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5일 윤 대통령을 전격 체포했다.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첫 발부한 지난달 31일 이후 15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 기관에 체포되는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1차 체포 시도 실패 후 절치부심… 관저 진입 인원 1000여 명
이날 오전 10시 33분쯤, 공수처와 경찰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는 윤 대통령 체포에 성공했다. 지난 3일에 진행된 1차 체포시도는 대통령 경호처의 저지선에 막혀 실패한 바 있다.
1차 체포영장 집행 실패 후 공수처와 경찰은 열흘 넘게 체포영장 재집행 전략을 고심하며 2차 영장 집행 시기를 저울질했다. 경찰은 수도권 4개 지역 광역수사대·형사기동대 등 경력을 모으고,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박종준 경호처장 등 경호처 수뇌부를 입건해 조사하는 등 사전 작업을 해왔다.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공조수사본부는 이날 이른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오전 4시 28분쯤, 공조수사본부는 한남동 관저 인근에 도착했다. 경찰은 관저 진입 인원으로 수도권 지방청 광역수사단 소속 등 약 1,000여 명을 동원했다. 관저 바깥에는 기동대 54개 부대 약 3,200명을 동원했다. 공수처 역시 거의 정원에 가까운 수사관 40여 명을 이번 집행에 투입했다.
경찰과 공수처 수사관들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관저 앞에 집결해있는 모습.
오전 5시 10분쯤, 공수처는 관저 바리케이드 앞에 나와있던 윤갑근 변호사 등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에게 수색영장을 제시했다. 같은 시각 김기현, 나경원 등 국민의힘 의원 30여 명이 관저 앞에 집결해 영장 집행을 막아섰다. 공조수사본부는 경고 방송 후 국민의힘 의원들을 뒤로 하고 관저 진입을 이어갔다.
경호처는 관저 내부로 향하는 철문에 버스 차벽이 설치하고 1차 저지선을 구축해둔 상태였다. 경찰은 사다리를 통해 버스 차벽을 넘어섰고, 이어 경찰 인력들이 내부로 진입했다. 공수처는 진입 과정에서 경호처와 경찰 간에 몸싸움은 없었다고 밝혔다.
공조수사본부는 경호처가 세워둔 버스 차벽을 우회해가며 계속 진입했다. 오전 8시쯤에는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진입이 막혔던 이른바 ‘3차 저지선’에 닿았다. 1차 집행 당시에는 경호처 인력 200여 명이 인간 벽을 세워 수사관들을 막았만 이날은 경호처가 저항없이 관저로 향하는 철문을 개방했다.
관저 건물 내로 진입한 공수처 검사 등 수사팀은 한동안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이 체포 대신 ‘자진 출석’ 형태로 공수처에 출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공수처 관계자는 “영장 집행이 원칙”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체포 절차를 진행했다.
건물 진입 후 약 2시간이 지난 오전 10시 33분, 공조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 경호 차량이 한남동에서 공수처가 있는 경기도 과천으로 이동하는 모습.
포토라인 피한 윤석열, 영상으로 "공수처 수사 인정 안해"
윤 대통령의 공수처 압송을 앞두고 청사 앞에는 포토라인이 설치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경호 차량을 타고 다른 출입구를 이용해 건물 내부에 진입했다.
경호 차량에서 내려 청사로 들어가는 윤 대통령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건 불과 몇 초였다. 뉴스타파 카메라는 이 찰나의 모습을 담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사를 받기 위해 공수처 청사에 들어가는 모습.
한편 윤 대통령은 관저에서 나와 공수처로 이동하는 동안 미리 촬영해둔 영상 메시지를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이 영상에서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 직후 발표한 영상 메시지.
비상계엄 선포 43일만…윤 대통령의 수사 불응 일지
윤 대통령은 지난달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3일 만에 수사기관에 체포됐다. 지난 달 14일 마지막 대국민 담화를 끝으로 관저 안에서 두문불출했다. 그리고 약 한 달 만에 체포되면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법적, 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 같은 말과 다르게 공수처의 수사에 불응해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조사를 위해 세 차례 출석 요구를 했지만, 모두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법원에 체포영장 청구해 발부받았고,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 시도에 나서게 됐다.
체포영장 발부 후에도 윤 대통령 측의 수사 거부는 계속됐다. 체포영장이 나오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고, 법원에 영장 발부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을 이어갔다. 공수처에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은 법원이 이의신청을 기각하면서 사실상 종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수처 수사에 불응하다가 체포영장이 처음 발부된 지 15일 만에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