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만 키워주는 한국 교육… ‘꿈’까지 갈랐다
2015년 11월 19일 20시 21분
학교폭력, 학생인권, 교권침해, 공교육 붕괴 등 심각한 사회문제의 진원지가 돼버린 학교. 그런데 여기 학교를 ‘자신의 꿈’이라고 말하는 선생님이 있다.
바로 30여 년간 교직에 몸담은 용인 두창초등학교의 방기정 선생님이다. 아이들이 꿈을 꾸도록 돕는 것이 선생님이라고 말하는 그는 스스로도 항상 꿈을 품고 산다고 한다. 폐교위기에 놓였던 두창분교가 3년 전 전교생 115명의 두창초등학교가 된 건 방기정 선생님의 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인터뷰 타작>에서는 방기정 선생님을 만나 이 시대의 선생님, 이 시대의 학교에 대해 물어보았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정확히 어떤 걸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교사라는 직업은 조금 추상적일지 모르지만 꿈을 꾸게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본인도 꿈을 꾸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이 내 욕심으로 아이들을 규격화시키는 게 아니라 결대로 자랄 수 있도록 도아주고 손을 내밀어주고 교실에서도 그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그 아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도록 돕는 거. 그 아이가 원래 가지고 있는 심성이 구겨지거나 다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거. 부족하지만 저는 그런 쪽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항상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삶을 아이들의 모습에 투영해서 맑게 살고 싶다거나 이런 것도 있었겠네요? 네. 아마 쭉 그렇게 왔던 거 같습니다. 또 저는 참 나이가 들어서도 철이 없는 선생인데, 사람인데. 아이들하고 오랫동안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아마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아이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제 삶속에 항상 가장 크게 녹아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선생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어떤 건가요?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하니까 대기업에 들어가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그날 제가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참 이 아이가 꿈을 모르는구나. 그건 (대기업 입사) 꿈을 꾸기 위한 하나의 준비과정이라 할 수 있죠. 우리 아이들을 꿈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대학교 가는 것을 꿈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교육의 탓도 있고 우리 사회가 너무 상업주의나 일류를 지향하는 가치관 때문이 우리 아이들이 희생된 게 아닌가, 그런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교사로서 내 삶을 가장 가치 있게 만들어 준 순간은 언제였나요? 정말 힘들어하는 아이들 편이 되어서 그 아이와 속마음을 나누고 그 아이의 편을 아무 대가 없이 계산 없이 들어 주어서 아이의 상처가 조금 치유되는 게 보일 때 그때 ‘아 나는 선생님이구나’ 그런 생각이 가끔 드는 거죠. 아이들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유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할까, 보다는 아직은 학교가 교육의 효율성, 어떻게 하면 집단적으로 점수를 몇 점 더 올려라, 지금은 올해부터 없어진다고 들었는데 (경쟁을 부추기다) 보니까 전국적으로 모의고사를 쳐가지고 학생을 서열화 시키고 학교를 서열화 시키고 이런 것들이 요즘 아이들의 인간성을 기르기보다는 교사들도 어쩔 수 없이 초등학교까지 영재교육 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행복을 돌아볼 만한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았어요.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학교. 아이들이 가고 싶은 학교는 어떤 학교여야 하나요? 재작년에 저희 교실에서 이렇게 한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께 가정통신문 띄워 가지고 학교에 올 때 아이들한테 여벌 속옷과 여벌 겉옷을 한 벌씩 가져오십시오, 해가지고 사물함에 항상 넣어두고 지냈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 아이들은 마음껏 (옷을) 버려도 좋다. 그래서 운동장에서 이 녀석들이 비가 오는데도 가서 뒹굴고 흠뻑 젖어서 오면 제가 칭찬했습니다. 정말 잘 뛰어 놀았구나. 아이들이 그럴 때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아이들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 어른들이 같이 고민하고 아이들의 불편함을 하나씩 없애주고 아이들이 좋은 결론을 스스로 낼 수 있는 교육을 시켜서 내 학교라는 그런 자부심이 들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합니까? 아이들을 그냥 품어줄 수 있고 거기서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정말 편안하게 어떤 인큐베이터처럼 특히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정말 편안하고 보호받고 사랑받고. 지금 당장 꿈을 꿀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어떤 목표를 가질 필요도 없고. 그냥 행복하게 자라면서 ‘나는 사랑받고 있구나, 보호받고 있구나’ 그런 편안함만 줘도 초등학교 교육은 성공했다고 봅니다. 사회가 학교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도 있을 것 같거든요?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그 부모하고 교사만 키우는 게 아니라 정말 좋은 아이 하나가 자라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나서야 정말 괜찮은 인격체의 아이를 키운다, 그 말이 시사하듯이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좀 많이 가지고 학교 교육활동에 우리 사회적 기업이라든지 또 일반 시민단체에서도 학교 교육의 단점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어려운 점을 같이 인식하고 우리의 기여가 정말 밝은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한다는 생각으로 참여를 해주시고 또 학교 교육활동에 재능기부라든지 이런 활동을 많이 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아직은 부족하지만 마을과 같이 학교가 나아가려고 작은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 학교는 무엇입니까? 학교는 제 삶이죠. 제 삶이고 제 꿈이고. 그래서 항상 미안하지요. 아이들한테 항상 미안하고 뭔가를 끝없이 줘야 될 것 같은데 제대로 주지 못하고 또 주는 방향이 맞는지. 그래서 학교는 아직도 저한테 꿈이고 또 단단한 벽이고 아픔이고 그러면서도 종합적으로 보면 전 지금도 선생이라서 참 행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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