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법조기자단은 어떻게 사회악이 되었나

2023년 12월 01일 10시 00분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는 지난 16일 ‘주간 뉴스타파’ 보도에서 검찰 기자단에 관해 말했다. 이들이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은 ‘확인됐다’고 보도하면서, 뉴스타파의 체계적인 반론은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호소했다. “검찰 출입기자들에게 호소합니다.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 같은 언론의 편을 들어달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검찰의 주장과 저희의 보도를 같은 잣대로 검증해 주십시오.”
검찰 기자단을 비롯한 법조 기자단에 외부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내부의 메커니즘을 지적하는 글은 드물었다. 대한민국 법조 기자단의 문제를 분석하는 이유다.

법조기자에게 사실은 무엇이고 확인은 무엇일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업무용 컴퓨터에서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2019년 9월 7일 SBS가 보도했다. 이 보도 전날인 9월 6일 조국 후보자 인사청문회 중에 검찰은 정경심 교수를 전격 기소했다. SBS는 기사가 어떤 의미인지부터 설명했다. “(검찰이) 정경심 교수를 직접 불러서 조사하는 것을 생략하고 바로 기소를 한 건데, 뭔가 밖에서는 모르는 증거를 더 갖고 있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었습니다”라고 앵커가 운을 뗐다. 그리고 “검찰이 PC를 분석하다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 컴퓨터 파일 형태로 PC에 저장돼 있는 걸 발견한 것으로 SBS 취재 결과 확인됐다”라고 기자가 보도했다.
하지만 보도와 달리 검찰은 정경심 교수 업무용 컴퓨터에서 총장 직인 파일을 찾지 못했다. SBS 보도 사흘 뒤인 9월 10일 제출받은 강사 휴게실 컴퓨터에서 정경심 교수 아들 상장 파일과 여기서 총장 직인 부분을 자른 파일을 발견했을 뿐이다. 이러한 오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정제재인 주의를 내렸다. 징계에 앞서 SBS는 “총장 직인 관련 파일이 발견됐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었지만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보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일을 두고 <한겨레>는 사설에서 “검찰이 추정하는 내용을 SBS  기자에게 알려주자 이를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라고 했다. 이 사건은 법조기자단에 대한 불신과 적대를 일으켰다.
그런데 SBS 법조기자 보도가 진실이었다면 그 기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정말로 총장 직인 파일이 있었다면 검찰은 법정에서 공개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SBS는 법정 제출보다 며칠 먼저 보도하는 게 목적이었을까. 며칠 앞서 보도하는 것은 기자와 독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기자는 “취재 결과 확인됐다”라고도 했는데 그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법조기자에게 사실은 무엇이고 확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SBS는 노무현 대통령 검찰수사 때 ‘논두렁 시계’를 보도한 언론사다. 그래서 검찰발 정보의 위험성을 안다. 그런데도 똑같은 일을 했다. 이 오보를 SBS가 안 냈으면 다른 언론사가 냈을 것이다. 그래서 문제는 SBS가 아니라 법조기자들이다.
법조란 무엇일까. 어느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배석판사와 밥을 먹으면서 가족 중에 법조인이 있느냐고 물었다. 남편이 변호사라고 답하니, 그러면 법조인은 없느냐고 되물었다. 사전을 뒤져보면 변호사는 법조인이 아니다. 조(曹)는 관직을 뜻하고 재조(在曹)는 관직에 있는 사람, 관리를 의미한다. 재조 중에 법조(法曹)가 있다. 판사와 검사를 가리킨다. 변호사는 재야(在野)이다. 하지만 적잖은 변호사가 법조라는 단어 뜻이 넓어져 자신들을 포함한다고 말한다. 법조삼륜이란 단어까지 만들어, 판사 검사 변호사가 하나이지 않느냐고 호소도 한다. 이러한 법조에 기자를 포함하는 듯한 법조기자라는 낯선 단어까지 등장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2009년 4월 홍만표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이 법조기자단에 수사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법조 기자단은 검찰이 알려주는 확인되지 않은 혐의들을 무차별 보도했다. (출처:연합뉴스) 

