 이 친구들은 왜 안 가고 여기서 뻗치기를 하고 있는 거지?’
새누리당 관계자쯤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오더니 기자들에게 크게 고지했다. “저번 주에 협의했듯이 회의 끝나고 (김무성 대표) 백브리핑 안 합니다.” ‘마약 사위’로 김무성 대표가 심기가 불편하니 서로 질의응답은 생략하자는 뜻이다. 이 말을 듣고 몇몇 기자들이 또 자리를 떠났다. 남은 기자들은 나를 포함해 7-8명 정도. 그래도 안에 있다는 말에 안도감이 들었다. 오늘 김무성 대표를 못 만나면 내일까지 개고생이다!
새누리당 관계자가 나에게 물어본다. “누구 기다리세요?” “김무성 대표 기다립니다.” “질문 안하기로 출입기자단이랑 협의가 됐어요.” “그래요? 그런데 저는 출입기자 아닙니다.” “어디서 오셨죠?” “뉴스타파에서 왔습니다.”
명함을 드리고 누구시냐고 물어봤다. 새누리당 상근부대변이시다. 부친 친일 행적과 관련해서 질의를 서면으로, 또 문자로 보냈는데 답변이 없어서 직접 왔다고 말했다. “출입기자단이랑 양해가 됐는데 이러시면 안 되죠.” “출입기자들이랑 협의한 걸 왜 저한테 강요하시죠?” “절차를 지켜야죠. 뉴스타파는 이렇게 마구잡이로 합니까?” “답변이 없어서 답변을 들으려고 기다리고 있잖아요.”
몇 마디 더 대화를 하다 서로 의미 없음을 깨달았다. 다시 기다림 모드. 잠깐 딴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드니 김무성 대표가 수행원 3-4명을 데리고 내 앞을 지나쳐 간다. 이런 젠장. 좀 뒤에서 따라가 봤다. 도대체 기자들이 질문을 하는지 안 하는지 궁금했다. 기다려봤다. 기자들이 김무성 대표를 에워싸고 행진한다. 각자 녹음기, 스마트폰 등을 켜고 김무성 대표를 따라간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영상을 다시 봐도 재밌는 풍경이다. 도대체 뭘 녹음하고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