법조기자가 검사 추종하는 이유는 팩트를 조작(操作)하기 때문

법조기자가 동질감을 형성하는 대상은 재야의 변호사보다는 재조의 판사나 검사다. 더러 법조기자가 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검사 비리를 들췄다고 동류의식이 부정되지 않는다. 다소간 적대적이면서 호의적이기도 한 관계에서 진정한 동류의식이 나온다. 법조기자의 동류의식은 판사보다는 검사를 향한다. 인터넷에는 ‘기자와 검사의 닮은 점’, ‘기자와 검사의 공통점’ 같은 기자칼럼이 있다. 내용은 ‘조직 군기가 세다. 출근 시간은 있지만 퇴근 시간은 없다. 회식에서 폭탄주가 돈다. 두 직업 모두 국민에게 강대한 권한을 위임받았다’와 같은 허랑한 소리다.
기자가 검사를 추종하는 이유는 검사가 팩트를 조작(操作)하기 때문이다. 검사는 수사로 얻은 수많은 팩트 가운데 일부를 세상에 내놓는다. 팩트의 존재나 부존재를 이유로 기소하거나 불기소한다. 검사가 가진 팩트가 무엇인지, 무엇을 감추고 무엇을 내놓는지 검찰청 밖에서는 알 수 없다. 이와 달리 판사는 검사와 변호인이 내놓은 팩트를 평가하고 취사(取捨)해 확정한다. 공개된 법정에서 팩트들은 치열하게 경쟁한다. 판사는 팩트를 평가해 확정하는 과정을 논리로 정당화해야 한다. 그래서 판사는 논리를 조작(操作)하는 사람이다. 법정의 논리를 평가하기 어려운 기자들이, 검사가 선별한 팩트를 대신 공표해 여론을 조작(造作)하는 일을 한다.
이런 기자들이 하는 말이, 자신은 정파의 이해와 무관하게 팩트를 보도한다는 것이다. ‘살인자의 말이라도 팩트라면 쓴다’ 따위의 말이다. 검찰에서 나오는 팩트는 수사기관이 목적을 가지고 거른 것이다. 그래서 검찰발 보도는 피의자 해명을 붙여도 성격이 달라지지 않는다. 검찰이 만든 사건 구도 안에서 반론을 추가하는 것뿐이다. 법률상 검사는 공소제기 이후에만 혐의 사실을 공개할 수 있다. 이보다 앞서 공표하면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해 3년 이하 징역을 살아야 한다. 그래서 검찰에서는 몇몇 기자에게 팩트를 흘리고, 언론은 단독이라는 머리말을 붙여 내보낸다. 이런 기사를 쓴 기자에게 상을 주어 격려하는 단체 중에 한국기자협회도 있다.
조국 사건에서 법조기자가 보도해야 했던 것은 ‘표창장이 위조됐는지’를 너머 ‘검찰수사가 과도한지’이다. 피의자뿐 아니라 수사를 감시하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적절하다면, 설령 표창장 위조가 무죄가 되더라도 문제가 될 게 없다. 반대로 주요 공직자 후보라고 해도 가족의 과거 입시자료까지 수사하는 것이 부당하다면, 표창장 위조 혐의가 사실이라고 해도 수사는 문제가 된다. 사건 수준이 다르지만, 증거가 있는 검찰 기소를 공소권 남용으로 보고 법원이 기각한 일이 있다. 탈북민 유우성 씨를 검찰이 간첩으로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자, 검찰은 기소유예했던 다른 혐의로 그를 다시 기소했다. 이에 대법원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며 2021년 공소를 기각했다.
윤석열 검찰의 조국 교수 일가 수사를 계기로 검찰발 피의사실 공개 보도를 문제 삼는 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2019년 MBC <PD수첩>이 법조기자단 문제점을 보도하자, 법조출입 기자단 팀장들이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 2020년에는 언론학자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가 '기자단, 해체 수준의 성찰이 필요하다'는 글을 <경향신문>에 썼고, 이 무렵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검찰기자단 해체를 청원한 사람이 30만 명을 넘었다. 이에 대해 언론사 법조기자들은 ‘권력 감시를 사명으로 하는 언론에 대한 공격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반발했다.

법조기자단 폐쇄성 완화로 피의사실 보도 문제 해결 못 해

검찰발 피의사실 보도와 기자단 폐해는 다른 문제다. 기자단 해체 주장은 피의사실 공표를 기자단 문제로 치환해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 나는 대검찰청 기자단 간사를 한 적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김홍일 중앙수사부장, 우병우 수사기획관, 윤석열 중수2과장 등이 있던 시절이다. 그때도 검찰발 피의사실 보도가 많았지만, 기자단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주요 언론사를 상대로 검사와 수사관들이 정보를 흘리는 일은 기자단 존재와 무관하게 일어났다. 나처럼 어린 기자는 전혀 하지 못하는 고공 플레이가, 언론사와 대검찰청 간부 사이에 벌어진다는 소문도 있었다.
법조기자단 문제는 폐쇄성, 가입이 까다롭다는 데 있다. 2023년 현재 법조기자단 소속 언론사는 42개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대통령실 출입 언론사는 128개(2022년), 국회 출입 언론사는 480개(2020년)다. 이렇게 작은 법조기자단 규모 때문에 새로운 언론사의 진입을 막고 있다고 비판받는다. 하지만 가입 요건이 완화하면 검찰발 피의사실 보도를 비롯한 문제들이 사라질까. 어쩌면 이러한 보도에 더 많은 언론사가 참여하면서 피의사실 공표가 일상화할 수도 있다. 과거 법조기자단에 20여 개사가 있던 시절보다 최근 보도가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 법조기자단의 폐쇄성은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검찰발 보도를 해결하는 수단은 되지 못한다.
법조기자단 문제는 독점 기자단이라는 점에서 비롯한다. 일본만 해도 도쿄 경찰인 경시청에 출입하는 기자단이 3개다. 칠사회(七社会)에는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이, 경시청기자클럽에는 NHK 지지통신 산케이신문 등이, 뉴스기자회에는 TBS 니혼테레비 테레비아사히 등이 속해 있다. 이들은 각각 경시청을 상대로 따로 협상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내가 기자단 간사이던 당시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했다. 이 회사 기자들은 기자단 가입 조건을 채우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이번 기회에 새로운 기자단을 만들어 복수 기자단 체제가 되면 어떻겠냐고 얘기했다. 하지만 상대는 언짢아했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이 원하는 것도 독점체제를 깨는 것이 아니라 일원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새로운 언론사 가입 허용 여부 투표에서 반대한 적이 없다. 독점 기자단의 폐쇄성과 이로 인한 경쟁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단에 새로 가입한 언론사는 그다음 언론사의 기자단 가입 투표에서 곧잘 반대했다. 경쟁보다는 독점을 원한 것이고, 이는 공소권 독점을 주장해 온 검찰과도 통했다. 최근 뉴스타파 등 언론사가 법원과 검찰에 출입증을 발급해 달라고 소송했는데, 두 기관은 법조기자단에 출입증 발급을 위임했다고 주장했고 이를 판사가 받아들였다. 아쉬운 점은 뉴스타파 대리인 변호사도 법조기자단의 독점성을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차라리 뉴스타파 등도 새로운 법조기자단이라고 주장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